하란수 덕양산업 명예회장이 부실한 이사회 출석률을 이어가고 있다.
하란수 덕양산업 명예회장이 부실한 이사회 출석률을 이어가고 있다.

시사위크=권정두 기자  최근 등기임원의 이사회 출석이 더욱 강조되고 있는 가운데, 중견 자동차부품업체 덕양산업의 하란수 명예회장의 행보가 눈길을 끈다. 덕양산업의 ‘실세’로 알려져있지만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이사회에 모습을 나타내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 지난해 이어 올해도 출석률 ‘제로’

덕양산업은 지난해 연결 기준 1조3,594억원의 매출액을 기록한 중견 자동차부품업체다. 최근엔 배터리 케이스 제조로 사업영역을 확대하며 전기차·수소차 시장 성장세와 더불어 더욱 주목받고 있다.

현대자동차 출신인 고(故) 윤주원 회장이 창립한 덕양산업은 IMF 당시 경영위기에 빠져 글로벌 자동차부품업체인 비스테온에 경영권을 넘긴 바 있다. 그러다 지난 2014년 기해 고 윤주원 회장 일가가 다시 절반 이상의 지분을 확보하며 경영권을 되찾은 상태다.

이 과정에서 중심축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진 인물이 있다. 고 윤주원 회장의 부인인 하란수 명예회장이다. 고 윤주원 회장이 별세하기 전까진 경영에 일체 참여하지 않았으나, 남편이 세상을 떠난 뒤에는 막전막후에서 적극적인 행보를 보여 왔다.

특히 하란수 명예회장은 2016년 3월 덕양산업 등기임원에 올랐으며, 현재까지 자리를 지키고 있다. 1933년생으로 아흔에 가까운 나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더욱 눈길을 끄는 모습이다.

하지만 이사회엔 좀처럼 모습을 나타내지 않고 있는 것으로 나타난다. 지난달 발표된 덕양산업의 3분기 분기보고서에 따르면, 하란수 명예회장은 올해 열린 5차례 이사회에 단 한 번도 출석하지 않았다. 반면, 나머지 등기임원은 새로 선임된 사외이사 1명만 제외하고 모두 이사회 출석률 100%를 기록하고 있다.

이는 비단 올해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지난해에도 이사회가 7차례나 열렸으나 하란수 명예회장은 한 번도 출석하지 않았다. 덕양산업이 사내이사의 이사회 출석률을 공개하기 시작한 2018년엔 출석률이 50%에 그쳤다.

등기임원의 성실한 이사회 출석은 최근 부쩍 강조되고 있는 사안이다. 특히 사외이사에 이어 사내이사의 이사회 출석률이 주요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매년 주요 기업들의 정기 주주총회 안건을 분석해 일반 투자자들에게 의결권 행사를 권유하고 있는 좋은기업지배구조연구소는 사내이사 및 사외이사의 이사회 출석률이 일정 기준에 미치지 않을 경우 반대를 권유한다.

또한 지난해 주요 대기업들의 이사회 출석률을 분석·발표하며 오너일가의 저조한 이사회 출석률을 꼬집은 경제개혁연대는 “총수일가가 이사로서의 권한을 누리면서 그에 부합하는 책임은 회피하려는 의도가 있는 것”이라며 “이사회에 출석할 의사가 없다면 스스로 그 자리에서 물러나는 것이 주주와 회사를 위한 최소한의 도리”라고 비판한 바 있다.

금융감독원이 기업공시 서식 작성기준 개정을 통해 지난해부터 상장사 사내이사의 이사회 출석률과 안건에 대한 찬반여부 등을 공시에 포함시키도록 한 것도 이러한 측면에서다. 

한편, 이와 관련해 덕양산업 측은 하란수 명예회장의 이사회 불출석이 건강상의 이유 등은 아니라면서도 “특별히 밝힐 입장이 없다”며 말을 아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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