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위크=이민지 기자
조여정이 진리다.
앞서 열린 KBS2TV ‘바람피면 죽는다’ 제작발표회에서 고준이 외친 이 한 마디는 방송 직후 시청자들의 감상평이 됐다. 절제된 감정 표현으로 오싹한 스릴러와 코믹을 자유자재로 넘나든다. ‘칸의 여왕 조여정’이 또 해냈다.
지난 2일 첫 방송된 ‘바람피면 죽는다’(연출 김형석, 극본 이성민)는 오로지 사람 죽이는 방법에 대해서만 생각하는 소설가 아내와 ‘바람피면 죽는다’는 각서를 쓴 이혼전문 변호사 남편의 코믹 미스터리 스릴러물이다. KBS2TV ‘넝쿨째 굴러온 당신’ ‘황금빛 내 인생’ 김형석 감독과 ‘추리의 여왕’ 시리즈를 집필한 이성민 작가가 의기투합했다.
무엇보다 ‘바람피면 죽는다’는 지난 1월 종영한 KBS2TV ‘99억의 여자’ 이후 조여정이 선보이는 첫 드라마로 방영 전부터 시청자들의 기대를 모았다. 이번 작품에서 조여정은 여주인공 강여주 역을 맡았다.
“기존의 불륜물과 다를 것”이라던 김형석 감독의 말처럼, ‘바람피면 죽는다’는 첫 회부터 개성 넘치는 캐릭터들의 하모니로 시청자들에게 신선한 볼거리를 선사했다. 그중에서도 강여주로 분한 조여정은 ‘코믹 미스터리 스릴러’라는 작품이 내건 장르를 한 캐릭터 속에 모두 녹여내 이목을 사로잡았다.
첫 방송에서부터 조여정은 살벌한 대사를 아무렇지 않은 표정으로 소화해 오싹하면서도 미스터리한 분위기를 자아냈다. 작업실을 구하기 위해 고시원을 찾은 그는 “사람이 죽었던 방 없어?”라며 “이 방주인은 왜 죽었어? 목격자는 있어?”라고 태연하게 말해 시청자들의 호기심을 증폭시켰다.
또 북 콘서트 행사에서 진행자가 남편 한우성(고준 분)을 향해 영상편지를 부탁하자 “여보, 변사체로 발견되고 싶지 않으면 잘해. 사랑해”라고 능글맞게 말해 소름 끼치면서도 피식 웃음이 흘러나오게 만들었다.
2회에서도 조여정의 존재감은 빛났다. 조여정은 프러포즈 당시를 회상하는 남편을 향해 “사실 그날 너 죽이려고 복어독 샀었다?”라고 말한 뒤 “사랑해 여보. 죽일 만큼”이라고 덧붙여 ‘밀당의 진수’를 선보였다. 특히 조여정의 살벌함과 고준의 허당기가 만나 묘한 코믹함을 자아내 작품의 중독성을 더하고 있다.
이 밖에도 아무렇지 않게 가짜 칼로 고준의 배를 찔러 깜짝 놀라게 하는 등 기상천외한 방법으로 추리 소설을 위해 노력하는 조여정의 모습은 스릴 있으면서도 웃음을 짓게 만들며 작품의 재미를 배가시킨다. 그래서일까. ‘바람피면 죽는다’는 1‧2회 시청률 5.8%(닐슨코리아 전국가구 기준)를 기록하며 동시간대 수목극 시청률 1위를 지키고 있다.
하나의 캐릭터로 미스터리, 스릴러, 코믹 모두를 표현해낸다. 조여정이 곧 장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의 활약에 힘입어 ‘바람피면 죽는다’가 ‘99억의 여자’ 뒤를 이어 2020년 KBS2TV 수목극 두 번째 히트작이 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