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5월 취임한 문재인 대통령의 임기가 1년 6개월 남짓 남았다. 그리고 약 1년 3개월 뒤 20대 대선이 치러진다. ‘정치는 움직이는 생물’이라는 말처럼 1년 3개월의 기간 동안 어떤 사람이 부상하고, 어떤 사람이 사라져갈지 알 수 없는 노릇이다. 그럼에도 대선이 1년여 남은 시점에서 유력 대권주자들이 꾸준히 부상하고 있다. 이에 본지는 현재 거론되는 주자들의 대선후보 경쟁력을 비교해보았다. <편집자 주>

이재명 경기도지사의 대권주자 SWOT 분석/그래픽=이현주 기자
이재명 경기도지사의 대권주자 SWOT 분석. /그래픽=이현주 기자

시사위크=김희원 기자 2022년 3월 9일 치러지는 차기 대선을 앞두고 여권의 대선후보 자리를 누가 꿰찰 것인지에 정치권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의 대선 레이스는 문재인 대통령의 뒤를 이어 친문 성향의 대선후보가 낙점될 것인지 아니면 비문 성향의 후보가 낙점될 것인지가 최대 관전 포인트다.

여권의 유력 대선주자로는 이낙연 대표와 양강 구도를 형성한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있다. 이 지사는 지난 7월 대법원에서 ‘친형 강제입원’과 관련한 허위사실 공표 혐의에 대해 무죄 취지의 판결을 받은 이후 대선주자로서 날개를 달았다.

<시사위크>는 이 지사의 강점(strength), 약점(weakness)과 기회(opportunity), 위협(threat) 요인 등 ‘SWOT’ 분석을 통해 그의 대선 주자로서의 경쟁력을 진단해봤다.

◇ 정책 브랜드와 추진‧결단력 등 자랑

이 지사의 강점(s)을 우선 꼽자면 기득권 세력에 거부감을 갖고 있고 자수성가형 리더의 출연을 바라는 민심을 끌어올 수 있는 ‘인생 스토리’가 있다는 점이다. ‘흙수저’ 출신인 이 지사는 소년공으로 지내다 중·고등학교 검정고시를 ‘주경야독’으로 통과해 대학에 진학했으며, 사법시험에 합격한 이후 인권변호사로 일했다. 소년공 시절 팔에 장애를 얻기도 했다.

이 지사는 2017년 대선을 앞두고 자신이 소년 노동자로 일하던 성남의 오리엔트 시계공장 마당에서 “이재명이 만들고 싶은 나라는 바로 아무도 억울한 사람이 없는 공정한 나라”라고 밝히며 19대 대선 출마를 선언하기도 했다.

이 지사는 당내 파벌도, 계파도 없이 자신의 힘으로 인지도를 높여나갔고 경기도지사까지 올랐다. 이 지사는 시대 흐름에 발빠르게 대응하는 ‘이슈 파이터’, ‘이슈 주도형’ 정치 행보를 보이며 입지를 다졌다. 그가 주요 현안에서 보여준 추진력과 결단력은 개혁성까지 가미되면서 존재감을 더욱 부각시켰다.

그는 ‘코로나19 정국’에서 재난지원금 지급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고 ‘코로나19’ 확산의 진원지로 지목됐던 신천지에 강경 대응을 하면서 추진력과 결단력에서 두각을 나타냈다. 또 기본소득·기본대출·기본주택 등 ‘3대 기본제도’와 수술실 CCTV 의무화 등 자신만의 ‘정책 브랜드’ 구축에도 능력을 보였다.

민주당 내 ‘친이재명계’의 한 의원은 이 지사의 강점에 대해 “여당 내에서도 새로운 변화를 원하는 분이 있지 않나 생각한다”면서 “시대 흐름에 맞는 분이라는 점이 이 지사의 장점이기 때문에 (지지율은)계속 유지될 것이라고 본다”고 강조했다.

이 지사의 또 하나의 강점은 이낙연 대표에 비해 외연 확장성이 강하다는 점을 들 수 있다. 이 지사는 진보적이고 개혁적인 이미지에도 불구하고 이 대표에 비해 보수와 중도에서도 우위를 나타내고 있다.

한국갤럽이 지난 1∼3일 ‘차기 대통령감으로 누가 좋은지’를 물은 결과(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 보수층에서 이재명 지사는 14%를 얻어 이낙연 대표(10%)에 비해 강세를 보였다. 중도층에서도 이 지사(19%)는 이낙연 대표(14%)를 5%포인트 앞섰다. (여론조사 관련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고)

◇ 불안정성과 친문과의 갈등이 약점

그러나 이 지사의 강점은 동시에 약점(w)이 되기도 한다. 이 지사가 거침 없는 언행을 하며 보여준 ‘개혁적’ 이미지는 동시에 불안정성으로 비춰졌다. 그가 기본소득 등의 이슈를 주도하고 코로나19가 재확산될 때마다 주장하고 있는 전국민 재난지원금 지급 주장 등은 포퓰리즘이라는 비판도 동시에 불러왔다.

홍형식 한길리서치 소장은 “이 지사의 재난지원금 주장은 젊은층에서는 환영 받을 수 있겠지만 산전수전 다 겪은 연령층에서는 빚으로 여겨진다”며 “이 지사의 정책적 한계에 대해서 기본적으로 동의하지 않는 사람들이 있다”고 지적했다.

그의 추진력과 결단력은 동시에 독선적이라는 비판이 따라붙었다. 이 지사가 최근 지역화폐를 비판한 한국조세재정연구원(조세연)을 향해 “적폐세력”이라고 비판한 것과 남양주시와 갈등을 겪으며 표적·보복 감사 논란이 벌어진 것은 야당의 공격 대상이 됐다.

국민의힘 송파병 당협위원장인 김근식 경남대 교수는 최근 페이스북을 통해 “지역화폐 효용성에 이의를 제기한다고 조세연을 비난하고 남양주 시장에 감정적 보복을 하는 건 전혀 관용이 아니다. 자제하지 않는 권력이 바로 잠재적 독재인 것”이라며 “그래서 제가 이재명 지사의 행태에 잠재적 독재자의 그림자가 어른거린다고 지적한 것”이라고 거세게 비판했다.

특히 이 지사의 최대 약점은 친문과의 갈등이다.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에서 승리하려면 최대 주주인 친문 세력의 마음을 얻어야 한다. 그러나 이 지사는 지난 2017년 대선 경선과 2018년 지방선거 경기도지사 후보 경선에서 친문과 극심한 갈등을 겪은 바 있다.

차재원 부산 가톨릭대 특임 교수는 “친문은 이 지사에 대한 정치적 앙금이 있다”며 “그것을 어떻게 해소할 것이냐가 이 지사에게는 가장 큰 과제라고 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약점을 극복하고 강점을 최대화시켜 대선 레이스에서 승리를 거둘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뉴시스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약점을 극복하고 강점을 극대화시켜 대선 레이스에서 승리를 거둘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뉴시스

◇ 반문 정서 확산와 차별성은 또 다른 기회
 
이 지사는 현재 이낙연 대표와의 양강 구도 틀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추미애-윤석열 정국’으로 대선 경쟁 구도까지 요동치고 있는 상황이다. 일부 여론조사에서 윤석열 검찰총장이 이 지사를 누르고 1위 혹은 2위를 차지하며 대선 구도를 흔들고 있다. 이 지사는 ‘추-윤’ 갈등 장기화로 언론의 관심에서도 비켜나 있는 상황이다.

이 지사가 이 같은 상황을 타개하고 압도적 강자로 등극할 수 있는 기회(o)는 올까. 최근 문재인 대통령과 민주당의 지지율이 부동산 정책 후폭풍과 ‘추-윤 갈등’까지 겹치면서 현 정부 출범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속속 나오고 있다.

일각에서는 여권에 대한 민심 이반 현상과 ‘반문 정서’가 강화될수록 이 지사에게는 존재감을 키울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낙연 대표의 대선주자 지지율은 그가 현재 당 대표를 맡고 있고, 문재인 정부 첫 국무총리를 지냈다는 점에서 문 대통령과 민주당의 지지율 변동에 일정 정도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그러나 ‘비문’인 이 지사는 현 여권과 차별성을 가질 수 있는 측면이 있다. 여권에서 이탈한 민심이 국민의힘으로 흡수되지 못하고 표류할 경우, 현 여권과 차별성을 갖고 있는 이 지사 쪽으로 쏠릴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4‧15총선 직후까지만 해도 1인 독주를 이어가던 이낙연 대표가 최근 지지율 하락세를 면치 못하고 있는 것도 이 지사에게는 기회가 될 수 있다. 민주당 내에서 이낙연 대표의 본선 경쟁력에 대한 의구심이 확산될 경우 이 지사의 존재감은 더욱 부각될 수 있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친문은 단일대오를 유지하고 있지 않고 분화돼 있다. 강성 친문은 이재명 지사를 반대하지만 누가되든 본선 경쟁력이 높은 사람을 밀겠다고 생각하는 친문도 있다”며 “이재명 지사는 그것을 보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 ‘친문 움직임’ ‘재보선 향배’ 위협 요인

이와 함께 내년 4월 재보궐 선거 결과는 이 지사에게 기회이자 위협(t)이 될 것으로 보인다. 4월 재보선 결과는 대선 레이스 구도의 향배를 좌우하는 분기점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4월 재보선에서 민주당이 패배한다면 이낙연 대표는 정치적으로 치명상을 입을 것이고, 반대로 민주당이 승리할 경우 이 대표의 대세론이 다시 부활하면서 이 지사를 위협할 수도 있다.

또한 아직까지는 상황을 관망하고 있는 친문이 대선주자 낙점에 나설 경우 가장 큰 위협 요인이 될 것으로 보인다. 친문은 지난 8월말 전당대회에서 이낙연 대표를 지원해 당 대표로 올렸다. 그러나 이 대표의 대선 경쟁력이 하락할 경우, 끝까지 지지할지는 미지수다. 친문이 ‘제3의 후보’를 물색 중이라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

친문이 분화되면서 대선주자 지지 움직임도 이해관계에 따라 엇갈리게 된다면 차라리 이 지사에게 유리할 수 있다. 그러나 친문이 집단적으로 자신들이 지지하는 대선주자 낙점에 나설 경우 이 지사에게 위협이 될 수밖에 없다.

배종호 세한대 교수는 “이재명 지사가 이낙연 대표를 대선주자 지지율에서 계속 앞서고 두 사람의 격차가 더욱 벌어질 경우 친문은 이 지사를 누를 수 있는 다른 주자를 고민하게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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