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5월 취임한 문재인 대통령의 임기가 1년 6개월 남짓 남았다. 그리고 약 1년 3개월 뒤 20대 대선이 치러진다. ‘정치는 움직이는 생물’이라는 말처럼 1년 3개월의 기간 동안 어떤 사람이 부상하고, 어떤 사람이 사라져갈지 알 수 없는 노릇이다. 그럼에도 대선이 1년여 남은 시점에서 유력 대권주자들이 꾸준히 부상하고 있다. 이에 본지는 현재 거론되는 주자들의 대선후보 경쟁력을 비교해보았다. <편집자 주>

윤석열 검찰총장의 대권주자 SWOT 분석. /그래픽=이현주 기자

시사위크=권신구 기자  윤석열 검찰총장의 기세가 매섭다. 본인의 의사와는 상관없이 정치권 안팎에서 그는 유력한 차기 야권 대선주자로 거론되고 있다.

쿠키뉴스 의뢰로 한길리서치가 지난 5일부터 7일까지 실시한 대선주자 여론조사에서 윤 총장은 28.2%의 지지율로 1위를 기록했다. 강력한 여권 대선주자인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18%)와 이재명 경기도지사(21.3%)를 오차범위를 넘겨 제쳤다. (95% 신뢰수준에 오차범위 ± 3.1%p. 자세한 여론조사 결과는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윤 총장은 정계 진출을 공식화한 적이 없다. 다만 최근 ‘국민을 위한 봉사’를 언급하면서 정치권에서는 그의 정계 진출 가능성을 조심스럽게 점치고 있다.

◇ ‘반문(反文)기류’ 등에 업은 확실한 존재감

만일 윤 총장이 정계에 입문하고, 야권의 대선주자로 나선다면 어떠한 경쟁력이 있을까. 무엇보다 그가 가진 확실한 인지도와 존재감은 가장 큰 장점이 될 전망이다.

윤 총장은 지난 2016년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를 수사한 박영수 특별검사팀 수사팀장으로 박 전 대통령 및 국정농단 관련자들을 사법처리하는 데 앞장섰다. 박근혜 정권 첫해 원세훈 전 국정원장을 수사하다 좌천을 당했던 일이 알려지면서 그의 명성은 더욱 높아졌다.

그랬던 그는 ′조국·추미애 사태′를 기점으로 여권과 대척점에 서면서 존재감을 더욱 높이고 있다. 앞서 그가 ‘사람에게 충성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던 신념은 권력의 눈치를 보지 않고, 할 말은 하는 행보와 겹쳐졌다. 사명감이 투철하고, 타협이 없는 사람이라는 이미지가 구축됐다.

이같은 상황에서 ‘반문(反文) 기류’는 그를 밀고 있는 가장 큰 동력이다. 여권에 대한 불신이 커지면 커질수록 이에 ‘대항’하는 윤 총장에 대한 기대감도 높아진다는 게 정치권의 주된 해석이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지난 2일 윤 총장의 지지율에 대해 “반문, 반정권적 정서가 모이는 현상”이라고 평가한 것도 이러한 맥락이다.

특히 정권에 대한 불만이 높지만, 야권을 선택하지 않는 이들이 윤 총장을 밀어주고 있다는 점도 유의미한 결과다. 현재 야권의 대선주자들이 명확한 입지를 다지지 못하는 것이 한몫하고 있는 셈이다. 대선 출마의 뜻을 직·간접적으로 밝힌 유승민 전 의원, 오세훈 전 서울시장,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 등은 최근 각종 여론조사에서 5~7% 안팎의 지지율을 보여주고 있다.

이렇다 보니 윤 총장이 사실상 ‘제3지대’의 구심점 역할을 하고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중도층의 지지율이 높다는 것은 이를 입증한다. 쿠키뉴스의 의뢰로 한길리서치가 지난 5~7일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윤 총장의 지지율 중 37%가 중도층, 36.6%가 보수층으로 집계됐다.

‘충청 대망론’ 역시 윤 총장의 대권가도에 힘을 싣고 있다. 윤 총장의 부친이 충남 공주 출신으로 충청권 인사라는 인식이다. 실제로 국민의힘 내 충청 지역 의원들을 중심으로 윤 총장을 띄우는 모습이 나오기도 했다. 충남 공주·부여·청양을 지역구로 둔 5선의 정진석 국민의힘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윤 총장이 대선에 나오면 안 된다는 주장은 반헌법적”이라고 일갈했다. 그러면서 “그가 대통령이 될 것인가는 국민이 결정할 문제”라고 밝혔다.

윤석열 검찰총장은 비정치인인 탓에 정치 경험이 없다는 것이 가장 큰 약점으로 지적된다. 뒷받침할 정치 세력은 물론이고 비전과 아젠다 등이 없다는 문제가 뒤따른다. /뉴시스  

◇ 비정치인 출신 ‘빈약한 발판’

하지만 윤 총장의 한계가 너무나 분명한 것도 사실이다. 가장 큰 약점은 정치 경력이 전무하다는 점이다. 실질적으로 야권을 대표하는 대선 주자가 되려면 지탱해 주는 지지 세력이 필수지만, 정계에 들어오지 않았던 윤 총창에겐 이러한 발판이 마련돼 있지 않다.

특히나 보수 야권에서 박 전 대통령의 구속 등을 이유로 윤 총장에 대한 감정이 좋지 않은 상황이다. 윤 총장이 정계에 진출한다고 하더라도 발판을 마련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란 평가가 나온다. 

정치인으로서의 ‘비전’과 ‘아젠다’가 없다는 점도 대권주자로서의 가능성을 낮게 보는 이유다. 지금까지 윤 총장의 지지율이 ‘거품’이라고 평가한 것도 윤 총장이 명확한 ‘정치적 비전’을 제시해 끌어모은 지지율이 아니기 때문이다. 

정치권에선 윤 총장의 ‘대망론’ 자체가 허상에 불과하다는 평가가 많다. 실제 비정치인의 대권 도전이 단 한 번도 성공한 적이 없다는 점이 이를 여실히 보여준다. 고(故) 정주영 전 현대그룹 회장을 비롯해 고건 전 총리,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 등이 대표적인 사례다. 특정 분야에서 성과를 냈다고 하더라도 외교·경제·안보 등 다양한 분야의 정치적 감각이 필수인 대권에 이르기는 쉽지 않은 것이다.

따라서 윤 총장에 대한 기대감이 언제든 꺾여도 이상하지 않아 보인다. 당장 야권 내 다른 대권주자가 투쟁성과 선명성을 부각하며 존재감을 드러낼 경우, 윤 총장의 입지가 작아질 가능성은 농후하다.

아울러 차기 대선의 ‘전초전’으로 평가받는 내년 4월 재·보궐 선거에서 민주당이 승리할 경우도 변수다. 여권이 승리할 경우, 야권의 대선 판도에도 적잖은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황태순 정치평론가는 “재·보궐선거에서 민주당 후보가 승리할 경우 문재인 정부에 대한 반대 정서는 존재하겠지만, 이것이 윤 총장에 대한 기대감의 형태로 나타날 것인가는 지켜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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