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남주혁이 영화 ‘조제’(감독 김종관)로 한층 깊어진 감성 연기를 펼쳤다. /워너브러더스코리아
배우 남주혁이 영화 ‘조제’(감독 김종관)로 한층 깊어진 감성 연기를 펼쳤다. /워너브러더스코리아

시사위크=이영실 기자  올해 배우 남주혁은 그 어느 때보다 뜨거운 시간을 보냈다. 갓을 쓴 한문 선생부터 풋풋한 청춘의 얼굴, 판타지부터 성장 드라마까지 다양한 장르와 플랫폼을 통해 다채로운 얼굴을 보여주며 대중을 사로잡았다. 그의 올해 마지막 행보는 스크린이다. 영화 ‘조제’(감독 김종관)로 관객 앞에 선 남주혁은 한층 깊어진 감성 연기를 펼치며 배우로서 또 한 뼘 성장했음을 보여준다. 

‘조제’는 2003년 이누도 잇신 감독이 영상화해 국내에서도 큰 인기를 끌었던 일본 소설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을 원작으로 한 작품이다. 영화 ‘최악의 하루’ ‘더 테이블’ 등을 연출한 김종관 감독의 손에서 재탄생한 ‘조제’는 처음 만난 그날부터 잊을 수 없는 이름 조제(한지민 분)와 영석(남주혁 분)이 함께한 가장 빛나는 순간을 담았다. 지난 10일 개봉해 관객과 만나고 있다.

극 중 남주혁은 조제의 세계에 들어온 남자 영석으로 분해 몰입도 높은 열연을 펼쳤다. 영석은 평범한 일상을 보내다 조제를 만나 특별한 감정을 느끼고 성장통을 겪는 인물. 남주혁은 솔직한 감정으로 조제에게 다가가는 영석의 풋풋한 매력부터 사랑을 통해 한층 성숙해지는 인물의 변화까지 섬세한 연기로 표현해 좋은 평가를 얻고 있다.

특히 필모그래피 사상 가장 깊은 감정 연기는 물론, 힘을 뺀 자연스러운 연기로 평범하지만 생생하게 살아 숨 쉬는 영석을 완성해내 호평을 이끌어냈다. JTBC ‘눈이 부시게’ 이후 재회한 조제 역의 한지민과도 더 단단해진 호흡으로, 아름다웠던 청춘의 한 페이지를 떠올리게 만드는 짙은 여운을 선사했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보건교사 안은영’과 최근 종영한 tvN ‘스타트업’에 이어 ‘조제’까지 쉼 없는 작품 행보로 대중 앞에 서고 있는 남주혁은 “뿌듯함 보다 아쉬운 점이 많다”면서 “늘 최선을 다할 뿐”이라며 겸손한 모습을 보였다. 어떤 칭찬에도 들뜨지 않고, 중심을 잡으려는 모습이었다. 지금까지 그랬듯 주어진 몫을 충실히 해내며, 앞으로 나아가고 있었다.

남주혁이 김종관 감독에 대한 믿음으로 ‘조제’를 택했다고 밝혔다. /워너브러더스코리아
남주혁이 김종관 감독에 대한 믿음으로 ‘조제’를 택했다고 밝혔다. /워너브러더스코리아

-‘조제’의 어떤 점에 가장 끌렸나.
“김종관 감독님이 만들어내는 조제의 이야기는 어떤 느낌으로 나올지 기대감이 컸다. 원작에 대한 부담도 있었지만, 원작과 큰 틀은 비슷하지만 전혀 다른 이야기를 만들어내고 싶다는 감독님의 말이 내게도 도전적인 이야기로 다가왔다. 또 영석이라는 인물을 조금 더 살아있는 캐릭터로 만들어보고 싶은 욕심도 컸다. 날 것 같은 느낌의 연기를 보여주고 싶었다.”

-날 것의 연기를 보여주기 위해 어떤 부분에 가장 중점을 뒀나.
“영석을 연기하면서 갇혀있지 않으려고 했다. 나라면 어떻게 했을까 고민을 하면서 움직임도 많이 가져가려 했고, 어떠한 것에도 제한을 두지 않고 자유롭게 움직이면서 연기를 하려고 했다. 모든 장면이 감정적으로 깊게 들어가야 했다. 그래서 어느 한 장면 빼놓지 않고 신경을 쓰면서 연기했다. 모든 걸 다 내려놓고 연기하려는 생각도 있었다. 뭔가를 만들어내기 보다 온전히 이 인물로서 살고 싶었다. 그래서 힘을 빼려고 노력했다. 생각만 한다고 되는 부분이 아니란 걸 너무 잘 알고 있었기 때문에 고민도 했고 힘들기도 했다. 평범함에 초점을 맞추고 연기했는데, 그 평범함이 가장 어려운 거라는 걸 느끼면서 많은 고민과 함께 연기했다.”

-그동안 보여준 작품들 중에서 가장 깊은 감성을 이끌어내야 했는데.
“늘 깊은 감정들을 이끌어내는 작품을 해보고 싶었다. ‘조제’ 같은 작품의 경우 조금 더 나 자신에 깊게 들어가 볼 수 있었던 경험이 됐다. 영석으로서는 김종관 감독님과 많은 소통을 나누면서 깊게 접근하고 만들어갔다. 그 과정에서 굉장히 큰 행복감을 느꼈다.”

-감정 지문이 친절하지 않은 대본이었다고. 영석의 감정을 이해하는 데 어려움은 없었나.
“감정 지문이 자세하게 들어가 있진 않았지만, 영석의 입장에서는 만나는 인물도 많고 놓여 있는 상황들이 많았다. 그래서 더 자연스럽게 스며들 수 있었다. 또 다행히 시나리오 속 시간의 흐름대로 촬영을 할 수 있었다. 굉장히 운이 좋았던 것 같다. 촬영이 극의 흐름대로 흘러가다 보니 자연스럽게 녹아들 수 있었고, 조금 더 재밌게 연기를 할 수 있었다.”

-원작은 조제뿐 아니라 츠네오(영석의 원작 캐릭터)까지 큰 인기를 끌었다. 부담감도 있었을 것 같은데.
“부담이 없었다면 말이 안 되는 것 같다. 너무 부담이 됐다. 그렇지만 촬영할 땐 원작에 대한 부담감보다 감독님과 함께 만들어나가는 조제 그리고 영석에 집중했다. 원작을 보고 연기를 했다면 흔들리고 힘들었을 것 같다. 온전히 김종관 감독님이 그리는 영석이라는 인물의 감정과 감정의 흐름에 빠져들었다. 김종관 감독님, 배우들과 이야기를 나누면서 나만의 캐리터를 만들어나갔다.”

-영석은 자칫 나쁘게 비칠 수 있는 인물이었다. 그런 지점에 대한 고민은 없었나.
“그렇게 보일 수도 있는 친구지만, 고민은 없었다. 나는 영석이 굉장히 선한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선함을 드러내려고 하지 않아도 선함이 느껴지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조제를 대하는 태도 외에도 영석의 다양한 모습들에서 느낄 수 있을 거다. 영석은 졸업을 앞두고 취업을 준비하는 취업 준비생이다. 굉장히 불안한 상황 속에 놓여있는 친구다. 끝을 알 수 없는 상황에 놓여있는 상태에서 조제를 만나 사람에 대한 책임감과 사랑에 대한 책임감을 배우고 성장해나간 것 같다.”

‘조제’에서 재회한 한지민(왼쪽)과 남주혁 스틸컷. /워너브러더스코리아
‘조제’에서 재회한 한지민(왼쪽)과 남주혁 스틸컷. /워너브러더스코리아

-조제가 영석에게 가지 말라고 붙잡는 장면이 인상 깊었다. 어떤 감정을 갖고 연기를 했나.
“감정적으로 많이 힘들었다. 영석으로서 힘들다기보다 촬영 날 뭔가 잘 안됐다. 찍으면서 계속 ‘이게 아닌데’라는 생각이 들었다. 영석의 마음으로 상대를 읽어야 하는데 그게 잘 안됐다. 어떤 상황인지 충분히 이해하고 잘 아는 상황인데도 불구하고 그날따라 이상하게 마음이 움직여지지 않았다. 그렇게 촬영을 마무리하고, 감독님에게 이야기를 해서 다시 찍었던 장면이기도 하다. 영석이 ‘옆에 있을 거야’라는 말을 하는데, 당시에는 이 사람을 지켜주기 위함이고 진심으로 사랑하는 마음에서 나온 아름다운 말이었지만, 시간이 지난 후 돌이켜보면 굉장히 못된 말이고 무책임한 말이지 않았을까 싶다. 영석도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을까 생각이 들었다.” 

-한지민이 이번 작품을 통해 남주혁의 성장을 확인할 수 있었다고 했다. 본인도 스스로 성장했다고 느낀 지점이 있을까.
“나는 모르겠다. 감사하게도 작품이 나올 때마다 그런 이야기를 듣게 되는데, 나는 정말 모르겠다. ‘조제’뿐 아니라, 모든 작품에 임할 때 최선을 다하려고 한다. 인물에 대해 생각을 많이 하고 연기를 하면서 자연스럽게 시간이 흘러가다 보니 주변에서 그렇게 생각해 주시는 게 아닐까 생각한다. 하지만 스스로 느끼기엔 아직 많이 부족하다고 생각한다. 칭찬을 받는 것에 있어 감사하지만 그 말을 온전히 받아들이진 못하는 것 같다. 아직도 많이 부족하다.”

-한지민과 두 번째 호흡이었는데, 어땠나.
“상대 배우가 연기를 하면서 감정을 100% 온전히 다 주는 것을 보고 큰 힘을 얻었다. 앞으로 내가 가져가야 할 배움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정말 좋은 모습을 많이 보여줬기 때문에 나도 큰 힘을 얻었고, 나 역시 앞으로 상대 배우와 함께 연기할 때 더 많은 존중과 배려를 해줘야겠다는 것을 많이 느끼게 된 현장이었다.”

올 한해 꽉찬 행보로 대중의 마음을 사로잡은 남주혁. /워너브러더스코리아
올 한해 꽉찬 행보로 대중의 마음을 사로잡은 남주혁. /워너브러더스코리아

-다른 결이지만, ‘조제’ 영석도 그렇고 ‘스타트업’ 도산도 그렇고 청춘의 얼굴을 보여주고 있다. 청춘을 대변하는 캐릭터에 특히 더 공감하고 끌리는지 궁금하다.
“상황은 다르지만 나도 20대를 살아가는 사람으로서 완성돼있는 캐릭터보다 완성되지 않은 인물을 연기하고 싶은 생각이 더 크다. 연기하면서 나 역시 배우는 것들이 많다. 두려워하지 않고 도전할 수 있는 게 내가 생각하는 청춘이다. 나도 도전하는 것에 있어서 아직 두렵지 않다. 실패를 하더라도 도전을 함으로써 배울 수 있는 것들이 굉장히 많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청춘을 대변하는 캐릭터들에 더 많은 매력을 느끼는 것 같다.”

-드라마부터 영화, 넷플릭스까지 그 어느 때보다 바쁜 한 해를 보냈다. 배우로서 뿌듯함도 클 것 같은데.
“성격상 뿌듯함 보다 아쉬웠던 점을 많이 생각하는 편이다. 그렇다고 아쉬움 속에 갇혀서 안 좋게 생각하는 건 아니다. 사람이 하는 일이기 때문에 늘 좋은 일만 있을 순 없다고 생각한다. 그렇기 때문에 좋은 지점들을 생각하면서 살아가기보다 아쉬운 것들을 생각하면서 앞으로 더 나아가려고 한다. 늘 최선을 다해서 진심으로 연기하려고 한다. 그렇게 나아가다보면 대중들이 나를 보고 느끼는 것들을 많이 이야기해주지 않을까 싶다. 짧은 순간에 오지 않을 거란 건 잘 알고 있다. 그저 내가 좋아하는 일을 열심히 하면서 최선을 다해 살아가려고 한다.”

-‘조제’를 통해 배움을 얻은 게 있다면.
“작품을 할 때마다 배우로서, 사람으로서 많은 것을 배운다. 부족할 수 있지만, 그만큼 성장도 하는 것 같다. ‘조제’를 통해 좋은 사람들을 많이 만났고, 좋은 영향을 많이 받았다. 좋은 사람들의 길을 따라가 보려고 노력하는 것만으로도 좋은 성장이지 않을까 싶다.”

저작권자 © 시사위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