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5월 취임한 문재인 대통령의 임기가 1년 6개월 남짓 남았다. 그리고 약 1년 3개월 뒤 20대 대선이 치러진다. ‘정치는 움직이는 생물’이라는 말처럼 1년 3개월의 기간 동안 어떤 사람이 부상하고, 어떤 사람이 사라져갈지 알 수 없는 노릇이다. 그럼에도 대선이 1년여 남은 시점에서 유력 대권주자들이 꾸준히 부상하고 있다. 이에 본지는 현재 거론되는 주자들의 대선후보 경쟁력을 비교해보았다. <편집자 주>

홍준표 무소속 의원에 대한 대권주자 SWOT 분석. /그래픽=이현주 기자
홍준표 무소속 의원에 대한 대권주자 SWOT 분석. /그래픽=이현주 기자

사위크=정호영 기자  국민의힘으로의 복당은 점점 멀어지는 모양새다. 하지만 막강한 정부여당 위세 속 2020년이 저물어가는 가운데, 이만한 보수야권 대선주자도 드문 것이 현실이다. 홍준표 무소속 의원 얘기다.

홍 의원은 지난 21대 총선에서 대구 수성을에 출마해 당선됐다. 8년 만의 국회 복귀였지만 당적은 없었다. 미래통합당(국민의힘 전신) 공천 과정에서 지도부와 마찰을 빚다 탈당했기 때문이다. 그는 총선 승리 후 복당하겠다는 의지를 밝혔지만 내부 반대로 현재 약 8개월 동안 당 밖에서 발이 묶인 상황이다.

그럼에도 홍 의원은 차기 대선주자 선호도 여론조사에서 최근 급부상한 윤석열 검찰총장을 제외하면 야권 대선주자 중 줄곧 선두권을 달리고 있다.

리얼미터가 국민일보 의뢰로 지난 7~8일 전국 성인 1,000명을 대상으로 차기 대선주자 선호도를 조사한 결과, 윤 총장은 25.8%였고 홍 의원은 5.2%를 기록했다. 야권 유력주자 오세훈 전 서울시장·유승민 전 의원은 각각 4.4%·3.8%로 뒤를 이었다. (95% 신뢰수준·표본오차 ±3.1%p.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윤 총장이 큰 폭으로 앞서 있지만 현직 공무원 신분인 데다 향후 정계입문 가능성도 미지수인 점을 감안할 때, 현 시점 보수 정치권에선 홍 의원이 타 후보보다 한 발 앞서 있는 셈이다.

<시사위크>는 홍 의원의 강점(strength), 약점(weakness)과 기회(opportunity), 위협(threat) 요인 등 ‘SWOT’ 분석을 통해 대권주자로서의 경쟁력을 진단해봤다.

◇ ‘뚜렷한 색깔’ 강점이자 약점

홍 의원의 강점은 선명한 메시지와 전국 인지도, 화려한 정치경력, TK(대구·경북)와 PK(부산·울산·경남)를 아우를 수 있는 지역기반을 꼽을 수 있다.

보수진영에서 그가 가진 존재감은 확실하다. 진영 내에서는 그의 거침없는 직설화법을 우려하기도 하지만 고정 지지층은 열광한다. 그의 확고한 '보수 컬러'에 의구심을 표하는 시각도 찾기 어렵다.

홍 의원은 검사 출신으로 국회의원 5선·도지사 재선·당 대표(한나라당·자유한국당)와 원내대표(한나라당)를 두루 거쳤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으로 붕괴 위기에 직면한 자유한국당(국민의힘 전신) 대표를 지냈고, 2017년 대선에 출마해 24% 득표율(약 785만표)을 올리기도 했다. 최악의 상황에서 출마했지만 현 대권주자로 거론되는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21.4%)를 누르는 성과를 냈다.

지난 대선을 거치면서 과거 자서전 내용 등 향후 논란 소지가 될 만한 문제들의 검증 및 해명이 대부분 정리됐다는 점도 강점이다.

경남 창녕 출신으로 대구 소재 중고등학교를 졸업, 이후 경남지사 재선을 거치면서 보수진영 텃밭인 TK·PK 지역기반을 다진 것도 타 주자에 비해 긍정적인 대목이다.

반면 열성 지지층이 확고한 만큼 호불호가 갈리는 것은 약점이다. 복당을 타진하는 국민의힘 내부에서도 제기되는 높은 비호감도 완화는 홍 의원이 극복해야 할 과제로 보인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홍 의원의 복당에 대해 ‘상당 기간 어렵다’는 견해를 밝히며 “반대 의원이 많고 30~40대 여성, 화이트칼라 층 비호감도가 높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대선주자 비호감도 관련 최근 여론조사도 이같은 주장을 대변한다. 리서치뷰가 미디어오늘 의뢰로 지난 9월 26~29일 전국 성인 1,000명에게 여야 대선주자 비호감도를 조사한 결과, 홍 의원은 63%로 황교안 전 자유한국당 대표(64%)에 이은 2위였다.

유승민 전 의원은 56%로 6위,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는 54%로 7위였다. (95% 신뢰수준·표본오차 ±3.1%p.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타 경쟁주자 대비 계파색·조직력이 부족해 이름값에 비해 비주류 이미지가 강한 부분도 약점이다. 야권 관계자는 <시사위크>와 통화에서 “당 대표를 두 번이나 한 홍 의원의 위치나 이름값에 비해 세력이 미미하다”며 “야당 내 야당, 비주류 느낌”이라고 평가했다.

지난 10월 15일 오후 충남 계룡대에서 열린 국회 국방위원회 해군본부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무소속 홍준표 의원이 질의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뉴시스
지난 10월 15일 오후 충남 계룡대에서 열린 국회 국방위원회 해군본부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무소속 홍준표 의원이 질의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뉴시스

◇ 보궐선거 결과가 변수

내년 4·7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가 불과 4개월 앞으로 다가오면서 출마 후보군 윤곽이 대부분 드러났다. 내년 보궐선거는 홍 의원의 최대 기회이자 최대 위협이 될 전망이다. 국민의힘이 보궐선거에서 서울과 부산을 모조리 휩쓴다면 홍 의원에게 불리하게 작용할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홍 의원은 연일 페이스북에서 국민의힘의 선명성·야성 부족 등을 지적하며 지도부를 난타하고 있다. 그럼에도 국민의힘이 선거에서 승전보를 올린다면 오히려 홍 의원의 입지가 좁아질 것으로 보인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국민의힘이 내년 보궐선거를 이기면 홍 의원에게 내일은 없지 않겠나”라며 “선거 결과에 따라 홍 의원만 남든지 아니면 사라지든지, 모 아니면 도라고 본다”고 했다. 이어 “김종인 위원장은 당분간 실각하지 않을 것”이라며 “복당은 최소한 선거가 끝나야 어느정도 논의되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아울러 당장 가시권에 접어들 대선에서 세대교체론에 불이 붙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홍 의원은 1954년생으로 만 66세다. 원희룡(56) 제주지사·안철수(58) 국민의당 대표·김태호 무소속 의원(58)·오세훈(59) 전 서울시장·유승민(62) 전 의원 등 야권 경쟁주자보다 적게는 2살, 많게는 10살 많다.

홍 의원은 선거를 치르는 내후년 일흔에 가까운 나이가 되는 만큼 정치경력·경륜에선 타 주자보다 앞서더라도 세대교체 기류가 강해지면 대선 정국에서 위협 요소가 될 수 있다.

반면 국민의힘이 보궐선거에서 참패할 경우 홍 의원에게는 큰 기회가 될 수 있다.

국민의힘 입장에선 주요선거 5연패인 데다 여당 단체장 범죄로 빚어진 보궐선거를 여당에 그대로 내준 모양새가 되는 만큼 당이 쑥대밭이 될 가능성이 높다.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을 위시한 당 지도부는 뒤로 밀려나고 홍 의원에게 기회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지도부 실각에 따라 복당의 문이 열리면 당 전면에 나설 발판도 수월하게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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