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아이 엠 우먼’(감독 문은주)이 오는 23일 개봉한다. /팝엔터테인먼트
영화 ‘아이 엠 우먼’(감독 문은주)이 오는 23일 개봉한다. /팝엔터테인먼트

시사위크=이영실 기자  1970년대를 대표하는 ‘디바’이자, 세대의 아이콘으로 자리매김한 전설적인 가수 헬렌 레디. 모든 여자들에게 외치는 대담하고 아름다운 그의 인생 무대가 스크린에 펼쳐진다. 제44회 토론토 국제영화제 오프닝나이트 개막작으로 첫 공개된 뒤 지난해 제24회 부산국제영화제에도 초청돼 호평을 이끌어냈다. 영화 ‘아이 엠 우먼’(감독 문은주)이다.

‘아이 엠 우먼’은 빌보드와 그래미를 접수한 호주 출신 가수 헬렌 레디(틸다 코브햄-허비 분)의 자전적 이야기를 담은 영화로, 한국에서 태어나 호주에서 자라고 미국에서 활약 중인 할리우드의 한국 감독 문은주 감독이 각본과 연출을 맡아 국내 영화팬들에게도 기대를 모으고 있는 작품이다.

헬렌 레디는 비틀즈‧도어즈‧데이비드 보위 등 남성 아티스트와 밴드가 지배적이었던 미국 음반 시장에서 실패와 도전을 거듭하며 70년대를 대표하는 ‘디바’이자, 뉴튼 존‧앤 머레이와 함께 세계 3대 여성 가수로 자리매김한 전설적인 가수다.

영화의 제목이기도 한 헬렌 레디의 대표곡 ‘아이 엠 우먼(I Am Woman)’은 그가 직접 작사, 작곡에 참여한 곡으로 1972년 발표와 동시에 여성들의 절대적인 지지 속 빌보드 싱글차트 정상에 올랐다. 뿐만 아니라 해당 곡으로 헬렌 레디는 이듬해 호주 출신 가수로는 최초로 그래미 어워드 최우수여성팝보컬상을 수상하는 영예를 안기도 했다. 

여성들의 용기이자 희망이었던 전설적인 가수 헬렌 레디. 사진은 그를 연기한 틸다 코브햄-허비 스틸컷. /팝엔터테인먼트
여성들의 용기이자 희망이었던 전설적인 가수 헬렌 레디. 사진은 그를 연기한 틸다 코브햄-허비 스틸컷. /팝엔터테인먼트

여성들의 자유와 평등을 향한 움직임이 시작된 70년대, 헬렌 레디의 ‘아이 엠 우먼’은 단순한 히트곡 이상의 의미를 가졌고, 여성들의 용기가 됐다. 현재에도 전 세계 여성의 날 행진에 불러지고 있다. 실제 엄마이자 여자로서 여성들의 목소리를 알리는 것에 힘을 쏟은 헬렌 레디는 여성인권 운동의 상징이자, 여성들의 아이콘적인 존재로 자리매김했다. 

영화는 헬렌 레디가 어떻게 정상에 올랐고, 여성으로서 편견에 맞서 용기를 냈는지 일련의 과정을 시간 순서대로 보여주며 그의 삶을 잔잔히 들여다본다. 특히 여가수를 향한 수많은 편견과 차별 등 현실의 벽에 부딪히는 헬렌의 모습은 당시 시대상을 고스란히 보여주는데, 50년이라는 시간이 흐른 지금도 여전히 존재하는 여성을 향한 사회적 차별을 떠올리게 해 더욱 아프게 다가온다.

꿈을 이루기 위해 새로운 곳으로 향했지만, 아내와 엄마, 가정주부라는 틀 안에 갇혀있길 강요하는 가부장적 시선들, 일과 좋은 엄마 사이에서 고뇌하는 헬렌의 모습은 여자라면, 엄마라면 누구나 공감할 부분이다. 그런 그가 포기하지 않고 꿈을 향해 나아가고, 비로소 세상의 모든 여성들을 위한 목소리를 내는 가수로 성장하는 과정은 희망적 메시지를 전하며 뭉클한 감동을 안긴다.

매 순간 용기 있게 맞선 헬렌 레디. /팝엔터테인먼트
매 순간 용기 있게 맞선 헬렌 레디. /팝엔터테인먼트

“나는 여자. 나의 포효를 들으라. 무시하기에는 우린 너무 커졌지. 모르는 척 살기에는 너무 많은 걸 알게 됐어. 이제 지혜를 얻었네. 지혜는 고통의 산물. 큰 대가를 치렀지만 엄청난 것을 얻었네. 나는 뭐든 할 수 있어. 나는 강해. 나는 꺾이지 않아. 나는 여자.” (‘아이 엠 우먼’ 가사)

명곡의 향연도 감동을 배가시킨다. ‘아이 엠 우먼’부터 ‘아이 돈 노 하우 투 러브 힘(I Don’t Know How To Love Him)’ ‘델타 돈(Delta Dawn)’ ‘엔지 베이비(Angie Baby)’, ‘유 아 마이 월드(You Are My Wolrd)’ 등 주옥같은 명곡들이 헬렌 인생의 중요한 순간에 흘러나와 눈과 귀를 즐겁게 한다. 그중에서도 ‘아이 엠 우먼’은 시대를 초월한 공감을 이끌어내며 마음을 흔든다. 헬렌과 수많은 이들이 함께 ‘아이 엠 우먼’을 부르는 장면은 영화의 대미를 장식하며 깊은 여운을 안긴다.

틸다 코브햄-허비는 헬렌의 30여 년의 세월을 고스란히 담아낸다. 가진 것 없는 싱글맘으로 뉴욕에 도착해 편견에 맞서 고군분투하는 젊은 시절의 헬렌부터 최고의 스타로 성공에 이르고, 자신만의 길을 개척해 간 중년의 헬렌까지 스크린에 생생하게 살아 숨 쉬게 만들었다.

매 순간 용기 있게 맞선 헬렌 레디의 삶은 오랜 시간이 흐른 지금까지도 현재를 살아가는 모든 여성들에게 희망의 메시지를 전한다. 연출자 문은주 감독은 “이 여정을 시작했을 때 여성 행진의 새로운 물결이 시작될 것이라 예상하지 못했다”며 “한 시대를 사로잡은 그의 음악에 대한 아름답고도 감동적인 이야기로 출발했지만, 그 끝은 새로운 세대와 깊이 연관된 가슴 아픈 이야기로 자리 잡아가고 있다”고 영화의 의미를 전했다. 러닝타임 116분, 오는 24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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