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거운 인기를 얻고 있는 넷플릭스 영화 ‘콜’(감독 이충현). /넷플릭스
뜨거운 인기를 얻고 있는 넷플릭스 영화 ‘콜’(감독 이충현). /넷플릭스

시사위크=이영실 기자  마지막까지 긴장을 놓을 수 없는 탄탄한 스토리와 강렬한 캐릭터, 독보적인 미장센으로 국내를 넘어 해외까지 사로잡은 넷플릭스 영화 ‘콜’(감독 이충현). 지난달 27일 베일을 벗은 ‘콜’은 공개 3주 차인 현재까지 넷플릭스 ‘오늘의 한국 TOP 10’ 콘텐츠 순위권에 여전히 이름을 올리며 뜨거운 인기를 이어가고 있다.

‘콜’은 한 통의 전화로 연결된 서로 다른 시간대의 두 여자가 서로의 운명을 바꿔주면서 시작되는 광기 어린 집착을 그린 미스터리 스릴러로, 단편영화 ‘몸 값’으로 세계 유수 영화제를 휩쓴 신예 이충현 감독의 장편 데뷔작이다. 이충현 감독의 감각적인 연출과 배우들의 열연이 더해져 ‘웰메이드’ 타임슬립물로 호평을 받고 있는 가운데, 알고 보면 더 재밌는 비하인드스토리를 소개한다. (*이 기사에는 영화에 대한 스포일러가 포함돼있습니다.)

한국 영화 사상 가장 강렬한 빌런의 탄생을 알린 ‘콜’ 영숙. /넷플릭스
한국 영화 사상 가장 강렬한 빌런의 탄생을 알린 ‘콜’ 영숙. /넷플릭스

◇ 역대급 빌런 영숙, 원작보다 강해졌다?

‘콜’은 푸에르토리코와 영국에서 제작한 영화 ‘더 콜러’(2012)를 원작으로 한다. 이충현 감독은 ‘과거와 연결된 전화로 운명이 바뀐다’는 원작의 콘셉트를 유지하면서, 자신만의 해석을 더한 색다른 변주로 ‘콜’만의 독특한 매력을 완성했다.

원작과 가장 큰 차이는 ‘역대급 빌런’이라고 평가받고 있는 영숙(전종서 분)의 존재다. 원작 ‘더 콜러’는 현재를 살고 있는 메리(레이첼 르페르브 분)를 중심으로 이야기가 펼쳐진다. 전화 한 통으로 과거의 인물 로즈(로나 라버 분)와 연결되고 그로 인해 현재를 위협받는 위기에 처하지만, 로즈에 대한 구체적인 묘사는 없다.

반면 ‘콜’은 영숙의 역할을 확장시킴으로써 강렬한 빌런을 탄생시킨 것은 물론, ‘여성 투톱물’로 완성됐다. 특히 서연(박신혜 분)과 우연히 전화 한 통으로 연결된 뒤, 정서적 교감을 나누던 영숙이 자신의 끔찍한 미래를 알고 폭주하며 연쇄살인마가 되가는 과정이 보다 자세하게 담겨 설득력을 높인다.

이충현 감독은 “과거의 인물을 보여주지 않는 것이 이야기를 확장하는 데 한계가 있다고 생각했다”며 “과거와 현재를 교차적으로 보여주면서 일이 일어나고 충돌하면서 벌어지는 서스펜스와 스릴러를 더 극적으로 끌어내고자 했다”고 설명했다.

‘콜’에서 호흡을 맞춘 전종서(왼쪽)와 박신혜 스틸컷. /넷플릭스
‘콜’에서 호흡을 맞춘 전종서(왼쪽)와 박신혜 스틸컷. /넷플릭스

◇ 박신혜와 전종서, 촬영 없는 날도 현장 찾은 사연

이번 작품으로 처음 연기 호흡을 맞추게 된 박신혜와 전종서는 서로 다른 시간대에 살고 있는 인물을 연기한 탓에 실제 대면하는 장면은 적었다. 거의 모든 대화가 전화 통화로 이뤄졌기 때문. 이에 배우 각자 촬영을 해야 했고, 당시 박신혜가 드라마 스케줄과 맞물렸던 탓에 전종서가 먼저 자신의 분량 촬영을 마쳤다. 이후 박신혜가 전종서의 촬영분을 보며 극의 전체적인 흐름을 맞춰갔다.

그러나 박신혜와 전종서는 본인의 촬영 분량이 없는 날에도 서로의 촬영장을 방문해 대사를 맞춰보며 최대한 에너지를 불어넣어 줬다고. 전종서는 “혼자 촬영하는 듯한 느낌을 받기도 했지만, 서로 목소리 연기를 해주면서 힘을 보탰기 때문에 실제로 통화하는 것 같은 생동감을 느낄 수 있었다”고 말했다.

특히 독기와 광기를 내뿜으며 숨막히는 연기 대결을 펼쳤던 박신혜와 전종서는 카메라가 꺼지면 밝게 웃음 띤 모습으로 남다른 팀워크를 과시했다는 후문이다. 긴장감 넘치는 영화 속 분위기와 달리 웃음이 끊이지 않았다고. 박신혜는 “전종서와 함께하는 내내 서로의 에너지로 세트장이 꽉 채워지는 느낌을 받았다”며 전종서와의 호흡에 만족감을 표하기도 했다.

다양한 애드리브로 더욱 입체적인 영숙을 완성한 전종서. /넷플릭스
다양한 애드리브로 더욱 입체적인 영숙을 완성한 전종서. /넷플릭스

◇ 애드리브로 완성된 ‘이 장면’

천진하면서도 어린 소녀였던 영숙은 신엄마(이엘 분)를 향한 배신감으로 그를 살해한다. 또 그 죄를 덮기 위해 또 다른 살인을 저지르고, 폭주하며 연쇄살인마가 된다. 이 과정에서 영숙은 정서적 교감을 나눴던 서연과도 갈등을 겪게 되고, 서연을 위협하고 위험에 빠뜨린다.

영숙은 서연과의 관계가 뒤틀어지면서 점차 자신의 분노를 표출하는데, 그중에서도 시체가 담긴 검정 비닐이 가득한 싱크대를 주먹으로 내리치며 광기를 드러내는 장면은 영숙의 심리 상태를 가장 잘 보여주는 신으로 꼽힌다.

섬뜩하면서도 강렬했던 이 장면은 영숙을 연기한 전종서의 애드리브였다. 이충현 감독 역시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돌발 행동이었고, 즉흥적이지만 날 것 같은 전종서의 움직임을 고스란히 담아내기 위해 유연함을 발휘했다. 이충현 감독은 “전종서는 매 테이크마다 다른 움직임을 보여줬다”면서 “동물적으로 연기하는 배우”라고 평가했다.

이뿐만 아니다. ‘콜’이 공개된 후 전종서의 차진 욕 연기가 화제를 모았는데, 이 역시 그의 애드리브였다. 이에 대해 전종서는 “대본에 욕이 있긴 했는데, 지금 영화에 나온 욕들은 거의 다 애드리브였다”면서 “테이크를 가면서 어떤 욕이 추가되고, 이렇게 가보고 저렇게 가보고 하면서 원래의 대사처럼 자연스러운 톤으로 맞춰갔다. 영숙의 과격함, 감정선과 맞아떨어지는 욕을 택했다”고 설명했다.

이충현 감독에 따르면 선희는 서연(사진)의 미래를 암시하는 복선이다. /넷플릭스
이충현 감독에 따르면 선희는 서연(사진)의 미래를 암시하는 복선이다. /넷플릭스

◇ 선희의 존재

영화에는 서연과 영숙 외에도 서연의 엄마(김성령 분), 신엄마 등 다양한 캐릭터들이 등장해 극을 풍성하게 채운다. 특히 서연의 아빠(박호산 분)과 성호(오정세 분), 그리고 영숙의 친구 선희(김민하/조경숙 분)는 과거가 바뀌면서 영숙에 의해 희생당하는 인물들이다.

하지만 다른 인물들에 비해 선희에 대한 서사는 자세하게 담기지 않아 영화가 끝난 후에도 궁금증을 불러일으킨다. 우선 영화를 통해 알 수 있는 단서는 영숙이 원래 전화를 걸려던 상대가 동네 슈퍼집 딸 선희였다는 점, 선희가 신엄마 몰래 종종 영숙에게 간식거리를 가져다줬다는 것이다. 또 과거가 바뀌면서 선희의 다리에 없던 화상 흉터가 생겨나 호기심을 자극하기도 했다. 

이충현 감독은 선희를 신엄마가 악역으로 보이게 하는 맥거핀이자, 서연의 미래를 암시할 수 있는 장치로 활용했다. 이 감독은 “선희는 서연과 동일한 처지에 있는 인물”이라며 “서연과 마찬가지로 영숙과 친한 친구였다가 관계가 틀어지고, 영숙으로 인해 화상이 생긴다”고 설명했다. 이어 “선희는 영숙과 같은 시공간에 있고 서연은 다른 시공간에 있지만, 똑같은 일이 일어난다”며 “선희를 통해 서연의 미래에 대한 복선을 표현하고자 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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