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李씨네
[인터뷰] 송강의 눈부신 성장
2020. 12. 24 by 이영실 기자 swyeong1204@sisaweek.com
배우 송강이 또 한 번 성장했다. /넷플릭스
배우 송강이 또 한 번 성장했다. /넷플릭스

시사위크=이영실 기자  “단순히 희로애락이 아닌, 깊은 감정을 표현할 수 있는 배우가 되고 싶다.”

배우 송강은 2017년 tvN ‘그녀는 거짓말을 너무 사랑해’를 통해 연기자로 데뷔했다. 이후 ‘밥상 차리는 남자’(2017~18), ‘악마가 너의 이름을 부를 때’(2019) 등에 출연하며 차근차근 필모그래피를 쌓았다.

그가 본격적으로 주목받기 시작한 건 지난해 공개된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좋아하면 울리는’을 통해서다. 극 중 송강은 겉은 까칠하지만 속은 여린 순정남 선오로 분해 원작 캐릭터와 높은 싱크로율을 자랑하며 단숨에 주목을 받았다. 만화를 찢고 나온 듯한 완벽한 비주얼로 전 세계 시청자를 사로잡았고, 인기에 힘입어 시즌2 공개도 앞두고 있다.

하지만 송강을 향한 관심은 연기력보단 ‘외모’에 초점이 맞춰있었다. 본인 역시 ‘좋아하면 울리는’ 공개 후 진행된 인터뷰에서 자신의 연기에 대한 아쉬움을 내비치기도 했다. 그랬던 송강이 1년여 만에 완전히 달라진 모습으로 돌아왔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스위트홈’을 통해서다.

동명의 웹툰을 원작으로 하는 ‘스위트홈’은 은둔형 외톨이 고등학생 현수(송강 분)가 가족을 잃고 이사 간 아파트에서 겪는 기괴하고도 충격적인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극 중 송강은 은둔형 외톨이에서 그린홈 주민들의 유일한 희망이자 동시에 위협적인 존재가 돼버린 현수로 분해 이야기 전체를 관통하는 캐릭터로 활약했다.

송강은 이전 작품들에서 보여줬던 ‘꽃미남’ 이미지를 벗어던지고 새로운 얼굴을 보여줬다. 비극적인 상황 속 극한에 치닫는 내면 연기부터 괴물들과의 박진감 넘치는 사투에서 펼쳐지는 거침없는 액션 연기까지, 이제껏 보지 못한 강렬한 연기 변신을 선보였다. 특히 눈빛 하나 만으로 두려움, 비장함 등 다채로운 감정을 모두 담아내며 한층 깊어진 감정 연기를 보여줘 호평을 이끌어냈다. 데뷔 4년 차 배우의 눈부신 성장이다.

‘스위트홈’으로 돌아온 송강. /넷플릭스
‘스위트홈’으로 돌아온 송강. /넷플릭스

최근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화상으로 진행된 인터뷰에서 <시사위크>와 만난 송강은 ‘스위트홈’을 향한 뜨거운 관심에 “기분이 정말 좋다”며 천진난만하게 웃다가도, 작품에 대한 이야기를 할 땐 진중하면서도 신중한 대답을 내놨다. 연기 그리고 배우란 직업에 그가 얼마나 진심을 다해 임하고 있는지 엿볼 수 있었다.      

-규모가 큰 작품에 가장 중요한 역할을 맡았다. 부담감이 컸을 것 같은데, 공개 후 반응이 좋아 안심도 했겠다. 기분이 어떤가. 
“방금 들은 이야기인데, 11개국에서 1등을 했다고 하더라. 50개국에서는 톱10 안에 들었다고 들었다.(웃음) 기분이 정말 좋다. 친구들이 대부분 회사원인데 회사 동료들도 다 재미있다고 했다더라. 너무 좋은 반응이었다. 원작 팬이라 캐스팅 소식에 너무 기뻤는데 부담도 많이 됐다. 그런데 이응복 감독님이 ‘너를 믿을 테니 너도 나를 믿고 현수라는 캐릭터의 감정만 생각해서 마음대로 해보라’고 말해주셨다. 그 말을 듣고 부담감을 덜고 편하게 연기할 수 있었다.”

-출연 과정이 궁금하다.
“오디션을 통해 캐스팅됐다. 이나정 감독님이 괜찮은 배우를 찾던 이응복 감독님에게 나를 추천해 줬다고 하더라. 그래서 이응복 감독님과 미팅을 하게 됐다. 그 자리에서 현수가 가족들을 떠나보내고 장례식장에서 통장을 집어던지면서 소리치는 장면을 연기했다. 내 안에서 표현할 수 있는 방법으로 연기를 했는데, 감독님이 현수 같다고 느껴주신 것 같다. 그래서 좋은 기회로 임할 수 있게 됐다.”

-현수가 원작보다 더 우울하고 어두운 캐릭터로 표현이 된 것 같다.
“대본을 보면서 고등학교 때 리더십 있던 현수가 왕따를 당하고 가족들에게 외면을 받고, 그러다가 가족들이 교통사고로 모두 떠나고 그런 상황들이 너무 어둡고 힘들게 다가왔다. 매일 현수의 감정을 상상했고, 매일 생각하다 보니 연기할 때 가장 어둡게 나왔던 게 아닐까 싶다.”

-인간 현수와 환영 현수까지 1인2역을 소화해야 했다. 어떻게 표현하고자 했는지.
“머리가 아플 정도로 생각을 많이 했다. 그런데 생각을 많이 하다 보니 오히려 표현이 더 안 될 것 같은 거다. 그래서 정말 간단하게 현수를 연기할 때는 내 안에 있는 가장 내성적인 모습을 표현하려고 했고, 환영 현수를 표현할 때는 내가 생각할 수 있는 가장 사악한 감정을 끌어올리려고 노력했다. 또 환영 현수 연기할 때 입꼬리에 포인트를 주려고 했다. 영화 ‘조커’처럼 입꼬리를 최대한 많이 찢으려고 노력했다.”

‘스위트홈’에서 은둔형 외톨이 현수 역으로 전 세계 시청자와 만난 송강. /넷플릭스
‘스위트홈’에서 은둔형 외톨이 현수 역으로 전 세계 시청자와 만난 송강. /넷플릭스

-현수의 비주얼 구축 과정도 궁금하다. 이응복 감독은 덥수룩한 머리로 아무리 가려도 ‘꽃미모’가 숨겨지지 않았다고 했는데.
“덥수룩한 머리와 모습은 분장팀에게 맡겼고, 나는 내가 할 수 있는 자세들에 신경을 썼다. 어깨를 움츠린다거나 목을 뺀다거나. 또 후드 티를 입으면 조금 더 왜소해 보이더라. 그래서 후드 티를 많이 입으려고 했다. 감독님이 그렇게 말해주셨다니 감사하게 생각한다. 나는 그저 감독님을 믿고 따랐다.”

-현수와 그린홈 주민들과 맺어가는 각각의 관계도 인상 깊었다. 기억에 남는 캐릭터나 장면이 있을까.
“8화에서 은유(고민시 분)가 촛불을 들고 혼자 있는 현수에게 말을 거는 장면이 있다. 현수에게는 은유가 촛불 같은 존재가 아닐까 생각이 들더라. 위로가 될 수 있는 존재. 그래서 은유와의 관계가 가장 인상 깊었고, 그 장면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현수가 괴물화가 된 이유가 무엇이라고 생각했나. 또 괴물화가 진행됐음에도 괴물이 되지 않을 수 있었던 이유는.
“현수가 죽고자 하는 욕망이 강한 인물이다. 살고자 하는 면역력이 약해서 괴물화가 된 게 아닐까 싶다. 그러던 현수가 아이들을 만나고 정의로움이 점점 쌓이면서 살고자 하는 욕망, 지키고자 하는 욕망이 세져서 괴물이 되지 않고 버틸 수 있었던 게 아닐까 생각했다.”

앞날이 더욱 기대되는 배우 송강. /넷플릭스
앞날이 더욱 기대되는 배우 송강. /넷플릭스

-연기하면서 가장 어렵고 고민을 많이 했던 장면이 있다면.
“크로마키 안에서 현수와 환영 현수를 연기해야 하는 장면이 있었다. 앉아서 현수로 연기를 하고 일어나서 바로 환영 현수를 표현해야 했다. 촬영 전부터 며칠 동안 그 장면만 생각했다. 어려웠지만, 이런 식의 연기를 빨리 경험할 수 있어서 좋았고 편집된 걸 보면서 새로웠다. 즐기면서 촬영했다.”

-액션 장면도 많았다. 베스트 액션신을 꼽자면.
“와이어 액션을 처음 해봤는데, 마음대로 몸이 안 움직여지더라. 기진맥진한 기억이 있다. 현수가 근육괴물한테 맞고 튕겨져 나가는 신이 있었는데, 그 장면도 와이어로 촬영한 신이다. 한 번 튕겨져 나가면 와이어로 끌어당겨져서 벽에 부딪히는 신이었는데, 촬영할 때 정말 힘들었는데 그만큼 잘 나왔더라. 기억에 남는다.”

-전작보다 많이 성장했다는 느낌을 받았다. 본인도 자신의 성장을 확인한 지점이 있을까.
“어둡고 사악한 면과 밝았을 때 현수의 모습에 대해 연구를 많이 하다 보니 드라마가 끝났을 때 감정의 폭이 전보다 다양해졌다는 게 느껴졌다. 그 상태에서 ‘좋아하면 울리는 시즌2’를 찍는데, 대본을 표현함에 있어서 폭들이 커졌구나 생각이 들었다. 단순히 대사로만 표현하는 게 아니라, 이 감정들을 어떻게 하면 눈으로 표현할 수 있을까 고민하게 된 변화도 생겼다. ‘스위트홈’을 통해 정말 많은 걸 배웠다. 감정의 표현 방법들과 상대 배우와의 액션과 리액션을 어떻게 하면 더 돋보이게 할 수 있을까에 대해 많이 알게 됐다. 또 한 신만을 위한 감정이 아닌, 장면마다 감정이 연결되고 계속돼야 한다는 것도 배웠다.”

-데뷔 4년 차다. 지금의 마음가짐이 궁금하다. 배우로서 사람으로서 꼭 지키고자 하는 다짐이나 약속이 있다면.
“사람 송강으로서는 겸손함이다. 선배들에게 어디에 가든 인사는 꼬박 꼬박 하고 예의 바르게 행동하라는 말을 정말 많이 들었다. 꼭 지키려고 노력한다. 아침에 일을 나갈 때마다 항상 머릿속에 되뇌면서 간다. 배우로서는 어떻게 하면 더 성장할 수 있을까 어떻게 하면 지금보다 더 잘 표현하고 사실적으로 표현해낼 수 있을까 생각이 크다. 그래서 영화나 드라마를 많이 보면서 공부를 하고 있다. 단순히 희로애락이 아닌, 깊은 감정을 표현할 수 있는 배우가 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