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극장가 유일한 대작인 (왼쪽부터) ‘반도’ ‘강철비2: 정상회담’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 /NEW, CJ엔터테인먼트, 롯데엔터테인먼트
올해 극장가 유일한 대작인 (왼쪽부터) ‘반도’ ‘강철비2: 정상회담’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 /NEW, CJ엔터테인먼트, 롯데엔터테인먼트

시사위크=이영실 기자  올해 극장가에는 ‘텐트 폴’ 영화가 실종됐다. ‘텐트 폴’이란 막대한 자본을 투입해 만든 큰 규모의 작품을 가리키는 것으로, 주로 극장의 성수기를 겨냥해 개봉해왔다. 그러나 올해는 코로나19가 장기화되면서 크고 작은 영화들의 배급 및 상영 일정이 꼬였고, 관객 수가 연일 급감하는 상황에서 개봉을 강행할 ‘용자’는 없었다.

특히 적게는 100억, 많게는 200억 이상의 제작비가 투입된 대작들은 더욱 그러했다. 코로나19 팬데믹 상황 이후 개봉한 한국영화 중 100억원 이상의 제작비가 투입된 작품은 ‘반도’(감독 연상호, 190억원), ‘강철비2: 정상회담’(감독 양우석, 150억원),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감독 홍원찬, 140억원)이 유일하다. 영화 ‘#살아있다’(감독 조일형)와 ‘도굴’(감독 박정배)는 100억원 안팎의 제작비가 투입됐다.

이 밖에 올해 기대작으로 꼽혔던 대형 영화들은 극장 개봉을 포기하고, OTT 공개라는 파격적인 결정으로 화제를 모았다. ‘사냥의 시간’(감독 윤성현)에 이어 ‘콜’(감독 이충현)이 넷플릭스로 직행했고, 내년 1월 1일 공개되는 ‘차인표’도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된다. 한국형 우주 SF 블록버스터로 기대를 모았던 영화 ‘승리호’(감독 조성희) 역시 넷플릭스 행을 택했다. 박훈정 감독의 ‘낙원의 밤’도 넷플릭스 개봉을 논의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순 제작비만 15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진 ‘영웅’(감독 윤제균)과 순 제작비 164억원을 들인 ‘서복’(감독 이용주) 등은 연내 개봉을 포기하고 내년을 기약했지만, 아직 구체적인 개봉 일정은 잡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여성서사 및 여성감독들의 영화가 꾸준히 개봉하며 관객과 만났고 좋은 반응을 이끌어냈다.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삼진그룹 영어토익반’ ‘오케이 마담‘ ‘정직한 후보’ ‘디바’ ‘내가 죽던 날’ ‘결백’ 포스터. /각 영화 배급사
여성서사 및 여성감독들의 영화가 꾸준히 개봉하며 관객과 만났고 좋은 반응을 이끌어냈다.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삼진그룹 영어토익반’ ‘오케이 마담‘ ‘정직한 후보’ ‘디바’ ‘내가 죽던 날’ ‘결백’ 포스터. /각 배급사

◇ 여성영화인의 ‘약진’  

거대 자본을 낀 상업영화들이 대거 개봉을 미루면서, 극장가는 중소형 규모의 영화들로 채워졌다. 이에 장르는 더 다양해졌고, 신인 감독의 활약도 돋보였다. 그중에서도 여성영화인의 활약이 빛났는데, 여성서사 및 여성감독들의 영화가 꾸준히 개봉하며 관객과 만났고 좋은 반응을 이끌어냈다.

가장 많은 관객을 동원한 작품은 배우 고아성‧이솜‧박혜수 주연의 ‘삼진그룹 영어토익반’(감독 이종필)이다. 1995년 회사의 비리에 맞선 말단 여사원들의 우정과 연대를 그려내 호평을 얻었다. 지난 10월 개봉해 157만 관객을 불러 모으면서, 침체된 극장가에 활기를 불어넣었다.

장유정 감독이 메가폰을 잡고, 라미란이 원톱주연으로 활약한 영화 ‘정직한 후보’는 153만명의 선택을 받아 뒤를 이었다. 지난 2월 개봉한 ‘정직한 후보’는 코로나19 확산세에도 손익분기점(150만)을 넘기면서 소기의 성과를 달성했다.

엄정화의 스크린 복귀작 ‘오케이 마담’(감독 이철하)은 최종스코어 122만명을 기록하며 손익분기점(250만명)을 넘기지 못했지만, 남배우들이 장악한 여름 극장가에 여배우를 앞세운 유일한 액션물로 출사표를 던지며 의미를 더했다.

또 신혜선‧배종옥 주연의 ‘결백’(감독 박상현), 김혜수‧이정은이 함께 한 ‘내가 죽던 날’(감독 박지완), 신민아‧이유영의 ‘디바’(감독 조슬예) 등 베테랑 여배우들이 활약한 작품들이 관객과 만났다. 스포츠를 통해 젠더 문제에 대해 이야기한 ‘야구소녀’(감독 최윤태)도 호평을 얻었다. 주연을 맡은 이주영은 뉴욕아시안영화제에서 라이징스타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여성감독들의 활약이 두드러졌다.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정직한 후보’ 장유정 감독 ‘침입자’ 손원평 감독 ‘내가 죽던 날’ 박지완 감독 ‘69세’ 임선애 감독 ‘소리도 없이’ 홍의정 감독 ‘남매의 여름밤’ 윤단비 감독 /각 배급사
여성감독들의 활약이 두드러졌다.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정직한 후보’ 장유정 감독 ‘침입자’ 손원평 감독 ‘내가 죽던 날’ 박지완 감독 ‘69세’ 임선애 감독 ‘남매의 여름밤’ 윤단비 감독 ‘소리도 없이’ 홍의정 감독 /각 배급사

여성감독들의 활약도 두드러졌다. ‘정직한 후보’ 장유정 감독부터 △‘침입자’ 손원평 감독 △‘내가 죽던 날’ 박지완 감독 △‘디바’ 조슬예 감독 △‘소리도 없이’ 홍의정 감독 등 상업영화는 물론, △‘찬실이는 복도 많지’ 김초희 감독 △‘남매의 여름밤’ 윤단비 감독 △‘69세’ 임선애 감독 △‘애비규환’ 최하나 감독 등 독립‧예술영화까지 종횡무진 했다.

‘남매의 여름밤’ 윤단비 감독은 지난 16일 진행된 ‘올해를 빛낸 여성감독들, 2020년을 말하다’ 랜선 토크에서 여성 중심 작품들이 큰 호응을 얻은 것에 대해 “여성서사에 대한 영화계와 관객들의 갈증이 항상 존재했던 것 같다”며 “흥행과 수익성 측면에서 여성서사는 부적합하다는 편견을 깨기 위해 다양성 영화들이 모험을 주도한 것이 상업영화까지 관심을 이어온 게 아닌가 싶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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