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李씨네
[2020 영화③] 코로나19 속 빛난 유아인의 ‘열 일’
2020. 12. 31 by 이영실 기자 swyeong1204@sisaweek.com
코로나19 속 두 편의 영화로 관객을 위로한 배우 유아인. /UAA
코로나19 속 두 편의 영화로 관객을 위로한 배우 유아인. /UAA

시사위크=이영실 기자  올해도 많은 배우들이 ‘열 일’을 이어갔다. 코로나19로 인한 최악의 위기 속에서도 영화인들은 주어진 환경 안에서 관객과 안전하게 만나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 그중에서도 유독 눈에 띄는 배우는 유아인이다. 영화 ‘#살아있다’에 이어 ‘소리도 없이’까지, 코로나19 시국 속 두 편의 영화로 관객을 위로했다.

유아인은 지난 6월 개봉한 ‘#살아있다’(감독 조일형)로 올해 첫 행보를 시작했다. 코로나19 여파로 대부분의 영화들이 개봉 일정을 연기하고, 눈치만 보던 상황에서 ‘#살아있다’는 정면 돌파라는 과감한 선택으로 ‘신작 기근’에 시달리던 극장가의 숨통을 트는 역할을 했다.

물리적 고립뿐 아니라 디지털적으로도 완전히 단절된다는 설정의 ‘#살아있다’는 코로나19로 사회적 거리두기가 일상화된 현 시국과 맞물려 호평을 이끌어냈고, VOD 예상 수익까지 포함한 극장 손익분기점인 190만명을 돌파하며 올해 전체 흥행 순위 7위에 올랐다.

‘#살아있다’의 흥행은 침체된 극장가에 활력을 불어넣었을 뿐 아니라, ‘반도’ ‘강철비2: 정상회담’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 등 여름 대작들이 개봉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하기도 했다. ‘#살아있다’와 ‘반도’가 스크린에 걸린 7월 한국영화 관객 수는 전월 대비 68.4%(191만명↑) 증가한 469만명을 기록했는데, 이는 코로나19 사태 이후 처음으로 전년 동월 대비 증가한 수치로 이목을 끌었다. 

‘#살아있다’로 새로운 얼굴을 보여준 유아인. /롯데엔터테인먼트
‘#살아있다’로 새로운 얼굴을 보여준 유아인. /롯데엔터테인먼트

유아인의 공이 크다. 미국 체류 중인 조일형 감독의 부재 속에서 그는 ‘열혈 홍보’를 이어가며 주연배우로서 책임을 다했다. 제작보고회‧언론배급시사회‧대면 인터뷰 등 기본적인 홍보일정 외에도, JTBC ‘방구석1열’부터 MBC ‘나 혼자 산다’ 등 그동안 쉽게 볼 수 없었던 예능프로그램에도 모습을 드러내 화제를 모았다.

연기적으로도 좋은 평가를 받았다. 그동안 진지하고, 은유적이고 함축적인 작품들을 통해 개성 강한 연기를 보여줬던 유아인은 ‘#살아있다’에서 기존의 틀을 완전히 깨버리는 연기로 호평을 이끌어냈다. 극 중 하루아침에 세상과 단절된 채 혼자 남겨진 유일한 생존자 준우로 분한 그는 옆집 청년 같은 평범하면서도 친숙한 얼굴로 현실감 넘치는 액션부터 능청스러운 코믹 연기, 절박한 감정 연기까지 흠잡을 데 없이 완벽 소화하며 이름값을 해냈다. 

지난 10월 개봉한 ‘소리도 없이’(감독 홍의정) 흥행도 의미가 깊다. 약 19억원의 제작비로 제작된 저예산영화 ‘소리도 없이’는 선과 악이 명확한 전형적인 구조가 아닌 기존의 잣대와 신념을 비틀고 꼬집으며, 등장과 동시에 충무로의 새로운 문제작으로 떠올랐다. 독특한 캐릭터 설정과 아이러니한 사건을 통해 기존 범죄물과는 차별화된 재미를 선사, 40만 관객을 사로잡으며 손익분기점인 35만을 넘었다.

‘소리도 없이’의 성공은 유아인(왼쪽)의 힘이다. /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소리도 없이’의 성공은 유아인(왼쪽)의 힘이다. /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이 역시 유아인의 힘이다. 충무로 대표 ‘흥행배우’로 꼽히는 유아인은 장편 영화 연출이 처음인 ‘신인’ 감독의 ‘저예산’ 영화에 선뜻 주연배우로 나서 힘을 보탰다. 정확한 금액은 알려지지 않았지만, 평소 그가 받는 수준의 개런티를 받았다면 성사될 수 없었던 만남이다. 유아인의 선택만으로도 작은 영화 ‘소리도 없이’는 관객의 흥미를 끌기에 충분했고, 작품성과 흥행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았다.

‘소리도 없이’는 유아인의 필모그래피에도 특별한 작품으로 남았다. 그동안 수많은 작품에서 숱한 변신을 거듭해온 ‘유아인’이라는 배우를 전혀 예상하지 못한 방식으로 새롭게, 또 한 번 확장시켰기 때문이다. 묵묵하게 범죄 조직의 뒤처리를 하며 근근이 살아가던 태인으로 분한 그는 볼록 나온 배에 구부정한 자세, 입이 댓 발 나온 표정까지 그동안 보지 못한 외적 변신은 물론, 대사 한 마디 없이도 압도적인 에너지를 뿜어내며 소리도 없이 관객을 매료했다.

내년에도 ‘열 일’ 한다. 이병헌과 함께 하는 영화 ‘승부’(감독 김형주)가 내년 개봉을 목표로 촬영을 시작했고, ‘천만 감독’ 연상호 감독과 작업한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지옥’ 공개도 앞두고 있다. 

“배우가 이렇게 환대를 받는 세상에서 추구해야 할 본질, 책임감이라는 것은 삶의 이야기를 보다 더 가깝게 펼쳐내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무엇이든 다 삶의 이야기겠지만, 가증스럽고 허튼소리들은 최대한 지양하는 작품들에 대한 끌림이 강하다.”

‘소리도 없이’ 개봉 당시 <시사위크>와 만난 유아인이 뱉은 말이다. 자신의 생각을 주저없이 표현하고 조금은 남다른 길을 걷고 있는 탓에 때론 튀기도 하지만, 유아인은 그만의 방식으로 그 누구보다 성실하게, 배우로서 주어진 책임과 소임을 다하고 있다. 그의 행보 하나하나가 빛나는 이유가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