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멸종(Extinction)’. 지구상에 존재하던 어떤 종이 모종의 이유로 세계에서 사라져 개체가 확인되지 않는 것을 의미한다. 사실 지구의 입장에서 멸종은 항상 일어나는 작은 사건일 뿐이다. 지구의 생명역사가 시작된 38억년 전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지구상의 생명체 대부분이 사라지는 ‘대멸종의 시대’가 존재했다. 그러나 우리가 주목해야할 것은 멸종의 원인이 기존의 ‘자연현상’에 의한 것이 아닌, 인간이 직접적 원인이 된 멸종으로 변해가고 있다는 점이다. 환경오염, 불법 포획부터 지구온난화까지 우리 스스로 자초한 결과물들이 서서히 나타나고 있다. 이제 지구는 우리에게 묻는다. “너희 스스로 자초한 재앙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힘이 있는가.” [편집자 주]

야생동물들이 우리 일상생활 영역에 들어오는 일은 신기하지만 동시에 무서운 일이다. 그런데 최근 인간들의 영역인 도심지역에 동물들이 출몰하는 일이 급격히 늘어나고 있다. 어째서 일까?/ 사진=Getty images, 편집=박설민 기자
야생동물들이 우리 일상생활 영역에 들어오는 일은 신기하지만 동시에 무서운 일이다. 그런데 최근 인간들의 영역인 도심지역에 동물들이 출몰하는 일이 급격히 늘어나고 있다. 어째서 일까?/ 사진=Getty images, 편집=박설민 기자

시사위크=박설민 기자  #수많은 새들이 지붕 위에 내려앉아 움직이지 않고 있다. 하지만 그들의 눈은 집밖으로 도망치고 있는 한 여성을 끊임없이 주시한다. 여성은 조심스럽게 한걸음 한걸음을 내딛지만  큰 발소리를 내고 만다. 그것을 신호로 수백 마리의 새떼가 여성을 향해 날아가 공격하고, 여성은 결국 죽고 만다.

세계적인 영화 감독 알프레드 히치콕 감독의 영화 ‘새’의 한 장면이다. 평화로운 시골 마을에 갑자기 새들이 알 수 없는 이유로 사람들을 무리지어 습격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동물을 소재로 한 공포영화 하면 ‘죠스’와 함께 빠짐없이 언급되는 작품으로 영화 개봉 이후 미국에서는 조류공포증(ornithophobia) 발병이 증가했다는 연구보고가 있었을 정도로 충격적인 작품이었다.

앞서 소개한 영화 ‘새’나 ‘죠스’가 사람들에게 공포감을 주는 이유는 사람들이 ‘안전’하다고 느끼는 일상 영역을 야생동물들에게 침범당하는 데 있다. 거주하는 마을이나 휴가를 보내고 있는 해변에서 생각지도 못한 동물들에게 죽을 위기에 처하는 것은 확실히 두려운 일이다.

문제는 현실에서도 이 같은 사건이 발생하고 있다는 점이다. 물론 영화처럼 무시무시한 공격성으로 습격하는 동물들은 거의 없으나, 동물들이 점점 사람들의 ‘영역’을 침범하는 일이 급증하는 추세다. 도심지역에는 새떼들이 몰려들고, 민가로는 멧돼지, 너구리, 살쾡이 등 야생동물들이 내려오고 있다. 왜 그들은 자신들의 삶의 터전을 떠나 알 수 없는 위험이 도사린 인간의 영역으로 발을 디디고 있는 것일까.

지난 2일 수원 망포동에 나타난 까마귀떼의 모습. 전문가들은 까마귀들이 수원시를 새로운 보금자리로 인식해 무리지어 겨울철마다 나타나는 것으로 보고 있다./ 사진=박설민 기자

◇ 하늘을 뒤덮는 까마귀떼, 아파트에 나타난 수달… 도심에 출몰하는 동물들

최근 도심으로 몰려오는 동물의 대표적인 예는 철새 등 ‘조류’다. 날개로 하늘을 날 수 있기 때문에 이동성 및 접근성이 다른 야생동물보다 훨씬 높기 때문이다. 수원시 하늘을 뒤덮으며 몰려오는 ‘떼까마귀’들이 바로 그것이다. 겨울 철새인 떼까마귀는 여름철엔 시베리아에서 서식하지만 겨울이 되면 상대적으로 따뜻하고 먹이를 구하기 쉬운 우리나라를 찾는다.
 
조류 분야 전문가들은 도심 지역이 떼까마귀들에게 ‘새로운 보금자리’가 된 것 같다고 추측한다. 수원시 외곽에 위치한 논밭에서 낮에는 먹이를 구하고, 밤에는 따뜻하고 천적들로부터 안전한 도심 속 건물들 틈에 자리 잡는다는 것이다.

다만 철새들의 도심으로 오는 이유를 한가지로 단정 지을 수는 없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입장이다. 여러 복합적인 요인들의 상호작용에 의한 행동이라는 것이다. 도심을 찾는 철새들은 원래 도시가 건설되기 이전부터 그곳을 서식지로 삼아 왕복했던 종일 가능성이 있고, 더 좋은 보금자리를 찾다가 도시가 마음에 들어 정착했을 수도 있다.

<시사위크>가 국립공원공단 조류연구센터 관계자에게 철새들이 도심으로 오는 이유에 대해 문의한 결과, “정확하게 현장에 대한 세밀한 조사가 수반이 돼야 할 것 같으나 정확하게 판단하긴 어렵다”며 “기본적으로 생명체가 어떤 지역을 보금자리로 선택하는 이유는 먹이가 있고, 공격을 피할 수 있는 안전한 장소이기 때문”이라는 답변을 얻을 수 있었다.

그런데 이 같은 야생동물들의 도심 지역으로의 이동은 비단 철새들만의 문제가 아니다. 일반 육상 동물들과 멸종위기종들까지 도심지역에서 출몰하는 횟수가 점차 증가하고 있다. 이는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일어나고 있는 현상이다.

충북야생동물보호센터에 따르면 지난 2013년부터 2015년에 이르기까지 충북지역 도시 내에서 구조된 야생동물의 수는 △2013년 353마리 △2014년 611마리 △2015년 726마리로 급증했다. 이중 약 60%는 주택이나 도로 등 인공시설에서 발견됐으며, 멸종위기종 구조도 296건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우리나라의 대표적 멸종위기종으로 잘 알려진 수달이 도심지역에서 출몰하는 일도 많다. 지난해 9월 강원도 원주에 한 아파트에서 발견됐었다. 당시 수달은 주차장 차량아래 숨어있었는데, 원주소방서에서 구조에 성공한 후 다시 원주천에 방류된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부산의 한 수산시장에서는 수달이 수족관을 습격해 물고기를 훔치는 모습이 SBS보도를 통해 방영된 적도 있다. 

까마귀떼같은 철새들뿐만 아니라 멸종위기종들의 도심지역 출몰도 증가하고 있다. 사진은 지난해 9월 강원도 원주에 한 아파트에서 발견됐다 구조된 멸종위기종 수달의 모습./ 원주소방서

◇ “갈 곳이 없다”… 서식지 파괴로 도시로 내몰리는 동물들

앞서 설명한 바와 같이 동물들이 도심으로 향하는 요인은 다양하다. 하지만 문제는 최근 들어 동물들이 도심으로 향하는 요인 중 인간들이 도시화를 진행하면서 ‘서식지의 감소’라는 새로운 원인이 급증하고 있다는 점이다. 

실제로 지난 2018년 1월 26일 글로벌 과학저널 ‘사이언스’의 메인 논문으로 실렸던 ‘인류세(世)의 이동: 지구상의 포유류 이동의 전지구적 감소’에 따르면 야생 동물의 도심 출현의 가장 큰 원인은 ‘인간’의 활동으로 나타났다.

독일 쉔켄베르크 자연학연구회 소속 생물다양성 및 기후연구센터 및 24개국 99개 연구기관의 114명의 학자들이 5대양 6대주에 살고 있는 포유류의 움직임에 대해 분석한 결과, 동물들의 생활 공간이 도심 등 인간의 거주영역과 최소 33%에서 많게는 50%까지 겹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회색곰, 코끼리 등 대형 포유류나 표범, 퓨마 등 활동영역이 넓은 포식동물의 경우 인간과의 ‘영역다툼’이 심화될 가능성이 높았다.

연구팀은 “야생동물들이 벌목, 개간 등으로 인해 점점 좁아지는 자신들의 생존 영역에서 먹이를 구하기 어려워졌을뿐만 아니라, 자신이 원래 살았던 ‘집’이라는 기억 때문에 사람들의 거주지를 찾아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수원시에 무리지어 나타나는 떼까마귀들 역시 서식지 감소가 도심 출몰의 원인이 될 수 있다.  과거 우리나라를 찾는 떼까마귀들은 수원 지역뿐만 아니라 김포 지역으로 분산해 자리를 잡았었다. 하지만 2003년 정부가 서울 집값의 급등을 막기 위해 2기 신도시 계획을 실행하고 2010년부터 본격적인 공사가 시작된 이후 기존 김포시에 자리 잡았던 녹지면적은 크게 감소하기 시작했다. 

이후 도시가 완성되면서 김포시 근처에 겨울철 까마귀들이 한국에서 휴식을 취할 서식지가 크게 줄자 까마귀들은 새로운 둥지를 찾아 떠났고, 2016년 이후부터 수원시에 떼까마귀 무리가 급증했다.  

우리나라 철새 생태를 연구하고 있는 한국물새네트워크 이기섭 대표는 <시사위크>와의 통화에서 “과거 김포지역에서는 현재 수원시에 출몰하는 숫자만큼 많은 떼까마귀들이 월동을 했었으나, 최근엔 김포에서 월동하는 것 같지 않으며, 이들이 수원시로 이동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전했다.

이어 “정확하진 않으나 김포지역은 계속 신도시가 추진되면서 과거 넓은 농경지들이 도시화되고, 저지대 숲들도 많이 훼손됐기 때문에 새로운 서식지를 찾아 떼까마귀들이 수원으로 이동한 것으로 추측한다”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은 인간의 벌목 등으로 인해 서식지가 줄면서 야생동물들이 자연스레 도시로 내몰리고 있다고 보고 있다./ 그린피스

◇ 야생동물들의 도심 출몰… 인간과 동물 모두에게 위험하다

서식지의 파괴는 숲을 밀어내고 그 자리에 농지나 건물을 만드는 것으로만 정의할 수는 없다. 단순히 산에 고속도로를 뚫는 것 만해도 동물들에겐 동선을 막히게 해 보금자리로 돌아갈 수 없게 만들어 도심을 방황하게 할 수 있다. 또한 기후변화 등으로 숲이 줄어들고, 해수의 온도가 상승해 먹이군이 이동하게 하는 것도 인간에 의한 서식지의 파괴라고 볼 수 있다.

사실 도심지역으로의 동물 이동은 야생동물들 자체에게 위험할 수 있다. 농약과 폐수 등 독극물에 오염된 먹이를 섭취해 죽을 가능성도 매우 높다. 유해조수로 지정될 경우 사살당할 확률도 매우 높다. 새들의 경우, 투명한 유리창에 머리를 부딪혀 죽는 일도 자주 발생한다. 

야생동물이 인간의 영역으로 들어오는건 매우 위험한 일이다. 로드킬 등의 위험이 도사리고 있기 때문이다. 사진은 로드킬로 목숨을 잃은 멸종위기종 삵의 모습./ 뉴시스

특히 빠른 속도로 차들이 지나가는 도로변의 교통사고는 운전자들과 야생동물에게 매우 치명적이다. 지난 2018년 환경부에서 발표한 ‘멸종위기야생동물 보전종합계획’ 보고서에 따르면 광역교통망 확장 및 교통량 증가로 생태계 단절과 로드킬이 급격히 증가한 것으로 확인됐다.

보고서에 따르면 2005년부터 2015년까지 고속도로의 길이는 2,968km에서 4,193km로 약 1.4배로 증가했다. 그 결과 로드킬 횟수 역시 2012년 3,174건이었던 로드킬 횟수는  2016년 기준 1만2,867건으로 4배나 급증했다.

야생동물들의 도시행은 인간들에게도 큰 피해를 발생시킨다. 실제로 수원시는 까마귀떼가 최근 급증하면서 배설물로 인한 오염문제, 전선 누전 등으로 심각한 피해를 받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 2019년 기준 수원시는 배설물 청소에 지난해 1,600만원 상당의 예산을 투입했다. 피해를 막기 위해 수원시는 순찰반을 구성하고 레이저로 까마귀들을 쫓아내는 등의 대책을 세우고 있으나, 잠시 도망칠 뿐 까마귀들은 다시 자리를 잡아버려 별다른 효과가 없다. 여기에 수원시 근처에 위치한 오산 비행장에서 새들이 날다 비행기 엔진에 충돌하는 ‘버드 스트라이크’가 발생하는 날엔 대형 참사로 이어질 수 있다.

야생동물들의 도심 출현은 인간들에게도 큰 피해를 준다. 수원시는 까마귀떼가 최근 급증하면서 배설물로 인한 오염문제, 전선 누전 등으로 심각한 피해를 받고 있는 상황이다./ 사진=박설민 기자

여기에 새들보다 더 크고 위험한 야생동물들이 도심지역으로 내려오는 것은 ‘일본 산케베츠 불곰 사건’ 등과 같은 훨씬 더 큰 위협적인 피해로 이어지기도 한다. 

산케베츠 불곰사건은 지난 1915년 일본 홋카이도 산케베츠 지역에서 벌어진 동물 습격 사건으로 어린 아이를 포함해 총 7명이 불곰의 습격으로 사망한 사건이다. 당시 미개척지였던 산케베츠 지역에 마을이 들어서고 숲이 훼손되면서 먹이가 급격히 감소하자 불곰이 민가로 내려와 사람들을 사냥한 것이다.

기후변화와 해양오염으로 서식지가 줄어든 상어들 역시 해수욕장 등에 나타나는 빈도가 점차 증가하고 있다. 지난해 10월 미국 CNN보도에 따르면 9월 호주 서부해안에서 서핑을 즐기던 한 서퍼가 상어의 공격으로 숨지는 등 지난해 1년 간 총 7건의 상어 습격으로 사망자가 발생했다. 

해양학자들은 수온 상승으로 상어의 먹이가 되는 물고기, 해양 포유류들이 새로운 보금자리를 찾아 해수욕장이 몰려있는 남쪽 해안으로 이주함에 따라 상어도 먹이를 찾아 함께 이동한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해 12월 러시아 호랑이 연구단체 아무르 호랑이 센터에 따르면 연해주 달레네친스크 지역 마을 민가에 멸종위기종인 아무르 호랑이가 나타나 개와 가축을 습격하는 일이 잇따라 발생한 것으로 알려졌다. 센터 측은 정확한 이유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으나 서식지의 먹이 부족으로 인해 내려왔을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우리나라에서도 도심과 민가에 자주 출몰하는 멧돼지는 농경지 및 시설 파괴하고 사람을 습격해 사망에 이르게 한 사례도 다수 존재한다.

야생동물들의 도심 출몰은 전염병에도 매우 위험하다. 우리나라에서 도심과 민가에 자주 출몰하는 너구리는 광견병을 가지고 있는 확률이 매우 높아 인근 개들과 사람들에게 매우 위협적이다. 또한 멧돼지들은 아프리카 돼지열병(ASF)를 확산시켜 농가에 막대한 피해를 입힌다. 해마다 한국을 찾는 철새들이 조류독감(AI)를 퍼뜨릴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덩치가 크거나 위협적인 야생동물이 도시에 오는 것은 큰 피해로 발생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가축 등을 습격할 수도 있고 인명피해로 이어질 수 있어 대비책이 시급하다. 사진은 인도의 코끼리가 한 도시를 공격해 자동차 및 오토바이를 부수고 있는 모습./ 유튜브 캡처 

◇ 함께 살아가거나, 서식지를 돌려주거나

인간들의 개간과 도시화 추진으로 야생동물들의 서식지가 감소하면서 도심 지역에서 양 측의 충돌은 이제 불가피하게 됐다. 하지만 이를 막기 위해 도시를 다시 뜯어내 자연으로 돌리는 것도 사실상 불가능한 일이다. 

전문가들은 도심 속에 들어온 동물들을 단순히 쫓아내는 것은 별다른 대책이 되지 못할 것이며, 자연환경을 인위적으로 사람들이 변경시킨 만큼, 이들과 공존할 수 있는 대비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그렇다면 어떻게 야생동물들과 인간이 도심에서 공존할 수 있을까.

먼저 해외에서 야생동물과 인간의 공존을 위해 마련된 대응 방안 중 대표적인 것은 ‘조류 친화적 유리창’이다. 투명한 유리창을 보고 날아들다 부딪혀 죽는 새들의 숫자를 줄이기 위해 고안 된 것으로 유리창에 스티커, 무늬 등으로 표시하거나 평균적으로 새들이 날개를 펼치고는 빠져나갈 수 없도록 좌우 폭은 10cm, 높이 5cm 미만으로 규정한다. 수많은 철새들이 서식하고 있는 2007년 캐나다 토론토는 이같은 내용의 시 녹색개발 표준에 ‘조류친화적 개발지침’을 제도적으로 지정해 시행 중이다.

우리나라 정부 역시 해마다 야생동물과의 공존을 위한 정책을 보안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29일에도 환경부는 올해부터 실시할 ‘제4차 야생생물 보호 기본계획’을 마련했다고 발표했다.

기본 계획에 따르면 야생동물의 사고 예방과 구조 및 치료 체계 강화를 위해 △투명 방음벽 등 조류충돌 및 야생동물 찻길사고 저감방안 마련했다. 야생동물 사고예방, 복지 등을 위한 야생동물 구조관리센터도 지난해 16개소보다 많은 20개소를 오는 2025년까지 추가 지정할 예정이다. 

야생생물 서식지 보전 및 복원체계 마련도 추진한다. 오는 2025년까지 환경부는 멸종위기 야생동물 특별보호구역을 추가지정하고 지속적인 관리방향 설정 및 모니터링‧평가 등 후속 관리를 진행할 방침이다. 또한 훼손된 한반도 전체의 생태계 축 복원을 위해 생태축 연결‧복원사업 추진하고, 도시 생태공간을 지난해 2개 도시에서 2025년 25개 도시로 늘리는 등 도심 속 야생동물과의 공존 방안도 마련한다. 

전문가들은 생태 도시 조성 등을 통해 야생동물과 도심에서 인간이 공존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거나, 그들의 서식지를 복원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실제로 울산 태화강 살리기 캠페인으로 태화강 생태계가 복원되자 울산시에 머물던 까마귀들은 태화강으로 이동했다. 이를 통해 도시의 골칫거리였던 까마귀들은 현재 인기있는 관광 자원으로 각광받고 있다. 사진은 울산 태화광 하늘에서 무리지어 날고 있는 까마귀 무리./ 뉴시스

생태계 및 서식지 회복 사업을 추진한다면 야생동물들과의 공존과 도심에서 발생하는 피해도 감소할 것으로 기대된다. 실제로 생태계가 살아나면서 도심에 살던 야생동물들이 다시 자연으로 돌아간 예도 존재한다. 바로 울산 태화강 살리기 캠페인이다.

울산 태화강은 과거 1990년대만 해도 공업·농업폐수로 심각하게 오염돼 근처 야생동물들이 살 수 없는 지역이었다. 하지만 지속적인 태화강 살리기 캠페인을 통해 환경이 완전히 회복되면서 울산시에서 처음에 골칫거리로 여겨지던 까마귀들이 태화강으로 서식지를 바꿨다. 이후 까마귀들은 울산 태화강의 상징이 돼 현재는 관광객들의 인기를 끌고 있다.

김현희 광교생태환경체험교육관장은 “도시개발로 멸종위기에 내몰린 주요 생물종·서식처를 보전하기 위해선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며 “시민을 대상으로 한 생물다양성 인식 증진 프로그램을 개발·보급하는 등 노력이 필요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우리가 살고 있는 집에서 이웃 간 심각한 민폐를 끼친다면 집주인에 의해 쫓겨날 수 있다. 그리고 우리 인간들은 이웃인 동물들의 서식지를 파괴하면서 심각한 민폐를 끼치고 있다. 우리가 이웃인 동물들에게 지속적으로 예의를 지키지 않는다면 이는 언젠가 대가로 돌아올 것이다. 그리고 그땐 정말로 집주인인 ‘지구’에게 ‘자연’이라 방에서 나가라는 이야기를 우리 인간들이 들을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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