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의 끝을 아십니까 ⑤핫팩

시작이 있으면 끝이 있다. 인간 역시 이 같은 진리를 결코 벗어날 수 없다. 숨이 다한 인간은 이내 흙으로 돌아간다. 하지만 우리 인간이 일상생활에서 사용하는 각종 물건들은 어떨까. 인간의 삶을 더욱 윤택하게 만들어주는 물건들이지만, 우리는 그 끝에 대해선 잘 알지 못한다. 아주 잠깐, 너무나 쉽게 사용한 물건들 중 상당수가 인간보다 더 오래 지구에 머문다는 사실을 인식하는 이들은 많지 않다. 인간의 일상을 채우고 있는 무수히 많은 물건들, 그것들의 끝을 따라가 본다. [편집자주

겨울첨 필수품으로 자리매김한 핫팩. 하지만 핫팩의 따뜻함 뒤에는 심각한 쓰레기 문제가 남는다.
겨울첨 필수품으로 자리매김한 핫팩. 하지만 핫팩의 따뜻함 뒤에는 심각한 쓰레기 문제가 남는다.

시사위크=권정두 기자  어김없이 겨울이 한창이다. 최근엔 지구온난화 여파 속에 겨울답지 않은 겨울이 찾아오기도 하지만, 올 겨울은 추위가 꽤나 매섭다. 특히 코로나19 탓인지 유독 더 춥게 느껴지는 겨울이다. 

겨울철 최대과제는 역시 난방과 보온이다. 그중에서도 언제 어디서나 간편하게 따뜻한 온기를 안겨주는 ‘핫팩’은 겨울 필수품으로 자리매김한지 오래다. 사용법이 무척 간단하고 가격까지 저렴하다보니 특수한 직업 또는 상황에서만이 아니라 일상적으로도 널리 쓰이고 있다.

그렇다면 너무나도 간편하게 따뜻함을 선물해주는 핫팩의 끝은 어떨까.

◇ 따뜻함은 식지만 쓰레기는 남는다

손난로라고도 불리는 핫팩의 종류는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먼저, 주로 ‘똑딱이 손난로’라 불리는 액체형 핫팩이 있다. 액체형 핫팩은 평소엔 포장재에 담긴 액체 상태로 있다가 내부에 담긴 금속 똑딱이를 꺾는 순간 열을 내며 점점 굳는다. 

포장재 내부에 담긴 물질은 과포화 상태의 아세트산나트륨이다. 과포화 상태의 아세트산나트륨은 열을 품는 성질이 강한데, 고온 상태에서 서서히 식을 때에는 액체 상태로 유지된다. 여기에 약간의 충격을 가하면 품고 있던 열을 방출하며 고체화되는 원리를 이용한 것이다.

이 같은 성질로 인해 액체형 핫팩은 재사용이 가능하다. 굳어버린 핫팩을 끓는 물에 잠시 넣어두면 다시 액체 상태로 돌아오고, 서서히 식힌 뒤 필요할 때 똑딱이를 꺾으면 된다.

다만, 포장재가 터지는 등의 문제로 버려지거나 애초에 한 번만 사용한 뒤 버리는 경우가 적지 않다. 이때 액체형 핫팩은 별도의 분리수거가 이뤄지지 않는다. 일반쓰레기 버려져 소각 또는 매립되는데, PVC소재인 포장재와 화학물질인 내부 액체가 각종 환경오염으로 이어지게 된다.

그래도 액체형 핫팩은 재사용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나은 편이다. 하지만 짧은 지속시간 등의 한계로 인해 고체형 핫팩이 더 많이 사용되고 있다. 

고체형 핫팩은 부직포 재질의 포장재 안에 가루형태의 물질들이 담겨있으며, 이를 흔들어주기만 하면 열이 발생한다. 부직포 안에 든 것은 철가루와 각종 촉매제 및 단열재다. 철가루 등의 물질이 빠르게 산화하는 과정에서 열이 발생하는 원리를 이용한 것이다. 

고체형 핫팩은 굳지 않고 지속시간도 더 길다는 장점이 있지만, 재사용은 불가능하다. 이 역시 분리수거는 이뤄지지 않고, 일반쓰레기로 버려져 소각 또는 매립된다. 당연히 부직포 소재의 포장재와 안에 든 물질들이 심각한 환경오염을 남긴다.

물론 최근 고군분투를 이어가고 있는 코로나19 의료진을 비롯해 추위에 맞서는 것이 불가피한 이들 및 상황에 있어서는 핫팩이 꼭 필요한 존재다. 하지만 단지 잠깐의 따뜻함을 위해서라면, 다 쓰고 버려지는 핫팩이 남기는 문제가 너무 크다.

간편함에 취해 무심코 사용해온 핫팩을 대신할 방법은 얼마든지 있다. 목도리와 장갑은 기본이다. 또한 온수를 넣어 사용하는 보온주머니 형태의 제품, 전기충전식 휴대용 제품, 전자렌지에 돌리면 일정시간 동안 온기가 유지되는 제품 등 다양한 보온제품들이 있다. 조금은 수고스러울지 몰라도, 이러한 방법들은 한 번의 따뜻함을 끝으로 수명이 다하지 않는다.

저작권자 © 시사위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