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장 출마를 선언한 나경원 전 의원은 당선이 될 경우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성추행 사건을 재조사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뉴시스

시사위크=권신구 기자  더불어민주당이 다시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 성추행 논란이 거론되면서 곤란한 처지에 놓였다. 4‧7 보궐선거를 앞두고 갈 길이 바쁜 상황에서 야권의 공세가 쏟아지는 등 정치적 부담감이 상당해 보인다.

15일 야권 서울시장 후보들은 일제히 ‘박원순 사건 재조사’를 꺼내 들었다. 서울시장 후보 출마에 나선 나경원 전 의원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박 전 시장 성추행 혐의에 대한 대대적인 감사와 진실 규명에 나서겠다”며 “부실 수사와 면죄부 수사로 덮을 일이 아니다”고 강조했다.

다른 후보인 조은희 서초구청장도 “양성평등과 여성가족정책을 추진해 온 서울시장 출마자 입장에서 제가 서울시정을 맡게 되면 고(故) 박 전 시장 사건의 실체적 진실을 규명하는 TF를 꾸릴 생각”이라며 “재발방지책을 제도화할 생각”이라고 강조했다.

법원은 전날(14일) 성폭행 혐의로 기소된 전 서울시 직원의 판결에서 고(故) 박 전 서울시장의 ‘성추행 혐의’에 대해 처음으로 인정했다. 이 사건의 피해자는 고(故) 박 전 시장 성추행 사건 피해자와 동일 인물이다. 

재판에 기소된 전 직원은 피해자가 겪는 외상후스트레스장애(PTSD)가 자신 때문이 아닌 고(故) 박 전 시장의 성추행 때문이라고 주장해 왔다. 그러나 재판부는 이를 일축하면서도 “피해자의 진술을 비춰보면 박 전 시장의 성추행으로 정신적 고통을 받은 것은 사실”이라며 양쪽 모두 책임이 있다고 판단했다.

민주당은 이번 사안에 대해 공식적인 입장을 내지 않고 있다. 고(故) 박 전 시장에 대한 직접적인 판결이 아니라는 이유에서다. 여기에 인권위원회 조사가 남은 만큼 이를 지켜보겠다는 입장이다. 청와대 역시 “일부 인용된 부분”이라며 “박 시장 관련 본 재판, 인권위 조사 결과가 아니라 답변드릴 내용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은 이번 판결에 대해 공식적인 입장을 내지 않고 있다. 보궐선거를 앞두고 정치적 부담감에 휩쓸리지 않겠다는 의도로 보인다. /뉴시스

◇ 지지층 결집으로 반격?

민주당은 그간 고(故) 박 전 시장의 성추행 혐의에 대해서는 매번 조심스러운 반응을 보여왔다. 당사자가 없는 상황에서 ‘혐의’만으로 이를 단정할 수 없다는 이유를 앞세웠다. 사건이 불거졌을 당시 피해자를 ‘피해 호소인’이라고 부른 것이 대표적이다. 

남인순 민주당 의원이 고(故) 박 전 시장 피소 사실 유출에 연루가 됐다는 의혹이 나왔을 때도 입장 표명은 없었다. 민주당은 ‘사실 관계 확인’이 필요하다는 말만 되풀이했다. 사실상 보궐선거를 앞두고 귀책 사유가 분명한 만큼, 정치적인 리스크를 떠안지 않겠다는 의중이 강했다. 당장 야권으로부터 쏟아지는 공세를 막아내야 하는 것부터가 부담인 탓이다.

최근 여론조사에서 지지율 열세를 보이는 것도 이를 가중시키는 대목이다. YTN의 의뢰로 리얼미터가 지난 11일부터 13일까지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서울에서 민주당(24.6%)은 국민의힘(34.7%)에 비해 10.1%p 뒤쳐졌다.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2.5%p. 자세한 결과는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 

이렇다 보니 당 안팎에서는 지지층 결집의 움직임도 보인다. 이번 판결을 구실로 ′사법개혁′의 필요성을 강조하는 방식이다. 김종민 민주당 최고위원은 이날 회의에서 판결에 대한 직접적 언급은 피하면서도 “법원에 대한 불신의 벽인 나날이 높아져 가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검찰개혁과 아울러 법원개혁에 대한 국민의 요구를 대표하는 데 앞장서겠다”고 덧붙였다. 

당 밖에서 지원사격도 이어지고 있다. 친여권 시민단체인 국민참여연대는 이날 재판부에 대해 ‘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 및 사자명예훼손 혐의’에 대해 고소장을 제출했다. 친여 인사로 평가받는 진혜원 서울동부지검 부부장검사는 전날(14일) 페이스북에 “기소되지도 않은 사람에 대해 별건 사건에 대한 재판 과정에서 고소인의 진술만으로 감히 유죄를 단정하는 듯한 내용을 기재했다는 보도가 사실이라면 가히 사법이 돌격대 수준으로 전락한 징후”라고 맹비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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