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내에서 김동연 전 경제부총리의 서울시장 보궐선거 출마설이 끊이지 않고 있다./뉴시스
더불어민주당 내에서 김동연 전 경제부총리의 서울시장 보궐선거 출마설이 끊이지 않고 있다./뉴시스

시사위크=김희원 기자  더불어민주당이 김동연 전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의 4·7 서울시장 보궐선거 출마 문제를 놓고 설왕설래하고 있다.

최근 민주당 일각에서는 ‘김동연 차출설’ 혹은 ‘등판설’이 거론됐다. 이후 민주당 보궐선거 지휘 라인에서 이를 부인하면서 수면 아래로 가라앉는 듯 했다.

민주당 서울시장 선거기획단장인 김민석 의원은 지난 5일 정례회의 결과를 브리핑하며 ‘김동연 차출설’이 제기되는 것과 관련 “현재 논의한 바가 없다”며 “최근 일부 언론에서 제기한 제3후보론에 대해 당 차원에서 공식적으로 논의하거나 보고받은 바가 없다”고 밝혔다.

김 의원은 “그동안 서울시장 후보군으로 출마가 예상된 후보들이 있고, 이미 출마를 선언한 후보가 있다”면서 “크게 예상을 벗어나지 않는 선에서 후보들의 출마가 이뤄질 것으로 예상한다”고 설명했다.

김 전 부총리는 현재 자신의 서울시장 보궐선거 출마 여부에 대해 공개적으로 명확한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 ‘김동연 등판설’ 배경은?

그러나 사그라든 것으로 보였던 ‘김동연 등판설’이 다시 부상했다. 김 전 부총리 재임 시절 원내대표를 지낸 우원식 의원은 지난 14일 TBS 라디오에 출연해 “김 전 부총리도 우리 정부에서 경제부총리를 한 분인데 제가 원내대표 할 때 쭉 뵈었다”며 “역량이 참 대단한 분인데 그분 말씀은 대안이 없다면 내가 (출마를)검토하겠다, 이런 이야기를 하셨다고 제가 얘기를 듣고 있다”고 전했다.

일부 언론은 여권 관계자들의 언급을 근거로 김 전 부총리가 민주당 지도부로부터 출마 권유를 받았으며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이 불출마하고 대신 김 전 부총리가 출마할 것이라고 보도하기도 했다.

김동연 전 부총리는 문재인 정부의 첫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을 지낸 바 있다. 그는 재임 시절 장하성 당시 청와대 정책실장과 ‘소득주도성장’을 놓고 갈등을 빚기도 했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김 전 부총리를 정치적 흥행 요건을 가진 인물로 평가하고 있다. 그가 경제통 관료 출신이고 청계천 무허가 판잣집에서 자란 ‘소년 가장’과 ‘상고 졸업’이라는 출신 배경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김 전 부총리는 굵직한 주요 선거 때마다 여야 후보군으로 거론돼오고 있다.

민주당 내에서 ‘김동연 차출론’이 고개를 든 것은 민주당의 서울시장 보궐선거 패배 위기감 때문이다. 서울 지역에서 민심 이반 현상이 날이 갈수록 심화되고 있다. 일부 여론조사에서는 민주당 지지율이 국민의힘에 10%포인트 이상 뒤지기도 했다. 또 민주당에서 거론되고 있는 서울시장 주자들이 최근 발표된 여론조사에서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에게 밀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상황에서 야권은 후보가 난립하고 있는 상태고 민주당에서는 공식적으로 출마 선언을 한 사람이 우상호 의원 한명 뿐이다. 박영선 장관은 출마 가능성을 시사하면서도 아직까지 명확한 입장은 내놓지 않고 있다. 박주민 의원은 불출마쪽으로 기울었다는 얘기가 나온다.

이 때문에 민주당 일각에서는 제3의 후보를 출마시켜 후보군을 넓혀야 민주당 경선을 흥행시키고 민주당에 대한 주목도를 높일 수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이 과정에서 제3의 후보로 중도층을 끌어올 수 있는 김동연 전 부총리 카드가 거론됐다.

민주당의 공식 채널에서는 김 전 부총리 영입 가능성에 대해 선을 긋고 있다. 최인호 수석대변인은 15일 최고위원회의가 끝난 뒤 기자들과 만나 ‘당에서 김 전 부총리에게 입당을 권유한 적이 있나’라는 질문에 “잘 모르겠다”고 명확한 답변을 하지 않았다. 그러면서 제3후보 영입 가능성에 대해서는 “현재까지는 들어본 바 없다”고 말했다.

이어 일부 언론이 박영선 장관이 불출마하고 대신 김 전 부총리가 출마할 것이라고 보도한 것과 관련해서는 “그런 인과관계는 ‘소설 같은 이야기’라는 언급이 있었다”며 “정세를 잘 분석하는 당직자가 책임 있게 발언한 것이다. 다 그렇게 공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여전히 당 내에서는 ‘김동연 등판’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우상호 의원은 이날 KBS라디오 인터뷰에서 “이분(김동연)께서 어떤 제안도 받고 고민도 한 것은 사실인 것 같다”며 “그런데 다만 저희 당에 기반이 튼튼하게 있는 분은 아니니까 여러 가지로 따져보고 고민을 하고 계셨던 게 아닌가 싶다”고 밝혔다. 이어 “아직 최종 결정이 내려진 거라고는 보이지 않는다”며 “등판 가능성 아직 남아 있다, 저는 그렇게 보고 있다”고 강조했다.

김동연 전 경제부총리가 서울시장 보궐선거 출마 문제를 놓고 고민을 했더라도 더불어민주당 경선 통과가 어렵기 때문에 최종적으로는 출마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뉴시스
김동연 전 경제부총리가 서울시장 보궐선거 출마 문제를 놓고 고민을 했더라도 더불어민주당 경선 통과가 어렵기 때문에 최종적으로는 출마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뉴시스

◇ 경선 통과 어렵기 때문에 불출마 전망도

민주당은 현재 경선 시행을 기본 원칙으로 내세우고 있고, 기존에 출마자가 있는 상황에서 외부인사를 영입해 전략공천을 할 가능성은 검토하지 않고 있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민주당 경선을 통과하기가 어렵기 때문에 가장 강력한 후보로 꼽히는 박영선 장관이 불출마해야 김 전 부총리가 나설 것으로 보고 있다. 반대의 경우라면 출마하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우원식 의원이 전한 김 전 부총리의 ‘대안이 없다면’의 언급도 박영선 장관의 불출마를 뜻하는 것이라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장예찬 시사평론가는 한 시사 방송에서 “김동연 전 부총리가 대안이 없으면 서울시장 출마를 검토한다고 하는데 여기서 말하는 ‘대안’이 박영선 장관의 불출마를 전제로 한 것인지”라며 “그렇다면 정치권 내부에서는 박 장관의 출마를 아주 유력하게 보고 있기 때문에 김 전 부총리가 경선에 나와서 박 장관과 경선하는 그림은 부담스러워 할 것 같다”고 전망했다.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은 CBS 라디오 인터뷰에서 “친문세력의 지지를 받지 못하면 경선에서 질 수밖에 없다”며 “경선을 한다고 하면 본인(김 전 부총리)이 바보 될 가능성이 높은 판에 들어오겠나, 쉽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하 의원은 “박영선 장관이 출마를 안하고 우상호 의원하고 붙더라도 친문 쪽에서 김동연을 밀어주겠나”라고 덧붙였다.

민주당 내에서도 김 전 부총리가 등판하더라도 경선을 거쳐야 한다는 점에서 ‘김동연 카드’의 실현 가능성은 낮다는 전망이 나온다.

서울시장 선거기획단에서 조직총괄분과장을 맡고 있는 안규백 의원은 <시사위크>와의 통화에서 “김동연 전 부총리 출마 문제는 실현 가능성이 높지 않다고 본다”며 “왜냐면 경선 없이 김 전 부총리를 영입해 온다면 모르겠지만 경선은 해야 되는 것이고, 대중의 인지도라는 것이 장관을 했다고 해서 하루아침에 올라가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쉬운 문제가 아니라고 판단한다”고 밝혔다.

안 의원은 ‘김동연 전 부총리와 민주당이 출마 문제를 실제로 논의한 것인가’라는 질문에는 “공식 라인에서는 없었는데 사적으로 그런 게 있었던 것 같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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