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3일 오전 서울 송파구 한 공인중개사 밀집 상가에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을 규탄하는 문구가 부착돼 있다. /뉴시스
지난 13일 오전 서울 송파구 한 공인중개사 밀집 상가에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을 규탄하는 문구가 부착돼 있다. /뉴시스

시사위크=정호영 기자  15일 4·7 서울시장 보궐선거를 80여 일 앞두고 야권에서 부동산 정책·공약 발표가 잇따르고 있다. 집값 폭등·전세난 등 문재인 정부의 주요 실정으로 부각된 부동산 정책의 대안을 제시해 서울시민들의 마음을 확보하겠다는 계산이다.

야권에서는 두자릿수를 넘어선 후보만큼이나 다양한 부동산 공약이 쏟아지고 있다. 이번 서울시장 임기가 1년인 것을 감안하면 공약의 현실성을 고려해야 한다는 지적도 동시에 제기된다.

◇ 10년간 80만호·서울교대 이전

나경원 전 국민의힘 의원은 전날(14일) 서울 금천구의 한 노후 아파트를 찾아 분양가 상한제 폐지와 부동산 재개발·재건축 활성화 등을 약속했다. 지난 13일 서울시장 출마 선언 후 첫 행보였다.

나 전 의원은 아파트 단지를 둘러본 뒤 “서울시장이 되면 각종 심의 과정을 원스톱으로 진행해 신속한 재건축이 가능하게 하겠다”며 “각종 심의 과정을 원스톱으로 해서 신속한 심의과정을 통해 신속한 재건축이 가능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현재 국민의힘은 서울시장 출마 후보만 10명이다. 나 전 의원을 비롯해 오세훈 전 서울시장, 김선동 전 사무총장, 이혜훈·이종구·오신환 전 의원, 조은희 서초구청장, 박춘희 전 송파구청장, 김근식 경남대 교수, 김정기 변호사 등이 출마 선언을 마쳤다.

나 전 의원에 앞서 출사표를 낸 후보들도 저마다 부동산 공약을 내놓고 있다. 조은희 서초구청장은 광진·성동구 지하철 2호선을 지하화 하고 지상구간을 산책로, 일명 ‘하늘숲길’로 조성하는 구상을 밝혔다. 구체적으로는 한양대역에서 잠실역까지 지하화 구간만 9km, 7만5000평에 달한다. 조 구청장은 “9km 하늘숲길은 광진과 성동에 새로운 랜드마크로 자리잡을 것”이라고 했다.

김선동 전 사무총장은 도시정비사업 75만호, 반값전세 신혼주택 5만호 등 향후 10년간 주택 80만호 공급을 공약했다. 특히 신혼주택 5만호의 경우 △경부고속도로 지하화를 통한 지상구간 7천호 △서울시내 차량기지 이전에 따른 2만5천호 △물 재생센터부지 1만호 등으로 추진하겠다는 계획이다.

김 전 사무총장은 10년 이상 장기보유 주택은 실거주 기간(5년 이상)에 따라 양도세를 80%까지 감액한다는 것이다. 

오세훈 전 서울시장은 지난해(202년) 7월 7일 국회에서 열린 대한민국 미래혁신포럼 강연에서 한국토지주택공사(LH)와 서울주택공사(SH)를 활용한 서울 강남에 반값아파트를 공급하겠다는 구상을 밝힌 바 있다. 평당 3000만원 아파트 주변에 1000만원 아파트가 들어오면 부동산 가격이 낮아지고, 서울 부동산 가격이 조정되면 전국 부동산값 완화로 이어진다는 논리다.

이외에도 강북·강서 4개 권역에 80층짜리 직장·주거 등 복합 초고층 건물 건설(이혜훈), 서울교대 부지 이전 후 청년아파트·스타트업 오피스 신축(김근식), 환매 조건부 반반 아파트(오신환) 등 후보들의 다양한 부동산 정책이 등장했다.

야권 차기 서울시장 여론조사 선두를 달리고 있는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도 향후 5년간 총 74만6000호 주택 공급·부동산세 인하 등을 골자로 하는 부동산 대책을 발표했다. 안 대표는 신혼부부에게 청년주택 우선입주 및 10년 거주권 보장과 관리비 지원 청년 바우처 등도 약속했다.

지난 2020년 12월 11일 한국부동산원의 2020년 12월 1주 주간 아파트 가격동향에 따르면 이달 7일 기준 전국 아파트 매매가격이 0.27%올랐다. 관련 통계 작성을 시작한 2012년 5월 이후 역대 최고 상승률을 기록한 것. 사진은 11일 서울 용산구 남산공원에서 바라본 아파트 단지. /뉴시스
지난 2020년 12월 11일 한국부동산원의 2020년 12월 1주 주간 아파트 가격동향에 따르면 이달 7일 기준 전국 아파트 매매가격이 0.27%올랐다. 관련 통계 작성을 시작한 2012년 5월 이후 역대 최고 상승률을 기록한 것. 사진은 11일 서울 용산구 남산공원에서 바라본 아파트 단지. /뉴시스

◇ 일부 공약, 실효성 의문 제기

야권 후보들이 부동산 공약에 집중하는 이유는 정부 부동산 정책에 반감을 가진 서울시민 여론을 움직일 수 있다는 믿음 때문이다.

여론조사도 이를 방증한다. 한국갤럽이 지난 12일부터 14일까지 성인 1000명을 대상으로 문재인 대통령의 국정수행 평가를 조사한 결과 부정평가는 53%, 긍정평가는 38%로 나타났다. 부정평가 응답자는 평가 이유로 부동산 정책(29%)을 가장 많이 선택했다. 코로나19 대처 미흡(11%), 경제·민생 문제 해결 부족(10%) 순이었다. (95% 신뢰수준·표본오차 ±3.1%p.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민심이 문재인 정부 부동산 정책에 반감을 나타내고 있는 만큼 어떤 현안 공약보다도 부동산은 효과가 확실하다. 따라서 후보들도 경쟁적으로 부동산 정책을 내놓고 있지만, 일부 공약의 경우 실현 가능성에 의문이 제기된다.

이번 보궐선거로 보장되는 서울시장 임기는 약 1년 2개월이다. 부동산 정책 공약 자체가 사실상 1년 동안 할 수 있는 게 아니다. 따라서 보다 현실성 있는 공약 경쟁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예컨대 강북·강서 4개 권역 80층 초고층 건물 건설 공약의 경우 현실성이 다소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80층 건물은 상업지구가 아니면 강북에서는 지을 수 없다”며 “서울시 조례가 개정돼야 하는데 서울시 의원은 3명 빼고 모두 민주당이다. 실현이 어렵다”고 했다.

권 교수는 “실효성이 있는 공약이 있고 없는 공약이 있다”며 “후보들의 공약은 (서울시장 임기인) 1년이 아니라 5년 이상을 보고 내놓은 것이다. 재건축·개개발만 추진해도 5년 10년 걸리는데, 1년짜리 공약을 내놓을 수가 없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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