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우디가 선보인 첫 순수전기차 e-트론 55 콰트로 모델의 저온 환경 주행거리에서 오류가 확인됐다. /아우디
아우디가 선보인 첫 순수전기차 e-트론 55 콰트로 모델의 저온 환경 주행거리에서 오류가 확인됐다. /아우디

시사위크=권정두 기자  인증 절차를 기만한 배출가스 조작 파문으로 최악의 위기를 겪었던 아우디가 또 다시 인증 관련 문제로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재기의 시동을 건 시점에, 그것도 야심차게 선보인 첫 순수전기차가 씁쓸한 오점을 남기게 됐다. 아우디에게 가장 시급하고 중대한 과제인 신뢰 회복이 더욱 요원해진 모습이다.

◇ 미국 기준 주행거리… 우리나라 기준으론 20% 감소

업계에 따르면 아우디는 최근 환경부로부터 인증 받은 e-트론 55 콰트로 모델의 주행거리에서 오류가 발견돼 이를 정정하는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 영하 6.7도 이하 저온에서의 주행거리가 잘못된 기준으로 측정된 것이다. 

우리나라의 저온 환경 주행거리 측정 기준은 히터의 모든 기능을 작동시킨 상태다. 반면, 미국에서는 성에 제거 기능한 작동시킨 상태를 기준으로 한다. 그런데 아우디 e-트론 55 콰트로 모델의 저온 환경 주행거리는 미국 기준으로 측정된 것이었다. 저온 환경 주행거리는 전기차 보조금 지급의 기준이 되는 꽤 중대한 사안이다.

미국 기준으로 측정된 아우디 e-트론 55 콰트로 모델의 저온 환경 주행거리는 306km였다. 하지만 우리나라 기준으로 할 경우 약 20%, 60km가량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해당 차량은 지난해 7월 아우디의 첫 순수전기차로 큰 주목을 받으며 출시돼 두 달여 만에 수입 물량이 소진된 바 있다. 다만, 당시는 전기차 보조금 신청 결과가 나오기 전이어서 보조금이 지급된 사례는 없었다.

이 같은 황당한 촌극은 환경부에게도 책임이 없지 않지만, 기본적으로 아우디의 안일함에서 비롯됐다. 더욱이 아우디는 과거 배출가스 조작 파문 당시 인증 관련 문제로 홍역을 치른 바 있는 곳이다. 다른 누구보다 인증을 꼼꼼히 챙기고 살폈어야함에도 또 다시 치명적인 오류를 저지르고 말았다.

아우디는 배출가스 조작 파문으로 판매가 중단되는 심각한 위기를 겪은 뒤 최근 재기의 시동을 건 상태다. 2017년 962대까지 추락했던 연간 판매실적은 지난해 2만5,513대까지 회복됐다. 지난해 말엔 기자간담회를 통해 2021년 대대적인 신차 공세, 특히 전기차의 본격적인 출시를 예고한 바 있다. 

하지만 연초부터 전기차 주행거리 오류 문제가 불거지면서 아우디의 신뢰는 다시 적잖은 타격을 입게 됐다. 

업계 관계자는 “전기차에 있어 주행거리는 무척 중요한 제원”이라며 “1억원이 넘는 고가의 전기차를 판매하면서 주행거리 측정 기준조차 제대로 살피지 않았다는 점은 심각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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