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라스틱을 사용을 줄여야 합니다.” 비단 환경캠페인을 벌이는 시민운동가가 아니더라도, 우리 모두는 플라스틱 사용에 따른 폐해를 잘 알고 있다. 플라스틱이 산과 강, 바다를 뒤덮어 큰 환경문제를 일으킨다는 것을 어릴 때부터 쭉 배워왔기 때문이다. 하지만 하루에 얼마나 많은 양의 플라스틱을 배출하는지 직접 세어본 사람은 많지 않을 듯하다. 이에 기자는 글로벌 환경단체 그린피스가 주최한 ‘플라스틱 리서치 2020’에 직접 참여, 우리가 하루에 얼마나 많은 플라스틱 제품을 소비하는지 알아봤다. [편집자주]  

플라스틱은 편리해서 많은 분야에서 사용되고 있지만, 썩지 않고, 분해도 쉽지 않아 그대로 쌓이게 돼 환경오염의 주범으로 불리고 있다. 때문에 플라스틱 배출을 줄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그렇다면 우리는 하루에 얼마나 많은 양의 플라스틱 쓰레기를 배출하고 있을까. / 사진=박설민 기자, Getty images, 편집=박설민 기자

시사위크=박설민 기자  전 세계적으로 ‘플라스틱 폐기물’이 큰 문제다. TV를 틀면 고래, 바닷새, 거북이 플라스틱을 삼켜 죽었다, 태평양 바다엔 한반도 면적의 7배가 넘는 쓰레기섬이 만들어졌다 등 플라스틱으로 인한 환경 문제에 관한 뉴스는 누구나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이처럼 플라스틱이 환경오염의 주범으로 지목되는 것은 저렴한 가격과 쉬운 제조과정으로 셀 수 없이 많은 플라스틱 제품이 쏟아져 나오지만 마땅한 처리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썩어서 분해되는데 수백 년 이상이 걸리고, 분해 할 수 있는 미생물도 거의 없다. 또한 소각해버리자니 치명적인 발암물질을 포함한 유독가스가 발생해 대기오염까지 발생시킨다. 

플라스틱 쓰레기로 인한 문제가 심각한 것은 우리나라도 마찬가지다. 글로벌 환경단체 그린피스에 따르면 한국인이 한 해 동안 소비하는 플라스틱 컵의 개수는 33억개(4만5,900톤)으로, 탑을 쌓으면 지구에서 달까지 갈 수 있는 양이다. 페트병의 연간 사용 갯수는 49억개(7만1,400톤)으로 늘어놓으면 지구를 10바퀴 반 넘게 돌 수 있다고 하니, 그 문제가 심각하긴 하다. 여기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확산 사태로 배달 음식, 테이크아웃 서비스 등의 이용이 급증함에 따라 플라스틱 사용량도 크게 증가하고 있다. 

그럼에도 많은 사람들이 ‘설마 내가 그렇게 많은 플라스틱을 사용하겠어?’라고 생각한다. 체감상 하루 커피 한 두 잔 정도 마시거나 음료수 한 병 정도 마시는 게 전부라고 생각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역시 직접 확인해보기 전까진 정확히 얼마나 많은 양의 플라스틱 제품을 사용하고 있는지는 알 수 없는 법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하루에 얼마나 많은 플라스틱 쓰레기를 만들어내고 있을까.

일반적으로 플라스틱은 썩어서 분해되는데 수백 년이 걸린다. 일반적인 쓰레기들처럼 플라스틱을 태워서 버리면 대기오염의 원인인 유독가스가 발생한다. 사진은 태평양 일대를 뒤덮은 쓰레기섬의 모습./ 그린피스

◇ 리서치 첫날… 상상도 못한 양의 쓰레기들

이 궁금증을 해결하기 위해 본지 기자는 지난해 10월 국제 환경단체 그린피스가 가정 내 플라스틱 폐기물 실태 조사를 위해 실시한 ‘플라스틱 리서치 2020’에 직접 참여했다.

이번 조사는 지난해 10월 18일부터 24일까지 일주일간 전국 260개 가구를 대상으로 수행됐다. 조사 참여 방법은 간단했다. 참가자들은 일주일간 가정에서 배출된 플라스틱 쓰레기를 제조사, 제품군, 재질 등으로 구분해 기록하는 것이었다. 

그린피스 측은 “플라스틱 사용 실태의 투명성을 강조하고자 시민들의 참여를 통한 직접 조사를 실시했다“며 ”이 조사는 실제 소비 단계에서 어떠한 일회용 플라스틱 제품이 얼마나 사용되고 있으며, 어떤 기업들이 플라스틱 배출 절감을 위해 좀 더 노력해야 하는지를 밝히고자 하는 목적의 조사“라고 설명했다.

리서치 시작에 앞서 그린피스는 10월 17일 온라인 사전 교육을 진행해 자세한 분류 방법을 설명했다. 분류 방법은 제품 하나에 들어간 플라스틱의 종류를 모두 나눠서 집계하는 방식이었다. 예를 들어 생수병 하나를 기록할 경우, 생수병 몸통을 이루는 플라스틱인 페트(PET), 상표 및 라벨을 이루는 플라스틱인 비닐류(HDPE), 뚜껑을 구성하는 플라스틱(PP) 등으로 나눠 기록해야 하는 것이었다.

그동안 당연히 플라스틱 제품 하나를 ‘1개’의 쓰레기로 집계할 것으로 예상했던 것과는 달라 다소 혼란스러운 기분과 함께, ‘하나의 플라스틱 제품에 이렇게 많은 플라스틱이 들어간다니’ 놀라울 따름이었다. 하지만 그때까지도 ‘설마 3인 가구인 우리 집에서 플라스틱이 나와봤자 얼마나 되겠나’라고 생각했다.

리서치 1일차에 발생한 플라스틱 쓰레기들의 모습. 얼핏보면 많은 양 같아 보이진 않으나, 라벨·뚜껑·포장 비닐 등 세부적인 갯수를 종합하면 무려 33개의 플라스틱 쓰레기가 포함된 양이다./ 사진=박설민 기자

호기롭게 플라스틱 리서치를 시작한 첫날, 평소와 다름없이 카페에 들러 ‘일회용 플라스틱 컵’에 담긴 음료 하나를 시켜놓고 마감 기사를 작성했다. 평소 같으면 다 마신 후 카페 쓰레기통에 버리고 왔겠지만, 플라스틱 리서치 조사를 위해 집까지 들고 오는 수고(?)까지 마다치 않았다. 

저녁식사에서도 플라스틱 포장이 된 제품을 ‘조금’ 이용했다. 페트 종류의 비닐에 싸인 훈제오리와 포장 김이 주 메뉴였다. 물은 커피포트가 있었지만 끓이기 귀찮고 시원한 물을 선호해 생수병에 담긴 물을 마셨다. 저녁식사 후 디저트로는 떠먹는 요구르트와 종이박스 안에 담긴 과자를 먹었다.

잠에 들기 전, 하루 동안 사용한 플라스틱 제품의 숫자를 집계하기 시작했다. 1.5L 짜리 생수병 4개, 훈제 오리 포장 비닐, 요구르트 병 3개, 김자반 포장, 과자 포장재 등 단 하루 동안 배출된 플라스틱 쓰레기는 커다란 종이 상자에 가득 담길 정도였다. 그리고 비닐 포장, 생수병의 뚜껑, 케이스 등을 세부적으로 조사한 결과는 충격적이었다.

가장 많은 쓰레기양을 차지한 것은 생수병이었다. 요리, 커피포트 등에 사용되는 물을 정수기에서 받아서 하기 귀찮아 무심코 구매했던 생수병은 몸통을 구성하는 페트(PET)뿐만 아니라 뚜껑 플라스틱(PP), 라벨 비닐류(HDPE)로 구성돼 한 병만 구매해도 3가지 종류의 플라스틱 쓰레기를 배출시켰다. 디저트로 먹었던 종이박스에 들어있던 과자도 비닐로 개별 포장돼 있을 뿐만 아니라 플라스틱 받침대까지 들어있어 쓰레기양을 늘리는데 한몫했다.

리서치를 시작하기 전에 ‘플라스틱이 너무 안 나와서(없어서) 기록할 게 없으면 어쩌지’ 했던 생각을 비웃듯, 결과 입력창은 온갖 플라스틱 쓰레기 종류로 가득 찼고, 단 하루 동안 총 33개라는 엄청난 개수의 플라스틱을 배출했다는 기록을 해야만 했다.
 

저작권자 © 시사위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