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라스틱을 사용을 줄여야 합니다.” 비단 환경캠페인을 벌이는 시민운동가가 아니더라도, 우리 모두는 플라스틱 사용에 따른 폐해를 잘 알고 있다. 플라스틱이 산과 강, 바다를 뒤덮어 큰 환경문제를 일으킨다는 것을 어릴 때부터 쭉 배워왔기 때문이다. 하지만 하루에 얼마나 많은 양의 플라스틱을 배출하는지 직접 세어본 사람은 많지 않을 듯하다. 이에 기자는 글로벌 환경단체 그린피스가 주최한 ‘플라스틱 리서치 2020’에 직접 참여, 우리가 하루에 얼마나 많은 플라스틱 제품을 소비하는지 알아봤다. [편집자주] 

그린피스의 플라스틱 리서치를 도전한 첫날, 플라스틱 쓰레기 발생량은 총 33개였다. 예상 외로 너무 많은 양에 다음날부터는 집밥 차려먹기와 생수병 사용 줄이기를 목표로 플라스틱 줄이기에 나섰다./ 사진=Getty images, 편집=박설민 기자

시사위크=박설민 기자  리서치 첫날 충격적인 결과를 받고, 다음날부터라도 플라스틱을 줄이기 위한 노력을 하겠다고 다짐했다.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은 ‘생수병’이었다. 전날 플라스틱 쓰레기 배출량의 가장 큰 주범이었던 생수병의 용량을 줄이는 것이 곧 일일치 플라스틱 쓰레기 배출량 감소의 열쇠라고 생각했고, ‘생수 덜 마시기’를 플라스틱 쓰레기 배출 감소 계획의 첫 목표로 잡았다.

두 번째로 세운 계획은 배달음식이나 인스턴트 포장된 식품의 이용을 줄이고 대신 한 끼라도 플라스틱으로 포장되지 않은 식재료들을 구매해서 ‘집밥’을 직접 차려먹자는 것이었다. 특히 그동안 애용했던 냉동식품이나 가정 간편식들은 2중, 3중의 플라스틱 포장이 돼있기 때문에 플라스틱 쓰레기 배출 감소에는 탁월한 선택이라 생각했다.  

생수사용을 줄이기 위해 그동안 귀찮아서 사용하지 않았던 정수기를 사용했다. 카페에서 커피 구매할 시 발생하는 일회용 플라스틱컵 사용을 줄이기 위해선 커피포트를 이용해 직접 커피를 타서 마셨다./ 사진=박설민 기자

◇  쉽지 않은 ‘집밥 도전’… 거의 모든 식자재 포장이 ‘플라스틱’

두 가지 큰 계획을 세우고 일어난 다음날 아침, 습관처럼 뚜껑을 열었던 생수병을 뒤로하고 그동안 ‘몇 초’의 시간을 기다리기 귀찮아 사용하지 않았던 정수기에서 물을 받아 마셨다. 

또한 늘 아침마다 향하던 집 근처 카페가 아닌, 커피포트에 수돗물을 부어 커피를 끓이기로 결정했다. 카페에서 구매한 일회용 커피 한 잔에는 페트(PET) 타입의 몸통과 뚜껑, 라벨(PP) 등 2~3가지 플라스틱 쓰레기를 발생시킨다는 것을 전날 조사에서 알았기 때문이다.

나름 첫 번째 계획이 수월하게 진행되자 자신감이 붙었다. 직장 업무를 마친 뒤 두 번째 계획이었던 ‘집밥 차려먹기’를 위해 장을 보기로 결정했다. 오히려 습관화됐던 카페 방문과 생수 마시기보다 훨씬 쉬울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 역시 오산이었다. 요리 재료를 구매하기 위해 대형마트를 찾아가보니, 일개 소비자의 한 명으로써 플라스틱의 감축이 매우 힘든 일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우리 생활 속, 특히 식품 포장재엔 이미 너무 많은 플라스틱들이 자리 잡고 있었기 때문이다.

플라스틱 쓰레기를 줄이기 위해 '집밥 해먹기'에 도전했다. 하지만 마트에서 판매하는 대부분의 식재료들은 모두 플라스틱 용기에 담겨 있었다. 물론 가정 간편식 등 겹겹이 포장된 것은 아니라 조금이나마 플라스틱 쓰레기 배출량을 줄이는데 도움이 되긴 했다./ 사진=박설민 기자

마트의 수많은 제품들은 거의 모두 플라스틱 포장으로 구성돼 있었다. 과자, 빵, 인스턴트 음식 등은 당연했고 육류, 해산물 역시 플라스틱과 비닐로 포장돼 있었다. 너무 자연스럽게 ‘플라스틱’이 아니라고 생각했었던 채소 포장재 역시 ‘OTHER’에 분류되는 비닐류였다. 된장찌개를 끓이기 위해 구매했던 애호박의 포장은 페트병 재질로 구성된 비닐이었다. 

식품만의 문제는 아니었다. 집에 떨어진 샴푸와 치약, 바디워시 등 세면용품과 락스 등 청소용품도 모두 플라스틱으로 제작되거나 포장돼 있었다. 심지어 종이로 포장된 물건들도 있었으나 이마저도 겉면의 윤기나는 코팅은 플라스틱으로 만들어졌다는 문구가 박혀있었다. 

플라스틱이 배제된 물건을 구매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했기에 원래 계획이었던 ‘플라스틱 포장 없는 물품 구매’ 대신 최대한 포장이 적은 제품 위주로 구매하는 것으로 계획을 변경했다. 선택 폭을 넓히고 나니 확실히 포장이 적은 제품들이 있었다. 비닐 한 장으로 포장된 채소나 육류, 해산물과 뚜껑과 본체 모두 같은 재질로 포장된 음료 등을 구매할 수 있었다. 

플라스틱 리서치 마지막날의 쓰레기 배출량. 사진으로도 확연히 첫날에 비해 줄어든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사진=박설민 기자

◇ 작은 노력, 효과를 보다… 플라스틱 쓰레기, 리서치 첫날보다 약 38% 감소 성공

가공식품이 아닌 원재료조차 플라스틱 포장된 제품이 너무 많아 물건을 고르기 쉽지는 않았지만 마트에서 집으로 돌아온 뒤, 계획대로 집밥 차려먹기를 실행에 옮겼다. 그래도 플라스틱 포장지들을 모아보니 전날보다는 줄어든 것 같아 보여 조금은 기대했다. 

그날 저녁, 하루 동안 배출한 플라스틱 쓰레기의 양을 기록하면서 나의 작은 노력이 플라스틱 쓰레기 배출량을 줄이는데 확실히 도움이 됐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리서치 첫날 33개의 쓰레기를 배출했으나, 다음날은 총 20개의 플라스틱 쓰레기를 배출하는데 그쳤다. 

이후 3일차부터 리서치 참가 마지막날까지 ‘한 끼 집밥’뿐만 아니라 최대한 적은 양의 플라스틱으로 포장된 제품을 구매하고자 노력했다. 평소에 무심코 집어 들던 물건의 삼각형 화살표 마크에 ‘페트’ ‘HDPE’ ‘PP’ ‘비닐류’ 등의 플라스틱 종류를 읽고 물건의 구매 여부를 고민하는 것이 습관이 됐다.

필자의 작은 노력이 일주일간 이어진 결과 플라스틱 쓰레기 발생량은 △3일차 26개 △4일차 20개 △5일차 15개 △6일차 19개 △7일차 23개였다. 중간중간 플라스틱 사용량이 증가한 날도 있지만 첫날 이후 6일간 플라스틱 쓰레기 배출량은 평균 20.5개로 첫날 33개에서 배출량을 약 38% 가량 감소시키는데 성공했다. 엄청난 노력은 아니지만 1인당 플라스틱 배출량을 리서치 기간(7일)만이라도 조금씩 줄인다면 제법 큰 플라스틱 폐기물 감소 효과 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됐다.

리서치에 참가했던 다른 팀원 분들 역시 기자와 마찬가지로 조사에 참여한 이후부터 플라스틱 사용량이 크게 줄었다고 답했다. 평소 플라스틱 제품인지 잘 알지 못하고 사용했었는데, 조사를 진행하면서 자기도 모르게 사용량을 줄이게 됐다는 것.

대구에 거주하는 한 리서치 참가자는 “플라스틱 제품 하나에서 이렇게 많은 종류의 플라스틱 쓰레기가 배출되는지 지금까진 전혀 몰랐다”며 ‘앞으로 식품이나 약품, 청결제 등을 구매할 땐 플라스틱 포장이 최소화된 것 위주로 살 것 같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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