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MZ세대를 중심으로 ‘얼죽아’, ‘얼죽코’ 등 계절을 역주행하는 트렌드가 성행하고 있다. 이에 아이스 음료와 얼음컵 등 관련 상품 매출이 전년에 비해 소폭 증가하고 있다. /뉴시스
최근 MZ세대를 중심으로 ‘얼죽아’, ‘얼죽코’ 등 계절을 역주행하는 트렌드가 성행하고 있다. 이에 아이스 음료와 얼음컵 등 관련 상품 매출이 전년에 비해 소폭 증가하고 있다. /뉴시스

시사위크=남빛하늘 기자  직장인 이모 씨(33)는 ‘얼죽아’다. ‘얼죽아’란 얼어 죽어도 아이스의 줄임말로, 추운 날씨에도 아이스 음료만 마시는 것을 뜻한다. 역대급 한파가 찾아온 이달 초에도 이씨의 손에는 아이스 아메리카노가 들려있었다.

대학생 유모 양(25)은 ‘얼죽코’다. ‘얼죽코’란 얼어 죽어도 코트의 줄임말로, 날씨가 아주 추워도 코트 입는 것을 고집하는 것을 일컫는다. 유양도 한파가 찾아온 날 남들 다 입는 두툼한 패딩 대신 롱코트를 입고 집을 나섰다.

◇ 겨울엔 차가운 음료가 진리… 아이스 음료 매출 늘었다

21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최근 MZ세대를 중심으로 ‘얼죽아’, ‘얼죽코’ 등 계절을 역주행하는 트렌드가 성행하고 있다. 이에 아이스 음료와 얼음컵 등 관련 상품 매출이 전년에 비해 소폭 증가하고 있는 모습이다.

실제 스타벅스커피 코리아에 따르면 작년 12월 한 달간 따뜻한 음료와 차가운 음료 판매 비중은 5대5로 나타났다. 이는 2019년(6대4)보다 아이스 음료 매출 비중이 10%p(포인트) 상승한 수치다. 투썸플레이스도 같은 기간 따뜻한 아메리카노와 아이스아메리카노의 판매 비중이 5대5를 기록하며 전년 동기(6대4)보다 10%p 늘었다.

또한 이디야커피가 최근 한 달(2020년 12월 19일~2021년 1월 18일)간 전국 가맹점 음료 판매량을 분석한 결과, 따뜻한 아메리카노 49%, 아이스아메리카노 51%로 집계됐다. 그 전달(2020년 11월 19일~12월 18일) 판매량도 아이스아메리카노가 따뜻한 아메리카노보다 약 4% 높았다.

스타벅스커피 코리아 관계자는 “최근 얼죽아라는 신조어가 생길 정도로 겨울에도 아이스 음료를 선호하는 소비 트렌드와 함께 아이스 카페 아메리카노, 콜드 브루 메뉴 선호도가 지속적으로 유지되고 있다”고 말했다.

‘얼죽아 효과’는 편의점 매출에서도 나타났다. GS25가 자체 즉석 원두커피 브랜드 카페25의 최근(1월 1~19일) 매출을 살펴본 결과, 따뜻한 아메리카노는 전년 대비 5.8% 증가한 데 비해 아이스아메리카노는 8.3%나 신장했다. 같은 기간 얼음컵 매출도 약 1.8% 늘었다.

BGF리테일이 운영하는 CU도 지난해 12월 1일~올해 1월 14일까지 원두커피 매출 비중을 살펴본 결과, 즉석 원두커피가 80%, 아이스커피는 20%로 집계됐다. 전년 동기(원두커피 81.5%, 아이스커피 18.5%) 대비 아이스커피 비중이 약 1.5% 높아진 것이다. 같은 기간 얼음컵 매출도 11.9% 신장했다.

‘얼죽코’의 증가는 매출로 증명하기에 다소 어려운 부분이 존재했다. 작년 초부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집콕’이 장기화되면서 아우터보다 홈웨어를 구매하는 소비자 비중이 더 늘어나서다.

다만 최근 CJ오쇼핑이 아직 추운 날씨임에도 불구하고 ‘얼죽코’를 위한 간절기 아이템을 선뵌 것을 보면, 계절에 상관없이 자신만의 패션 스타일을 고수하는 패셔니스타들이 적지 않음을 미뤄 짐작 할 수 있다.

◇ ‘예측불가능’ MZ세대… “계절·시대 역주행 트렌드 계속될 것”

계절을 역주행한 트렌드 사례는 이뿐만이 아니다. 본래 여름철 상품으로 익숙한 비빔면이 최근 매서운 겨울 추위에도 불티나게 팔렸다. 팔도는 작년 11월 한정판으로 선보인 ‘팔도비빔면 윈터에디션’이 출시 한 달 만에 500만개 완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또한 SPC그룹 베스킨라빈스의 ‘민트초콜릿칩’ 인기가 급증하면서 일주일(1월 9~15일) 동안 출하가 일시 중단되기도 했다.

여기에 ‘얼죽아’의 반대말로 알려진 ‘쪄죽따(쪄 죽어도 따뜻한 음료의 줄임말), ‘뜨죽따(뜨거워 죽어도 따뜻한 음료의 줄임말)’처럼 여름에도 뜨거운 음료만 고집하는 소비자들도 있다.

MZ세대는 최신 트렌드와 남과 다른 이색적인 경험을 추구하며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기반으로 유통 시장에서 강력한 영향력을 발휘하는 소비 주체로 급부상하고 있다. /픽사베이
MZ세대는 최신 트렌드와 남과 다른 이색적인 경험을 추구하며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기반으로 유통 시장에서 강력한 영향력을 발휘하는 소비 주체로 급부상하고 있다. /픽사베이

이같은 트렌드가 성행하는 이유를 설명하려면 MZ세대가 빠질 수 없다. MZ세대란 1980년대 초반~2000년대 초반 출생한 밀레니얼 세대와 1990년대 중반~2000년대 초반 출생한 Z세대를 통칭하는 말이다.

MZ세대는 최신 트렌드와 남과 다른 이색적인 경험을 추구하며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기반으로 유통 시장에서 강력한 영향력을 발휘하는 소비 주체로 급부상하고 있다. 이들은 남들의 시선을 신경 쓰지 않으며 자신이 하고 싶은 건 하는 ‘마이웨이(my way)’ 성향이 강하다. 이렇기 때문에 추워도 내가 마시고 싶은 걸 마시고, 입고 싶은 걸 입는 것이다. 계절이나 날씨보다 자신의 취향과 선호도가 우선하는 셈이다.

이향은 성신여대 서비스·디자인공학부 교수는 MZ세대와 관련, 지난해 12월 KBS2 ‘통합뉴스룸ET’에 출연해 “자신의 욕망에 대해 굉장히 투명하고 솔직하며 본인이 좋아하는 것과 싫어하는 것을 명확히 표현할 줄 아는 세대”라고 설명했다. 소비 성향과 관련해서는 “역사상 가장 까다로운 고객이라는 평가를 할 정도로 예측불가능하다”고 표현했다.

추운 겨울에는 따뜻한 음료를 마시고, 두툼한 외투를 입어야 한다는 공식은 깨졌다. 이제 ‘추운데 왜 차가운 음료를 마시느냐’, ‘추운데 왜 이렇게 얇게 입고 다니느냐’는 전형적인 말은 통하지 않는다. 자신의 개성을 드러내고 자기 표현에 대한 욕구가 강한 MZ세대가 급부상한 만큼, 계절과 시대를 역주행하는 트렌드는 계속해서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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