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저계급론’은 우리 사회의 씁쓸한 단면을 상징하는 신조어다. 태어날 때부터 운명이 정해져있다는 슬픈 의미를 담고 있다. 우리 헌법엔 계급을 부정하는 내용이 담겨있지만, 현실에선 모두가 수저계급론에 고개를 끄덕인다. 그중에서도 ‘주식금수저’는 꼼수 승계와 같은 또 다른 문제로 이어질 가능성이 상당하다. 기회는 평등하고, 과정은 공정하며, 결과는 정의로운 세상으로 가기 위해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주식금수저’ 실태를 <시사위크>가 낱낱이 파헤친다.

구본걸 LF 회장 일가는 최근 적극적인 지분 확대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구본걸 LF 회장 일가는 최근 적극적인 지분 확대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시사위크=권정두 기자  구본걸 LF 회장 일가는 최근 분주한 행보로 눈길을 끌고 있다. 지난해부터 오너일가 보유 지분에 의미심장한 변화가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신호탄을 쏜 것은 비상장계열사 태인수산이다. 구본걸 회장이 지분 100%를 보유한 개인회사로 알려져 있다. 태인수산은 지난해 4월 LF 지분을 처음 취득한 데 이어, 9월에도 추가 매입에 나섰다. 이를 통해 현재 15만4,000주, 0.53%의 지분을 확보하고 있다. 

태인수산이 지분 매입에 투입한 자금은 18억원가량이며, 이 자금은 모두 구본걸 회장을 통해 차입한 것으로 나타났다. 사실상 구본걸 회장이 지분을 매입한 셈이다. 다만, 구본걸 회장이 직접 지분을 매입하지 않고 태인수산을 통한 이유엔 물음표가 붙는다.

구본걸 회장은 이후 지난해 5월 오너일가 3세인 두 조카 A씨와 B씨에게 각각 12만주의 주식을 증여했다. 또한 구본걸 회장의 모친도 지난해 10월 자신이 보유 중이던 2만여주의 주식을 B씨에게 증여했다. 이로써 A씨와 B씨의 지분은 0.69%에서 1.10%, 1.18%로 늘어났다.

이어 LF네트웍스가 움직였다. 역시 구본걸 회장과 친인척이 지분 100%를 보유 중인 곳이다. LF네트웍스는 지난해 10월 LF 지분을 처음 취득하더니, 연말까지 공격적으로 지분을 확대해나갔다. 현재 126만주, 4.31%의 지분을 보유 중이다. 여기엔 무려 190억원이 투입됐다.

결과적으로 구본걸 회장과 특수관계인의 LF 지분은 지난해 초 39.98%에서 44.31%까지 확대된 상태다. 이 같은 행보의 정확한 의도와 배경은 확인되지 않고 있지만, 지배력 강화 및 승계준비 차원이라는 분석에 힘이 실린다. 특히 코로나19 사태로 LF 주가가 하락한 크게 하락한 점을 적극 활용하고 있다는 분석도 제기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LF의 최대주주 특수관계인 명단엔 어김없이 ‘주식금수저’가 눈길을 잡아끈다. 올해로 고등학교 2학년에 해당되는 2004년생 C양이 그 주인공이다. C양은 현재 LF 지분 2만주를 보유하고 있다. 0.07%에 불과한 수준이지만, 과거에 비해 대체로 떨어진 현재 주가로 계산해도 3억원에 육박하는 규모다. 

사실, C양은 LF에 마지막 남은 주식금수저다. 앞서 언급된 A씨와 B씨, 그리고 구본걸 회장의 두 자녀인 D씨(1990년생)와 E씨(1997년생)도 ‘주식금수저’ 출신이다. 세월이 흘러 미성년자 딱지를 뗐을 뿐이다. 과거엔 이들 외에도 더 많은 주식금수저들이 있었다. 

주목할 점은 C양이 보유 중인 지분이 LF에 그치지 않는다는 것이다. 지난해 LF 지분을 공격적으로 확대한 LF네트웍스 지분도 6.9% 보유 중인 것으로 확인된다. 또한 A씨와 B씨, D씨와 E씨 역시 LF네트웍스 지분을 6~7%가량 보유하고 있다. LF네트웍스의 공격적인 지분 확대가 이들과 무관하지 않은 셈이다.

물론 C양을 비롯한 이들의 주식 보유는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 다만, 어린 시절부터 억대 주식을 보유하고 있는 모습은 결코 일반적이지 않다. 동시대를 살아가는 서민과 청년들, 그리고 비슷한 또래의 아이들에게 상대적 박탈감과 위화감을 안겨줄 수 있는 모습이다. 또한 이 같은 주식 보유가 승계 비용 절감이나 자산 증식 효과로 이어질 가능성도 존재한다. LF의 행후 행보에 관심이 집중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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