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전자는 20일 입장문을 통해 자사의 모바일 사업부에 대해 철수 및 매각에 대한 가능성을 내비쳤다. 이는 5년 넘게 지속된 실적 부진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사진=뉴시스, 편집=박설민 기자

시사위크=박설민 기자  25년 역사를 자랑하던 LG전자의 모바일 사업부가 존폐 기로에 섰다. 

LG전자는 20일 입장문을 통해 “모바일 사업과 관련해 현재와 미래의 경쟁력을 냉정하게 판단해 최선의 선택을 해야 할 시점에 이르렀다고 본다”며 “현재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사업 운영 방향을 면밀히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모바일 사업을 철수하거나 크게 축소할 가능성을 내비친 것이다. 

다만 LG전자 권봉석 사장은 임직원들에게 “사업 운영 방향이 어떻게 정해지더라도 구성원들의 고용은 유지할 것이니 불안해하지 말라”며 안심시킨 것으로 알려졌다.

LG전자의 발표에 소비자들은 충격적이라는 반응이다. 지난 11일 세계 IT·가전전시회 CES 2021에서 세계 최초로 롤러블폰을 공개하면서 ‘스마트폰 업계의 새로운 혁신’을 일으킬 수 있을 것으로 기대를 모은 지 얼마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외신 매체들 역시 LG전자의 스마트폰 사업 철수 고려에 대해 안타까움을 나타내고 있다. 미국의 대형 IT전문매체 톰스가이드는 “스마트폰시장에서 LG전자는 참신함을 보여줬으나, 불행하게도 LG전자가 사업 철수를 고려하고 있는 만큼, 롤러블 스마트폰이 LG전자의 마지막 업적이 될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다만 LG전자는 사업 철수나 매각이 진행될 경우 롤러블폰 역시 미래가 불투명하지 않을까 우려하는 목소리에 대해 ‘롤러블폰은 지속해서 개발해 나간다’는 입장이다. 다만 유력했던 올해 3월 초 출시보다는 늦어질 것으로 예상된다는 것이 업계 관계자들의 전반적인 추측이다.

이번 LG전자의 모바일 사업부 철수 소식은  지난 11일 세계 IT·가전전시회 CES 2021에서 세계 최초로 롤러블폰을 공개하면서 ‘스마트폰 업계의 새로운 혁신’을 일으킬 수 있을 것으로 기대를 모은 지 얼마 되지 않았은 시점이다. LG전자 측은 ‘롤러블폰은 지속해 개발한다’는 입장이지만, 3월초로 예상됐던 출시일은 더 늦어질 것으로 보인다./ LG전자

◇ ‘피처폰’ 최강자 LG의 몰락… 6년간 적자만 5조원

그렇다면 25년이나 이어졌던 LG전자의 모바일 사업부가 존폐 기로에 선 이유는 무엇일까.

업계 관계자들은 장기간 이어지고 있는 심각한 부진을 가장 큰 이유로 보고 있다. 

LG전자 모바일 사업부는 2015년 2분기 이후 23분기 연속 적자를 기록하고 있다. 매해 약 1조원에 육박하는 적자가 발생, 지난 6년간 누적 손실액만 5조원에 달하고 있다. 한 해 평균 영업이익이 2~3조원인 LG전자에겐 상당한 부담일 수밖에 없다.

키움증권 김지산 연구원은 “LG전자의 스마트폰 사업은 한계에 도달했고, 전략적 판단 시점이 도래했다”며 “2015년 이후 6년간 4조7,000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고, 공통 비용을 감안한 손실 규모는 그 이상일 것”이라고 전했다.

다만 처음부터 LG전자의 모바일 사업부가 약세를 보인 것은 결코 아니었다. 1990년대부터 2000년대 초까지만해도 ‘초콜릿폰’ ‘프라다폰’ 등의 제품을 크게 흥행시키며 명실상부 피처폰(스마트폰 이전의 휴대폰) 시장의 최강자 중 하나로 군림했다.

하지만 2007년 애플이 ‘아이폰’을 공개한 이후, 전 세계 모바일 시장에 ‘스마트폰’ 열풍이 불면서 이야기는 완전히 달라졌다. 당시 경쟁사였던 삼성전자도 과감히 2010년 ‘갤럭시S’를 출시하면서 스마트폰 시장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그러나 LG전자는 여전히 프리미엄 레벨의 피처폰인 뉴초콜릿이나 프라다폰2 등을 내놓는데 그쳤다. 결국 전략적인 대응을 제대로 하지 못했던 LG전자는 2010년 2분기 기준 전년 동기 대비 영업이익이 90%나 하락했다. 뒤늦게 2016년 ‘G5’ 등 프리미엄 스마트폰 모델을 급하게 선보였지만, 이미 시장 선점 효과와 소비자 니즈 파악 부족 등으로 모바일 시장 탈환에는 실패하고 말았다. 

여기에 최근엔 삼성전자, 중국의 화웨이 등 경쟁사들이 폴더블폰을 내놓으면서 기술력을 과시하자 이에 대항하기 위해 디스플레이 2개를 합친 ‘V50’과 화면을 돌릴 수 있는 ‘LG윙’ 등의 신제품을 연이어 출시했지만, 돌아온 것은 ‘병풍폰’ ‘십자가폰’이라는 소비자들의 조롱뿐이었다.

키움증권 김지산 연구원은 20일 발표한 보고서에서 “LG전자의 스마트폰은 지난해 하반기 이후 전략 모델인 벨벳과 윙의 판매 성과가 저조하고 5G 모멘텀도 정점을 지난 만큼 프리미엄폰 시장에서 입지가 더욱 축소됐고, 추가 카드가 제한된 상태”라며 “이번 CES 2021에서 이목이 집중된 롤러블폰은 앞선 기술력을 과시하기에 충분해 보이지만, 의미있는 판매량과 실적으로 반영되기는 어렵다”고 평가했다.

LG전자는 경쟁사들보다 늦게 스마트폰 시장에 뛰어들었지만, 대부분 혹평을 받고 성공적인 모델을 출시하는데 실패했다는 평을 받았다. LG전자의 모바일 사업부는 때문에 2015년 이후 6년간 5조원에 육박하는 적자를 기록한 것으로 알려졌다./ 뉴시스

◇ 전문가들 “LG전자 매각은 최상의 시나리오”

업계에서는 LG전자가 모바일 사업을 축소하거나 매각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특히 미국의 마이크로소프트(MS)나 구글 등 대형 글로벌 IT기업에 매각될 경우 기업 경쟁력에 있어 최상의 시나리오라는 것이 증권가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대규모 적자 요인 해소와 더불어 영업권 및 특허 가치에 대한 현금 유입이 이뤄지기 때문이다. 

키움증권 김지산 연구원은 “LG전자가 모바일 사업부의 매각이나 철수에 성공하게 되면, 고질적인 스마트폰 리스크가 궁극적으로 해소될 것이라는 점에서 매우 환영할 이슈”라며 “모바일 사업부의 손실을 제거하면 당장 올해 영업이익은 4조원을 상회할 것”이라고 전했다.

이어 “매각이나 철수를 단행하더라도 당연히 핵심 모바일 기술은 내재화 할 것이고, IoT 가전, 로봇, 자율주행차 등 미래 사업 경쟁력을 뒷받침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매각에 성공한다면 자동차부품 턴어라운드와 스마트폰 리스크 해소를 바탕으로 이상적인 사업 포트폴리오를 갖추게 돼 기업가치 재평가가 활발하게 이뤄질 수 있다”이라고 덧붙였다.

다만 김지산 연구원은 “ODM(하청업체가 제품의 개발과 생산을 모두 담당하는 방식) 위주로 사업 구조를 전환해 중저가폰 중심의 사업을 영위하는 전략은 냉장고 등 가전과 OLED TV 등을 통해 쌓아온 프리미엄 브랜드의 가치를 훼손할 수 있다”며 “따라서 중저가폰 사업에 대해선 LG전자가 신중하게 결정할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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