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과 주호영 원내대표가 27일 국회에서 온·오프라인 방식으로 열린 신년기자회견에 입장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뉴시스
국민의힘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과 주호영 원내대표가 27일 국회에서 온·오프라인 방식으로 열린 신년기자회견에 입장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뉴시스

시사위크=정호영 기자  27일 국민의힘이 4·7 부산시장 보궐선거 변수로 부상한 가덕도신공항 특별법 문제로 혼선을 겪고 있다.

선거를 앞두고 여당이 추진하는 포퓰리즘성 법안에 휘둘려선 안 된다는 당 지도부와 부산 민심에 민감한 소속 정치인들의 입장이 엇갈리면서다. 국민의힘 부산지역 의원들과 부산시장 레이스에 뛰어든 후보들은 가덕도신공항의 필요성을 강조하며 지도부의 태도 변화를 촉구하고 나섰다.

국민의힘은 내달(2월) 1일 부산에서 현장 비상대책위원회의를 열고 가덕도신공항 문제를 아우른 부산경제 종합대책을 발표할 계획이다. 가덕도 당론 결정을 더 이상 늦출 수 없다는 판단으로 보인다.

◇ 지도부는 “포퓰리즘” 후보는 “부산 자존심”

국민의힘 지도부가 여당의 가덕도신공항 특별법 처리에 부정적 견해를 나타내는 것은 선거를 의식한 움직임이라는 판단 때문이다. 수십조 규모의 재정이 투입되는 국책사업을 예비타당성조사 등을 면제하면서 선거용으로 졸속 처리하는 것은 ‘악선례’라는 주장이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27일 BBS라디오 ‘이상휘의 아침저널’에 출연해 “더불어민주당이 부산시장 선거를 앞두고 다급하니 가덕도신공항을 지어 선거 득을 보려고 한다”며 “우리로서는 참 곤혹스럽다”고 했다.

주 원내대표는 “수조 내지 수십조가 들어가는 것은 효과가 나는지 안 나는지를 점검해야 한다”며 “그런 것도 하지 않고 2월 국회에서 (법안을) 통과시키고 우리가 문제점을 지적하면 ‘가덕도 공항을 반대한다’고 몰아붙여 선거에서 이용하려는 것이 뻔하다”고 했다.

앞서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도 지난 21일 “가덕도신공항 하나로 부산경제가 확 달라지지 않는다”고 발언한 바 있다.

부산지역을 기반으로 둔 국민의힘 정치인들은 반발하고 있다.

장제원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 “(김 위원장은) 얼마 전 가덕도신공항 ‘하나’ 운운했다가 아직도 지역 언론으로부터 뭇매를 맞고 있고, 주 원내대표는 하루가 머다하고 부산시민의 열망인 가덕도신공항 반대 의사를 노골적으로 표출하고 있다”며 “아무리 자신의 생각과 다르다고 하더라도 선거를 앞두고 있는 지역 사정을 감안해 한 발 물러서 있는 것이 도리”라고 지적했다.

이어 “선거 승리를 위해서는 물불을 가리지 않는 민주당 지도부와는 정반대의 모습”이라며 “보궐선거 승리가 그리 절박하지 않나보다”라고 했다.

부산시장 출사표를 낸 이언주 전 국민의힘 의원도 “가덕도신공항은 부산의 자존심”이라며 “경제성이 떨어지면 수요를 올려서 경제성을 올릴 수 있고, 국비 투입이 부족하면 외자 유치를 모색해서 할 수 있다”고 했다.

이 전 의원은 당 지도부를 향해 “우리나라 산업경쟁력이 인천공항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며 “(가덕도신공항이) 남부권 전체 경제 성장이 큰 역할을 미친다고 보기 때문에 이 부분은 아주 흔쾌하게 적극적으로 동의하고 밀어주셨으면 좋겠다”고 했다.

야권이 가덕도 찬반논쟁으로 혼선을 빚자 민주당은 가덕도를 ‘꽃놀이패’처럼 활용하며 국민의힘을 압박하고 나섰다.

김태년 민주당 원내대표는 지난 25일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가덕도 신공항 관련 (국민의힘의) 본심이 무엇인가”라며 “자꾸 고춧가루를 뿌리는 듯한 발언을 하고 있다”고 했다. 주호영 원내대표의 ‘악선례’ 발언과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의 ‘공항 하나 한다고 부산 경제가 확 달라지지 않는다’는 발언을 겨냥한 셈이다.

김 원내대표는 “선거 표심 때문에 아직도 밀양, 김해, 가덕도 사이에서 결정하지 못하고 오락가락하는 것 아닌가”라며 “당내 입장을 분명히 정리하고 법안 통과에 협조하라”고 했다. 민주당은 가덕도신공항 특별법을 2월 임시국회에서 처리하겠다는 입장이다.

민주당 부산시장 후보 김영춘 전 해양수산부 장관은 지난 25일 페이스북에서 “주호영 원내대표의 ‘악선례’ 발언은 뻔뻔하고 몰염치한 태도”라며 “자신들이 약속하고 무산시킨 가덕도신공항에 대해 사과는 못할 망정 어깃장을 놓아서야 되겠는가”라고 했다.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지난 25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뉴시스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지난 25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뉴시스

◇ 내주 부산 방문… 가덕도 해법 찾을까

일각에서는 민주당의 ‘가덕도 올인’ 배경에 지지율 반등세와 오거돈 이슈를 희석하려는 의도라는 지적도 나온다. 야권 관계자는 “오거돈 프레임을 바꾸려는 의도”라며 “여론조사로 재미를 톡톡히 보지 않았나”라고 했다.

국민의힘 부산지역 지지율은 최근 급락하면서 민주당에 역전을 허용했다.

지난 25일 리얼미터가 YTN 의뢰로 전국 성인 2,510명을 대상으로 정당 지지도를 조사(18일~22일)한 결과, 민주당은 부산·울산·경남 지역에서 전주 대비 5.2%p 오른 31.3%로 집계됐다. 반면 국민의힘 지지율은 전주 대비 11.4%p 내린 28.7%를 기록해 오차범위 내에서 민주당에게 밀렸다. (95% 신뢰수준·표본오차 ±2.0%p.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당초 부산 보궐선거가 오거돈 전 부산시장의 성비위 사건으로 마련된 데다 지역도 보수정당에 우호적인 만큼 야권에 유리할 것으로 관측됐다. 하지만 여당에 지지율 일격을 허용하면서 가덕도신공항 이슈가 영향을 미친 것 아니냐는 지적도 제기된다.

국민의힘은 내달 1일 부산을 찾는다. 현장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가덕도 관련 당론을 발표하고 교통정리를 끝낼 것으로 관측된다.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27일 국회에서 가진 신년 기자회견에서 가덕도신공항 관련 당내 이견에 대해 “다음 주 월요일(1일) 부산에서 비대위를 열고 부산 경제활성화를 위한 종합대책을 발표할 것”이라며 “가덕도 문제도 포함될 수 있다”고 했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가덕도 문제는 궁극적으로 대놓고 반대할 상황은 아니다”라면서도 “야당으로서 최소 반대하지는 않아도 (문제점을) 기록으로 남겨둘 필요가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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