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새해전야’(감독 홍지영)가 관객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을까. /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영화 ‘새해전야’(감독 홍지영)가 관객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을까. /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시사위크=이영실 기자  각기 다른 사연을 지닌 네 커플을 통해 로맨틱코미디 장르의 달달한 설렘은 물론, 결혼‧취업 등 보편적인 고민을 녹여내 공감대까지 잡으려 했다. 무려 9명의 배우를 앞세운 화려한 캐스팅으로, 보다 폭넓은 관객층을 흡수하려 했다. 하지만 아쉬움만 남는 영화 ‘새해전야’(감독 홍지영)다.    

‘새해전야’는 인생 비수기를 끝내고 새해엔 더 행복해지고 싶은 네 커플의 두려움과 설렘 가득한 일주일을 그린 작품이다. 영화 ‘당신, 거기 있어줄래요’ ‘결혼전야’ 등을 통해 섬세하고 감각적인 연출력을 선보여 온 홍지영 감독의 신작으로, 배우 김강우‧유인나‧유연석‧이연희‧이동휘‧염혜란‧최수영‧유태오와 중국배우 천두링이 출연했다.

영화는 크리스마스부터 새해까지, 한 해를 마무리하는 동시에 다가오는 새해를 준비하는 시기 일주일 동안 펼쳐지는 9인의 이야기를 담는다. 독립된 여러 단편을 묶은 옴니버스 영화는 아니지만, 할리우드 영화 ‘러브 액츄얼리’처럼 각각의 분리된 에피소드가 연결돼 하나의 이야기를 이루는 구성이다.

각양각색 9인의 이야기를 통해 다양하고 보편적인 이야기를 담아낸 ‘새해전야’. /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각양각색 9인의 이야기를 통해 다양하고 보편적인 이야기를 담아낸 ‘새해전야’. /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안타깝게도, ‘새해전야’는 옴니버스형 스토리의 단점을 고스란히 보여준다. 각 에피소드가 무리없이 연결은 되지만, 산만한 느낌을 지울 수 없고 인물들의 서사가 얕아 몇몇 캐릭터의 감정선은 급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특히 지호(김강우 분)와 효영(유인나 분)의 로맨스가 그렇다.

이혼 4년 차 형사 지호는 이혼 소송 중 신변보호 요청을 하게 된 효영을 만나 새로운 인연을 맺게 되는데, 서로 가까워지는 과정이 자세히 그려지지 않아 이들의 감정을 이해하는데 어려움이 따른다. 이에 극 후반 지호에게 ‘역’신변보호를 제안하며 사랑을 고백하는 효영의 모습에서는 ‘갑자기?’라는 질문과 함께 ‘오글거림’ 마저 느껴진다.

그 밖의 커플들도 특별한 매력은 없다. 미래에 대한 고민과 성장통을 겪다 여행지에서 만난 청춘 남녀의 로맨스는 이미 숱한 작품에서 봐온 ‘뻔한’ 이야기이고, 국제결혼을 준비하다 갈등을 겪게 되는 예비부부의 사연 역시 예상 가능한 대로 흘러가 흥미를 유발하지 못한다.

‘새해전야’에서 제 몫을 톡톡히 해낸 염혜란(왼쪽)과 최수영 스틸컷. /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새해전야’에서 제 몫을 톡톡히 해낸 염혜란(왼쪽)과 최수영 스틸컷. /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그나마 문화적 차이와 언어의 벽을 넘어 올케 야오린(천두링 분)과 새로운 가족이 돼가는 용미(염혜란 분)와 주변의 편견으로 인해 오해를 쌓아가지만, 굳건한 로맨스를 보여주는 오월(최수영 분)과 래환(유태오 분)의 에피소드가 유일하게 매력적으로 다가온다.

또 하나의 장점은 시즌 무비 특유의 활기찬 분위기와 겨울이라는 계절감을 담아낸 점이다. 여기에 아르헨티나의 이국적인 풍광은 ‘새해전야’의 가장 큰 볼거리다. 특히 스크린을 가득 채운 이과수 폭포의 전경은 한동안 여행을 포기할 수밖에 없었던 우리에게 주는 특별한 선물 같기도 하다.

무난한 활약을 펼치는 배우들 속 빛나는 건 염혜란과 최수영이다. 매 작품, 탄탄한 연기력을 자랑하는 염혜란은 이번에도 제 몫을 다하고, 최수영은 또 한 번 성장한 모습을 보여준다. 여기에 예수정‧이준혁‧안세하는 분량을 뛰어넘는 존재감으로 극의 빈틈을 채운다. 러닝타임 114분, 오는 10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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