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고백’(감독 서은영)이 관객과 만날 준비를 마쳤다. /리틀빅픽처스
영화 ‘고백’(감독 서은영)이 관객과 만날 준비를 마쳤다. /리틀빅픽처스

시사위크=이영실 기자  국민 일인당 천원씩 일주일 안에 1억원이 되지 않으면 유괴한 아이를 죽이겠다는 전대미문의 유괴사건이 일어난다. 천원 유괴사건이 전국민적인 관심사로 떠오르는 사이, 사회 복지사인 오순(박하선 분)이 돌봐주던 보라(감소현 분)의 아버지가 숨진 채 발견된다. 

보라 역시 어디론가 사라지고, 사건을 조사하던 신입 경찰 지원(하윤경 분)은 보라 아버지는 물론, 학대부모들의 불의를 참지 못했던 오순을 의심한다. 학대하는 부모, 구해주는 유괴범…  우리는 누구 편에 서야 할까.

영화 ‘고백’(감독 서은영)은 7일간 국민 성금 1,000원씩 1억원을 요구하는 유괴사건이 일어난 날 사라진 아이, 그 아이를 학대한 부모에게 분노한 사회 복지사, 사회복지사를 의심하는 경찰, 나타난 아이의 용기 있는 고백을 그린 범죄 드라마다. 2016년 데뷔작 ‘초인’으로 연출력을 인정받은 서은영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아동학대 피해 상황의 심각성을 고발한 영화 ‘고백’. /리틀빅픽처스
아동학대 피해 상황의 심각성을 고발한 영화 ‘고백’. /리틀빅픽처스

‘고백’은 때로는 불편하고 보기 힘든 진실이지만, 외면해서는 안 될 우리 사회의 어두운 면을 날선 시선으로 짚으며 경각심을 일깨운다. 아동학대 피해 상황의 심각성을 고발하며, ‘아이가 행복한 사회가 곧 어른이 행복한 사회’라는 당연한 진리를 새삼 깨닫게 한다.

또래 아이보다 작은 체구에 온몸에는 멍투성이인 아이. 잦은 결석에 학교생활 적응도 힘들지만, 그에게 도움의 손길을 내미는 이는 사회복지사가 유일하다. 하지만 그마저도 가정방문이나, 사비로 선물을 사주는 것 외엔 할 수 없다. 죽음의 문턱에서 간신히 구해 병원에 데려가지만, 치료가 끝난 후엔 끔찍한 기억만 가득한 ‘집’으로 돌려보내야 한다.

아이에게 무자비한 폭력을 가하고 이를 방치하는 부모, 그러나 이들을 지킬 수 없는 사회의 불합리한 시스템과 사람들의 무관심 등 영화가 그리는 현실은 아이들이 쉽게 도움을 청할 수 없는 우리 사회와 꼭 닮아있어 더욱 아프게 다가온다. 여기에 피해자인 아이를 보며 ‘어딘가 섬뜩하다’고 표현하는 일부 어른들의 편견 어린 시선은 분노를 자아냄과 동시에 스스로를 반추하게 만든다.

영화 ‘고백’에서 진정성 있는 열연을 펼친 (왼쪽 위) 박하선(왼쪽)과 하윤경, 아역배우 감소현(왼쪽 아래). /리틀빅픽처스
영화 ‘고백’에서 진정성 있는 열연을 펼친 (왼쪽 위) 박하선(왼쪽)과 하윤경, 아역배우 감소현(왼쪽 아래). /리틀빅픽처스

배우들은 진정성 있는 열연으로 힘을 더한다. 청순하면서도 엉뚱한 매력으로 대중을 사로잡았던 박하선은 아이를 학대하는 어른들의 불의를 참지 못하는 사회복지사 오순 역을 맡아 새로운 얼굴을 보여준다. 어린 시절의 상처를 안고 살아가는 인물의 복잡한 내면을 깊이 있게 담아내 마음을 흔든다.

신입 경찰 지원으로 분한 하윤경과 학대피해아동 보라를 연기한 아역배우 감소현도 제 몫을 해내고, 오순의 선배 역을 맡은 서영화와 지원의 선배 경사 정은표는 묵직한 존재감으로 극을 든든하게 받친다. 

‘고백’은 마주하기 힘든 문제를 다루면서도, 아이들의 상흔을 결코 폭력적이거나 관습적으로 그리지 않는다는 점도 좋다. 극적 효과를 위해 타인의 아픔을 자극적으로 소비하지 않고, 진정성 있고 진솔한 태도로 아동학대에 대한 문제의식을 던진 연출자의 세심한 배려가 돋보인다. 러닝타임 99분, 오는 24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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