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산모가 병원에서 출생신고를 하고 있다. 현행법에는 ‘혼인 외 출생자의 신고는 모가 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뉴시스
한 산모가 병원에서 출생신고를 하고 있다. 현행법에는 ‘혼인 외 출생자의 신고는 모가 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뉴시스

시사위크=김희원 기자  인천지검 형사3부는 지난 7일 동거남과의 사이에서 낳은 8살짜리 딸을 살해한 뒤 시신을 집에 방치한 혐의로 친모 A(44)씨를 구속기소했다고 밝혔다. A씨는 지난달 8일 인천시 미추홀구에 있는 한 주택에서 딸 B양을 숨지게 한 뒤 1주일간 시신을 방치하다가 119에 “아이가 죽었다”며 신고했다.

이번 사건이 알려지면서 딸을 살해한 비정한 친모의 행태에 사회적 공분이 일었고, 출생신고가 되지 않은 ‘그림자 아이들’에 대한 문제가 부각되면서 현행 출생신고 제도의 문제점이 재조명됐다.

경찰 조사 결과 A씨는 남편과 이혼하지 않은 상태에서 동거남 C씨와의 사이에서 딸을 낳았으며 출생신고는 하지 않았다. 이는 혼외 자녀의 출생신고가 어려웠기 때문인 것으로 파악됐다. 이 때문에 A씨의 딸은 의료보험 혜택과 어떤 정규 교육도 받지 못했고, 세상에 없는 ‘그림자 아이’로 머무르다 떠났다. 일부 언론보도에 따르면, 동거남 C씨는 수개월간 여러 차례 아이의 출생신고를 재촉했지만 A씨는 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렇다면 동거남 C씨, 즉 법적인 미혼부는 자신의 아이를 출생신고 할 수 없는 것일까. 현행법상 미혼부는 출생 신고를 할 수가 없다.

‘가족관계의 등록 등에 관한 법률’ 제46조(신고의무자) 제2항에는 ‘혼인 외 출생자의 신고는 모가 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 같은 규정은 민법의 ‘아내가 혼인 중 임신한 자녀는 남편의 자녀로 추정한다’는 친생 추정 조항 때문이다. 친모가 법적으로 혼인한 상태일 경우 아이의 친부가 따로 있어도 친모의 법적 남편의 자녀로 추정을 받게 된다. 미혼부가 출생 신고를 하게 되면 중복 출생 신고가 되는 상황이 발생한다. 이를 막기 위해 미혼부모가 낳은 아이의 출생 신고는 ‘모’만 하도록 제한해 놓은 것이다.

현행법은 미혼부가 자녀를 출생신고하려면 친모의 성명이나 주민등록번호 등을 알 수 없을 경우만 제한적으로 출생신고가 가능하도록 하고 있다.

가족관계등록법 제57조(친생자출생의 신고에 의한 인지) 제2항에는 ‘모의 성명·등록기준지 및 주민등록번호를 알 수 없는 경우에는 부의 등록기준지 또는 주소지를 관할하는 가정법원의 확인을 받아 제1항에 따른 신고를 할 수 있다’고 규정돼 있다.

그러나 일부 법원이 '모의 인적 요건'을 엄격하게 해석해 미혼부가 아이를 출생신고하지 못하는 일이 발생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친모가 행방불명 상황이 아님에도 출생 신고를 거부하는 경우 ‘출생 미등록 사각지대’가 발생할 수 있다.

딸 사랑이를 16개월만에 출생신고를 한 미혼부 김지환 아빠의품(싱글대디가정지원협회) 대표는 최근 한 언론 인터뷰에서 “나는 미혼부라면 다 나처럼 아이 엄마를 찾을 수 없어서 출생 신고를 못 하는 줄만 알았다. 아빠들에게서 계속 도와달라는 연락이 왔다”며 “행방불명이 아닌데도, 출생 신고를 못 해준다는 엄마들이 많다. 출생 신고를 하면 기록이 남는데, 그걸 꺼린다”고 전했다.

이 때문에 국회에서도 미혼부도 출생신고를 할 수 있도록 해 출생 미등록 사각지대를 없애는 내용의 가족관계등록법 개정안이 다수 발의돼 있는 상태다. 더불어민주당 서영교, 강훈식, 정청래, 전용기 의원, 국민의힘 양금희 의원 등이 각각 가족관계등록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전용기 의원의 개정안은 친모의 미상 상태 등 인지 여부와 관계없이 친부가 공인된 유전자검사를 통해 친생부임을 증명할 경우 출생신고가 가능하도록 하고 있다.

양금희 의원의 개정안은 미혼부가 혼인 외 출생자에 대해서도 신고의무자가 되도록 하고, 친모의 신상정보를 일부 알더라도 출생신고가 가능하도록 규정을 명확히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지난해 7월 가족관계등록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한 국민의힘 양금희 의원은 9일 <시사위크>와 통화에서 “현행법은 혼인 외 출생자의 신고는 모가 하도록 규정하고 있다”며 “미혼부도 아이 어머니의 신상정보를 모르는 경우 출생신고를 할 수 있게 돼있으나 실무에서는 신상정보를 전부 모르는 경우에만 출생신고를 할 수 있는 것으로 해석하기도 해 미혼부가 출생 신고를 하는데 있어 여전히 어려움이 있다”고 설명했다.
 
※최종결론 : 일부 사실

근거자료

-가족관계의 등록 등에 관한 법률(제46조, 제57조)
https://www.lawnb.com/Info/ContentView?sid=L000010444#P46

-국회 의안정보시스템 계류의안
http://likms.assembly.go.kr/bill/MooringBill.do

-국민의힘 양금희 의원의 자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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