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일 발족된 더불어민주당 노후원전 안전조사TF에 대해 원전 분야 전문가들은 '전문성'이 크게 떨어진다며 과연 안전검사를 제대로 시행할 수 있을지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사진=한준호 의원실, 뉴시스

시사위크=박설민 기자  “원전의 안전한 이용에는 단 ‘한 치’의 허술함도 용납될 수 없다.” 전혜숙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 15일 개최된 ‘더불어 민주당 노후원전 안전 TF’ 회의에서 발언한 내용이다. 원자력 발전은 막대한 전력을 생산할 수 있는 우수한 기술이지만 확실히 방사능 유출에 대한 위험성을 안고 갈 수밖에 없는 만큼 전혜숙 의원의 말처럼 ‘철저한’ 안전 검증이 필요하다.

더불어민주당 노후원전 안전조사TF는 지난 4일 △원전 안전 정책 마련을 위한 당정협의 추진 △한수원의 수소제거설비(PAR) 결함 의혹 △삼중수소 누출사건 △격납건물 공극 문제 등 안전 현안에 대응한다는 목표로 결성됐다. 

그런데 이번에 결성된 ‘노후원전 안전조사 TF’가 전문성이 크게 떨어진다는 논란이 원전 분야 전문가들 사이에서 불거지고 있다. 제대로 된 원전 분야 전문가 없이 급조됐다는 것이다. 

◇ 원전 안전조사 위해 구성한 TF, 전문성은 ‘글쎄’… 전문가들 “전문성  전혀 없다”

더불어민주당 한준호 의원 측에서 지난 5일 공개한 노후원전 안전조사 TF 위원은 TF 위원장 전혜숙 의원을 비롯해 △부위원장 김성환 의원 △간사 한준호 의원 △양이원영 의원 △김정호 의원 △윤준병 의원 △이수진 의원 △이성만 의원 △이용빈 의원 △장철민 의원 △정필모 의원 등 총 11명으로 구성됐다.

<시사위크> 취재 결과, 이들 위원 중 원자력 분야를 전공으로 삼은 사람은 ‘단 한 명’도 없다. 물론 국가 정책을 논하는 국회의원들이 원자력 분야를 꼭 전공할 필요는 없으나, 더불어민주당에서 노후원전 안전조사 TF를 구성한 목적인 ‘노후 원전의 안전성 조사’에 대해 논의할 수 있는 전문성은 현저히 떨어진다는 것이 원전 분야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실제 ‘TF’(테스크포스: Task Force)란 특정 업무 및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전문가 등을 선발해 임시로 편성한 조직을 의미한다. TF의 구성원들은 보통 ‘전문적 지식’이나 능력이 요구되는데, 정규 조직이 수행하기 어려운 일들을 효율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편성되기 때문이다. 

<시사위크>가 TF 위원의 전력을 살펴본 결과, 원자력 분야와는 무관하지만 ‘이공계’를 전공한 의원은 전혜숙 의원, 양이원영 의원, 한준호 의원, 이성만 의원, 이용빈 의원 등 5명이다. 이들 5명을 제외한 나머지 의원들의 전공은 독어국문학과, 경제학과 등 모두 인문계 전공이다.

그나마 11명의 TF 위원들 중 원전 안전과 관련된 분야에 가장 오래 몸담았다고 볼 수 있는 의원은 양이원영 의원 뿐이다. 원전 분야 전문가들도 더불어민주당에서 노후원전 안전조사를 위한 TF의 향후 행보도 양이원영 의원을 중심으로 움직일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하지만 양이원영 의원 역시 서강대학교 생물학 학사, KDI국제정책대학원 공공정책학 석사, 라이프치히 경영대학원 석사를 마쳤기 때문에 전공적으로 원전 안전 점검을 위한 전문성이 높다고 보긴 어렵다. 환경운동연합 등 환경단체에서 ‘탈핵 운동’을 하는 등 ‘간접적’인 활동만이 원전 안전 분야 관련 경력이다.

여기에 양이원영 의원의 핵융합 발전과 관련된 과거 발언도 원자력 분야 전문가들에게 전문성을 의심받는 요인 중 하나로 지목된다.

양이원영 의원은 지난 2017년 시민단체 환경운동연합에서 탈핵팀 활동할 당시 “핵융합은 태양에서 일어나는 현상”이라며 “핵융합을 실현시키는 것은 지구에 태양을 구현하겠다는 목표로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때문에 국내 핵융합 연구개발과 이번 ITER프로젝트를 위한 분담금 전액을 삭감해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이에 대해 당시 과학계는 ‘기술 원리를 전혀 파악하지 못한 무지한 발언’이라며 크게 반발했었다. 원리는 양이원영 의원 측 주장처럼 태양과 같지만, 그 규모와 핵융합 상태 유지 방식은 전혀 다르기 때문이다. 심지어 우리나라의 한국핵융합에너지연구원은 지난해 11월 23일 한국형 초전도핵융합연구장치(KSTAR)’의 초고온 플라즈마 환경(인공태양)을 20초간 유지하며 세계 기록을 달성하기까지 했다. 

익명을 요구한 원전 분야 전문가는 <시사위크>와의 인터뷰에서 “원전의 안전은 매우 주요한 기술인만큼 대학교 전공과목조차 여러 개로 나뉠 만큼 어렵고 복잡한 분야”라며 “이 때문에 원전 분야를 오랜 시간 전공한 전문가들조차도 여럿이 모여 판단해야 하는 게 원전의 안전성 점검인데, 몇몇 정치인들과 원자력 발전 분야에서 잠깐 일했던 사람들이 스스로를 전문가라 칭하며 모든 분야를 아는 것처럼 말하고 있다”며 강하게 비판했다.

이어 “정말 기본적인 핵분야 이론인 핵융합에 대한 기초적인 이해조차 부족한 분이 어떻게 원전 안전조사에 나설 수 있을지 의문이 든다”며 “결국 ‘탈원전’이라는 정답을 정해놓고 끼워맞추기 위한 구색 마련을 위해 TF를 구성한 것이 아니냐”고 날을 세웠다.

시사위크가 11명의 TF구성위원의 전공을 확인해 본 결과, 구성위원 모두 원자력 발전소 안전분야와는 거리가 멀었다./ 그래픽=박설민 기자, 자료=각 의원실 프로필

◇ 전문성 검증 대신 ‘자진’해서 모인 TF구성위원들… ‘안전조사’도 안한다?

그렇다면 이처럼 전문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오는 TF 위원들은 어떤 방식으로 선정된 것일까. 이번 노후원전 안전조사TF에 참여한 의원실 측에 문의한 결과, 이번 TF 위원들은 전문성에 대한 검증 대신 ‘자원’해서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TF에 참여한 의원실의 관계자는 <시사위크>와의 통화에서 “이번 TF에는 저희 의원님을 포함해 원자력 안전에 대해서 문제의식을 갖고 있는 몇몇 의원님들께서 모였다”며 “(원전 안전 분야)관련된 국회 상임위원회가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환경노동위원회이니 거기에서 같이 TF에 참여하실 분들을 모은 것”이라고 답했다.

또한 해당 의원실 관계자의 답변에 따르면 노후원전 ‘안전조사’ TF가 실제 안전조사에 나서진 않을 것이라는 점이다. 

TF의원실 관계자는 “직접적인 원전의 안전조사를 하는 곳은 원자력안전위원회에서 꾸린 민간 조사단이 있다”며 “우리(TF)는 별도의 조사단을 꾸리는 등의 활동을 할 것은 아니고, 민간 전문가나 학계 전문가 등의 분들이 TF 전체 회의 때 발제를 해주고 거기에 대해 토론하고 과제를 찾아나서는 등이 TF 운영 방식”이라고 답했다.

이어 “TF는, 물론 현장시찰이나 점검은 가겠지만 현장에서 조사를 펼치고 결과보고를 하는 등은 하지 않을 듯하다”며 “우리 의원님들께서 직접 (원전 분야) 연구하고 그런 분들은 아니지 않기 때문에 조사단을 직접 꾸리진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서울대학교 원자핵공학과 주한규 교수는 “원전 건설 및 원전 안전, 방사능 안전 등에 대해 알지 못하는 사람들이 월성원전 등 노후원전의 안전에 대해 평가한다는 것은 이해하기 어려운 일”이라며 “원전 분야의 전문가들이 직접 참여해 현재 문제로 대두되고 있는 원전 안전 문제에 대해 논의하는 게 맞지 않겠는가”라고 말했다.

이어 “원전의 안전은 결코 정치적·이득적 목표로 검증해선 안된다”며 “만약 더불어민주당 측의 노후원전 안전조사 TF가 확실한 과학적 근거를 통한 원전 안전 조사를 하기 위한 외부 전문가를 초청한다면, 나 역시 이에 응해줄 수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노후원전 안전조사TF 측은 아직까지 외부 전문가 명단 선정에 대한 일정을 정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TF의원실 관계자는 “(외부 전문가 초청) 담당인 양이원영 의원실 측에서 현재 전문가를 추리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이에 대해 다음 회의에서 논의를 하실지는 모르겠다”며 “아직 다음 모임 날짜도 정확히 나오진 않았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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