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李씨네
[인터뷰] ‘신예’ 신승호의 굳히기 한 판
2021. 02. 24 by 이영실 기자 swyeong1204@sisaweek.com
배우 신승호의 기세가 심상치않다. /킹콩 by 스타쉽
배우 신승호의 기세가 심상치않다. /킹콩 by 스타쉽

시사위크=이영실 기자  무서운 신예가 등장했다. 안정적인 연기력에 신인답지 않은 폭넓은 스펙트럼, 흠잡을 데 없는 캐릭터 소화력까지, 무엇 하나 부족함이 없다. 탄탄한 피지컬과 매력적인 중저음 보이스, 훈훈한 비주얼은 덤이다. 웹드라마에 이어 브라운관‧넷플릭스까지 사로잡더니 이젠 스크린 저격을 노리는 배우 신승호의 이야기다. 

신승호는 지난 17일 개봉한 영화 ‘더블패티’(감독 백승환)로 관객과 만나고 있다. ‘더블패티’는 씨름 유망주 우람(신승호 분)과 앵커 지망생 현지(배주현 분)가 고된 하루를 보내고 난 후, 서로에게 힘과 위안이 돼주는 이야기를 담은 작품. 영화 ‘첫잔처럼’ ‘창간호’ ‘큰엄마의 미친봉고’ 등을 연출한 백승환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고, 그룹 레드벨벳 멤버 아이린(배주현)과 신승호가 첫 스크린 주연을 소화했다.

최근 <시사위크>와 만난 신승호는 스크린 데뷔를 앞두고 “정말 감사하고 벅찬 감정”이라며 떨리는 마음을 드러냈다. 그는 “개인적으로 이 작품에 참여할 수 있었던 것만으로도 감사하다”면서 “내게 많은 것들을 준 작품이다. 관객들에게도 ‘힐링’이 되는 영화로 남았으면 좋겠다”는 소감을 전했다.

극 중 신승호는 영암군 소속 씨름 유망주 강우람을 연기했다. 우람은 고교 씨름왕 출신이자 재능 있는 유망주지만, 믿고 따르던 친형 같은 선배의 갑작스러운 죽음에 큰 충격을 받고 팀을 이탈해 방황을 하는 인물. 실제 축구선수로 11년의 세월을 살아온 그는 꿈 앞에 좌절하고 방황하는 우람의 마음을 누구보다 잘 공감할 수 있었다고.

“지금까지 연기한 몇 안 되는 캐릭터 중 애쓰지 않아도 가장 공감이 되는 인물이었어요. 우람이가 운동선수로서 슬럼프를 겪고 있는 과정에서 이야기가 진행이 되는데, 저 역시 운동을 포기한 경험이 있으니까 공감이 많이 됐습니다. 쉽진 않았지만, 캐릭터를 표현하는 데 도움이 된 것 같습니다.” 

영화 ‘더블패티’(감독 백승환)에서 존재감을 뽐낸 신승호 스틸컷. /판씨네마
영화 ‘더블패티’(감독 백승환)에서 존재감을 뽐낸 신승호 스틸컷. /판씨네마

이러한 이유 때문이었을까. 스크린 속 신승호는 우람 그 자체로 존재했다. 소중한 이를 잃은 슬픔과 아픔, 세상을 향한 원망과 좌절 그리고 다시 일어나기까지 인물의 감정 변화를 섬세하게 담아냈다. 특히 도망치기 바빴던 우람이 씨름부 감독 고감독을 만나 그동안 참아온 울분을 토해내는 장면에서는 배우 신승호의 진가를 확인할 수 있었다.

명장면의 탄생 뒤에는 그의 남다른 고민과 노력이 있었다. 신승호는 “시나리오에 ‘두 호랑이가 격돌한다’고 써있었다”며 “우람에게 정말 필요한 장면이었고, 중요한 신이었다. 그래서 더욱 기대하고 철저히 준비하면서 찍었던 장면”이라고 설명했다.

“어쩌면 그 순간을 위해 우람이가 계속해서 방황을 했었던 게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굉장히 기다렸던 촬영이었어요. 실제 촬영 전에 유병훈(고감독 역) 선배와 리딩도 정말 많이 했던 것 같아요. 그때마다 그 에너지, 그 감정, 텐션 그대로 했거든요. 큰 도움이 됐어요. (유병훈에게) 정말 감사했죠. 아무리 격한 감정이라도 그냥 지르거나 울고 싶진 않았거든요. 조금 더 완성도 있게, 섬세한 감정을 표현하고 싶었어요. 사전에 고민하고 준비할 수 있는 시간이 있어서 다행이었고, 만족스럽게 잘 담긴 것 같아요.”

씨름선수 역할을 완벽 소화한 신승호. /킹콩 by 스타쉽
씨름선수 역할을 완벽 소화한 신승호. /킹콩 by 스타쉽

‘더블패티’는 신승호에게 연기 외적으로도 큰 도전을 요하는 작품이었다. 씨름 유망주로서 실제 씨름판에 올라가 대전을 벌이는 것은 물론, 고난도 씨름 기술도 소화해내야 했기 때문. 그는 촬영 두 달 전부터 실제 씨름 선수들과 함께 훈련을 받는 등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그 결과, 힘이 느껴지는 피지컬부터 고난도 씨름 기술도 무리 없이 해내며 리얼함이 살아있는 씨름 대전을 탄생시켰다.

“큰 도전이었어요. 몸을 쓴다는 것에는 자신감이 있었는데, 씨름을 배우면서 새롭고 힘든 부분들이 있더라고요. 축구와 씨름은 아예 다른 스포츠잖아요. 사용하는 근육도 다르고, 경기 인원도 다르고요. 축구가 팀 운동이지만 혼자 자유롭게 뛰어다닐 수 있는데, 씨름은 두 선수가 붙어서 승패를 겨루니까 그런 부분이 신선하면서도 불편했어요. 또 축구는 보통 앞으로 많이 뛰어다니는데, 씨름은 중심이 뒤에 있는 스포츠라고 배웠거든요. 실제로 해보니까 그게 무슨 말인지 정확히 알겠더라고요. 그런 것들이 어렵지 않았나 싶습니다.”

화려한 기술뿐 아니라, 실제 씨름 선수에 준하는 탄탄한 근육질 몸매도 화제를 모았다. 

“예전에는 우람한 덩치의 선수들이 많이 있었다면, 요즘은 추세가 많이 바뀌었더라고요. 요즘 선수분들은 몸도 탄탄하고 외모도 준수하시더라고요. 그래서 거기에 맞춰 몸을 만들고자 신경을 썼습니다. 체중을 증량한 줄 아시는데, 감량을 했어요. 지방을 줄이고 근육량을 늘렸어요. 훨씬 힘들더라고요. 그래도 좋게 봐주셔서 감사했고, 좋은 반응들에 많이 놀랐어요.”

슬럼프에 빠져 방황하던 우람은 꿈을 이루기 위해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현지를 만나 진정한 노력의 의미와 포기했던 꿈에 대한 의지를 다시 불태운다. 그 누구도 아닌 ‘자신’을 위해 나아가고 성장하며 지금 이 시대를 겪고 있는 청춘들에게 따뜻한 위로와 응원을 건넨다. 신승호 역시 우람을 통해 스스로를 돌아보고, 한 뼘 더 성장할 수 있었다.

“백승환 감독님이 우람이를 두고 ‘사춘기가 뒤늦게 찾아온 인물’이라고 표현하셨는데, 저는 반대로 아직 어린 나이지만 꽤 어른스럽게 견뎌내고 있다는 생각을 했거든요. 계속 견디고 버티고 흘려보내고 이겨내려고 노력하는 모습이 저와 닮아있다는 생각을 했고, 또 스스로를 돌아보고 긍정적으로 일깨워주는 캐릭터였어요.”

앞날이 더욱 기대되는 배우 신승호. /판씨네마
앞날이 더욱 기대되는 배우 신승호. /킹콩 by 스타쉽

신승호는 2016년 SBS 슈퍼모델 선발대회로 데뷔한 뒤, 2018년 웹드라마 ‘에이틴’을 통해 배우 생활을 시작했다. 극 중 체대 입시생 남시우 역을 맡은 그는 매력적인 보이스와 탄탄한 피지컬로 존재감을 드러내며 얼굴을 알렸다.

첫 브라운관 도전작 JTBC ‘열여덟의 순간’(2019)에서는 전혀 다른 결의 연기를 보여줘 눈길을 끌었다. 절대 권력자 마휘영으로 분해 때로는 서늘하고 때로는 순수한 모습을 자유자재로 오가며 물입도 높은 열연을 펼쳤다. 특히 숨겨진 아픔과 상처를 섬세하게 담아내 호평을 이끌어냈다.

이어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좋아하면 울리는’에서 유도부 학생 일식 역을 맡아 극에 활력을 불어넣었고, KBS 2TV ‘계약우정’에서는 전설의 주먹 허돈혁으로 분해 묵직한 카리스마와 화려한 액션 연기를 선보였다.

차근차근 필모그래피를 쌓아가고 있는 신승호는 독보적인 아우라와 개성을 지닌 배우로 꼽히며 앞날을 더욱 기대하게 한다. ‘더블패티’ 백승환 감독도 “신승호처럼 독보적인 아우라와 장점을 지닌 배우는 없다”며 할리우드 톱배우 채닝 테이텀에 견주기도 했다. 신승호는 배우로서 지닌 자신의 ‘강점’에 대해 ‘다양한 경험’을 꼽았다.

“외적으로 보이는 거라고 한다면, 목소리나 피지컬 그리고 흥미로운 생김새? 하하. 그리고 아직 어린 나이지만, 여러 가지 경험을 했다는 게 연기자로 살아가는데 많은 도움이 될 것 같아요. 경험이 연기를 하는 데 있어서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하거든요.”

그의 말처럼, 올해로 27세가 된 신승호는 또래에 비해 꽤 다양한 경험을 쌓았다. 11년간 축구선수로 한 우물을 팠고, 더 이상 축구를 하는 것이 행복하지 않자 새로운 꿈을 찾아 나섰다. 그 과정에서 다양한 직군의 아르바이트부터 해외 봉사를 경험했고, 슈퍼모델에 이어 배우의 길까지 걸어오게 됐다. 오롯이 ‘하고 싶은 일’을 찾기 위한 여정이었다.

“축구를 그만두고 나서 ‘하고 싶은 일’을 찾았던 것 같아요. 당시엔 축구가 하고 싶은 일이자 해야 하는 일이었고, 다른 일을 생각해 볼 겨를이 없었어요. 운동선수의 삶은 제한적이고 포기하고 내려놔야 하는 것들이 많은데, 그렇게 오래 살아와서 그런지, 그만두고 나니 하고 싶은 일이 되게 많더라고요. 물론 초조함도 있었고, 무슨 일을 해야 할지 막막하고 깜깜했는데 결국엔 제가 하고 싶은 일을 찾아서 스스로 움직이게 되더라고요.”

신승호가 당찬 포부를 밝혔다. /판씨네마
신승호가 당찬 포부를 밝혔다. /킹콩 by 스타쉽

왜 ‘연기’였을까. 처음엔 ‘내가 무슨 연기를 해?’라며 맞지 않는 옷이라고 생각했단다. 하지만 모델 선배 박둘선의 거듭된 제안에 ‘한 번 배워나 보자’ 하고 향했던 연기학원에서 처음 경험한 ‘연기’는 단숨에 신승호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심장이 뛰었고, 하면 할수록 ‘재미’를 느꼈다. 그리고 이젠 연기의 매력에 푹 빠져버렸다.

“또 다른 저를 만날 수 있다는 것과 타인의 삶을 살아볼 수 있다는 게 연기의 매력이라고 생각해요. 작품 속에 들어가 캐릭터를 연기하다 보면 생각이 깊어지고 많은 고민을 해야 할 때가 있는데, 그때마다 스스로를 많이 돌아보게 되는 것 같아요. 그런 점도 큰 매력이라고 생각합니다.”

신승호에게도 우람의 재능을 발견하고 이끌어준 고감독, 방황하던 그에게 손을 내밀고 다시 나아갈 수 있는 힘을 준 현지와 같은 존재가 있을까. 그는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부모님”이라고 답했다.

“제 인생에 있어서 가장 큰 스승이자 원동력, 움직이는 힘은 부모님이에요. 축구가 제 인생이었던 만큼, 부모님한테도 축구와 아들이 인생의 전부가 돼있었더라고요. (축구를 그만둘 때) 정말 죄송했죠. 많은 고민을 했지만, 부모님과 상의한 게 아니라 거의 통보하다시피 하고 집으로 와버렸거든요. 그때 두 달 정도 서로 한 마디도 안 했어요. 저희 집안이 가장 크게 힘들고 휘청했던 때였던 것 같아요. 지금은 정말 좋아해 주세요. 정말 감사한 건 제가 뭔가 시작하는 데 있어서 반대하지 않으세요. 항상 응원해 주시고 믿어주세요. 더 열심히 해서 보답해드리고 싶은 마음뿐이에요.”

‘더블패티’로 스크린 신고식을 성공리에 치른 신승호는 쉼 없는 행보로 ‘대세’ 굳히기에 나선다. 차기작 촬영도 마친 상태다. 올 하반기 공개 예정인 넷플릭스 새 오리지널 시리즈 ‘D.P.’에서 육군 헌병대 병장 황장수 역을 맡아 새로운 얼굴을 보여줄 예정이다. 신승호는 “닥치는 대로 다 경험하고 싶다”며 각오를 불태웠다.

“닥치는 대로 다 해보고 싶어요. 그게 제 초심이에요. 지금도 여전히 같은 마음이고요. 굳이 배움의 자세를 갖추고 있지 않더라도, 항상 모든 것들이 저를 느끼게 하고 생각하게 하고 고민하게 하기 때문에 앞으로 계속해서 다양한 것들을 흡수하고 싶고, 흡수할 것 같아요. 그렇게 계속해서 자연스럽게 쌓아나가려고 합니다. 그래서 더 많은 작품을 경험해보고 싶고, 더 많은 선배 동료 배우들과 작업하고 싶은 마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