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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서 잠자는 법안 '문제점과 해결책'
[소년법 논쟁④] '멘티-멘토 제도' 해결책의 한가지
2021. 02. 26 by 김희원 기자 bkh1121@sisaweek.com

소년법 논쟁은 우리 사회에서 오랫동안 지속돼온 쟁점 현안이다. 청소년들의 흉악한 범죄가 언론에 보도될 때마다 소년법을 폐지하거나 개정해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분출됐다. 그러나 청소년들에 대한 처벌 강화가 능사가 아니라는 반론이 팽팽하게 맞서면서 논쟁이 벌어졌다. 이에 <시사위크>는 소년법 논쟁의 핵심 쟁점은 무엇인지, 소년 범죄를 근본적으로 줄일 수 있는 있는 해결 방안은 무엇인지 고민해보고자 한다.

전문가들은 소년법 문제에 대한 견해는 엇갈렸지만 소년 범죄를 줄이기 위한 근본적 대책이 절실하다는 점에는 한목소리를 냈다./그래픽=이현주 기자
전문가들은 소년법 문제에 대한 견해는 엇갈렸지만 소년 범죄를 줄이기 위한 근본적 대책 마련이 절실하다는 점에는 한목소리를 냈다./그래픽=이현주 기자

시사위크=김희원 기자  <시사위크>는 소년법 폐지 및 개정에 대한 찬반 측 입장을 모두 들어봤지만, 소년법 논쟁에 대한 합의점을 찾기는 쉽지 않았다.

청소년들의 성장 속도와 주위를 둘러싼 사회 환경이 과거와 크게 달라졌고 범죄도 날로 흉악해지고 있다는 점에서 소년법을 개정해서라도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과 성장기에 있는 청소년들에게 교화 기회를 제대로 주지 않고 엄벌주의로 대응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의견이 팽팽하게 맞섰기 때문이다.

그러나 찬반 양측 모두 같은 목소리를 내는 부분이 있었다. 바로 법적 처벌 강화보다 청소년 범죄를 줄이기 위한 근본적 대책 마련이 더 절실하다는 점이었다. ‘한 아이를 키우려면 온 마을이 필요하다’는 아프리카 속담처럼 청소년 범죄를 줄이기 위해서는 온 사회적 관심과 노력이 필요하다는데 공감대를 형성했다.

◇ 종합적 멘티-멘토 제도 구축과 학교의 울타리 기능 강화

<시사위크>는 전문가들에게 소년 범죄를 줄일 수 있는 근본적 해결책에 대해 들어봤다.

법무부 소년보호혁신위원회에 참여하고 있는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범죄를 저지르는 청소년들에게만 책임을 지우는 체제는 문제가 있다는 견해를 밝혔다. 소년 범죄자들의 부모들에게도 책임을 지우는 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교수는 경찰, 보호관찰관, 법원의 조사관도 아동학대의 신고 의무자가 되도록 관련법을 개정해야 한다고 밝혔다. 범죄를 저질러 입건되는 비행 소년들이 가정에서 보호받지 못하고 있는 상태가 파악되면 그들의 부모를 아동학대 가해자로 처벌이 가능하도록 신고할 수 있게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교수는 이 같은 내용을 현재 소년보호혁신위원회에서 논의하고 있고, 조만간 법무부에 권고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이 교수는 “12살 청소년이 부모에게 학대를 당하면 가출을 해서 비행 청소년이 되겠지. 그 청소년이 비행 청소년이 되는 경로에 가정의 보호환경은 책임이 없겠나”라며 “그런 환경을 내버려두고, 문제를 일으키는 아이들만 처벌하는 게 무슨 대안이 되겠나”라고 강조했다.

이 교수는 “부모가 자식을 교육해야지 누가 교육하나. 부모는 왜 아이를 엉망으로 키운 것에 대해 책임을 지지 않나. 왜 아이들만 교도소로 보내라는 것인가”라며 “부모의 친권을 제한하고 부모가 아이를 방치하지 못하게 아이들을 아동보호시설로 보내야 한다”고 역설했다.

승재현 한국형사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청소년 범죄의 핵심 원인인 ‘가정‧학교‧정신적 문제’를 하나로 엮어 해결할 수 있도록 법무부와 보건복지부, 여성가족부가 ‘종합적인 멘티-멘토 제도’를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승 연구위원은 5명 이상의 멘토가 1명의 멘티를 돌보는 시스템이 구축돼야 한다고 봤다.

전문가들은 소년 범죄를 줄이기 위한 방안으로 학교의 울타리 기능 강화, 종합적 멘티-멘토 제도 구축 등 다양한 견해를 밝혔다./게티이미지뱅크
전문가들은 소년 범죄를 줄이기 위한 방안으로 학교의 울타리 기능 강화, 종합적 멘티-멘토 제도 구축 등 다양한 견해를 밝혔다./게티이미지뱅크

승 연구위원은 “아이 1명의 상황에 맞는 맞춤식 멘티-멘토 제도가 만들어져야 한다”며 “그 아이의 가정이 해체됐으면 2명 정도가 가정을 대신해 줄 수 있는 멘토 역할을 해주고, 아이가 학교 밖 청소년이면 학교로 들어갈 수 있도록 하는 역할에 집중된 멘토 2명이 더 강화돼야 한다”고 역설했다.

이어 “아이가 정신적 문제가 있으면 의사와 심리학자 멘토 2명을 더 연계시켜서 적어도 5명 이상의 멘토가 아이가 손을 뻗쳤을 때 언제든 손을 잡아 줄 수 있는 사회 안전망을 만들어야 한다”며 “멘티-멘토 제도가 가장 활성화될 수 있는 집단이 종교집단이기 때문에 이들과 함께 정부와 지자체가 손을 잡고 이 같은 시스템을 제공한다면 범죄 예방이 가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광민 부천시 청소년법률지원센터 소장(변호사)은 학교, 복지관, 청소년 수련시설 등이 학교 밖 청소년들의 울타리가 돼줘야 범죄를 예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봤다.

김 소장은 “동네 커뮤니티가 해체되고 가정이 해체된 환경 속에 있는 청소년들은 범죄에 노출되기 쉽다. 이런 환경이 개선되지 않으면 반복적으로 범죄를 저지르게 된다”며 “어떤 울타리가 있을 경우 청소년들의 범죄는 급격하게 떨어진다”고 강조했다.

이어 “학교가 공부를 잘하는 아이들만 대접하는 곳이 아니라 학교와 공부에 적응 못하고, 비행을 저질러도 ‘케어’해줄 수 있는 곳이 돼야 한다”며 “공부라는 기능도 중요하지만 학교 자체가 청소년들에 대한 사회복지 개념까지 적용해서 최소한 그 안에서라도 청소년들에게 울타리를 제공해줘야 한다”고 밝혔다.

김 소장은 “학교나, 복지관, 청소년 수련시설 등이 청소년들을 최대한 내치지 않고 안아줄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가는 것이 현재로는 청소년 범죄를 줄이는 가장 유용하고 빠른 시간 내 효과를 볼 수 있는 방안이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역설했다.

김상겸 동국대 법학과 교수는 학교가 입시 중심의 교육이 아닌 인성 교육을 강화해야 청소년 범죄를 줄일 수 있다는 견해를 밝혔다.

김 교수는 “부모들은 오로지 승자독식 원칙만 가르쳐주고, 학교는 인성교육을 하지 않고 전부 입시 교육에만 몰입한다”며 “법과 제도를 개선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입시에 몰입하고 있는 교육 시스템을 바꾸지 않으면 우리나라는 망가질 것”이라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