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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자는 계류법안
[포괄적 차별금지법 갈등③] 반대 측 ″기존 법과 충돌 우려″
2021. 03. 11 by 권신구 기자 sgkwon28@sisaweek.com
포괄적 차별금지법을 반대하는 전문가들은 포괄적 차별금지법이 과도한 법이라고 주장했다. /뉴시스

시사위크=권신구 기자  포괄적 차별금지법은 국회에서 공전을 거듭해 왔다. 처음 법안이 발의된 이후 14년 동안 7번의 좌절을 맛봐야 했다. 법안 제정에 목소리를 높이는 이들은 꾸준히 ‘모든 차별을 반대한다'며 제정을 촉구하고 있다. 소수자에 대한 차별이 극심한 상황에서 이를 법으로 해결해야 한다는 것이다.

차별금지법을 반대하는 이들은 ‘차별과 혐오를 막아야 한다는’ 명제에 반대하는 게 아니라고 강조했다. 다만 ‘포괄적 차별금지법’이 제정 될 경우, 뒤따르는 혼란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고 설명했다.

◇ ″포괄적 차별금지법 과해″

<시사위크>가 만난 전문가들은 포괄적 차별금지법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이들은 한목소리로 이미 개별적 차별금지법이 존재하는 상황에서 이를 포괄하는 차별금지법은 과도하다고 지적했다.

명재진 충남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법학자 입장에서 볼 때 이 법률은 체계적으로 문제가 있다”며 “가장 큰 문제는 다른 법들과 충돌을 일으킨다는 점이다. 장애인 차별금지법 등 이미 개별적 차별금지법이 존재하기 때문에 이에 따른 처벌 조항과 구제 절차 등이 충돌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지영준 법무법인 저스티스 변호사 역시 “우리나라처럼 차별금지법이 구체적으로 잘 제정된 나라가 없다”며 “개별적 차별금지법이 존재하고, 국가인권위원회법이 차별 사유 19가지를 담고 있다”고 설명했다.

반대 측 전문가들은 개별적 차별마다 정도와 심각성이 다르고, 이를 구제하는 방식과 접근도 달라야 한다는 입장이다. 명 교수는 “개별적 차별금지법인 외국인처우법에는 일반적인 구제 절차가 없다. 그 이유는 국내인 우선 채용 규정이 있기 때문”이라며 “차별금지법은 이러한 부분에서도 충돌할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차별사유를 복합적으로 적용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이미 현행법 체계로도 충분히 가능한 일이라고 설명했다. 지 변호사는 “고용기본정책법, 교육기본법, 사회보장기본법 등에 합리적 이유 없이 성별, 신앙, 연령, 신체조건, 사회적 신분 등에 대한 차별을 복합적으로 금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사실은 다 만들어져 있고, 인권위법이 있기에 아무런 실효성이 없다”며 “무슨 실익이 있는가”라고 반문했다.

포괄적 차별금지법을 둘러싼 핵심 쟁점은 ′성적 지향′과 ′성 정체성′ 문제다. 이 때문에 종교계에서는 종교의 자유를 침해할 우려가 있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그래픽=김상석 기자

◇ 종교·표현의 자유 침해 우려

차별금지법을 둘러싼 갈등의 중심에는 ‘성적 지향’이 자리하고 있다. 인권위와 시민단체 등을 중심으로 성 소수자의 인권을 보호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는 반면, 종교계는 이를 우려스러운 시선으로 보고 있다. 성 소수자를 외면하자는 것보다는 동성애를 신앙적인 측면에서 죄로 규정하는 교리를 지키기 어렵다는 것이다. 

이렇다 보니 당장 종교계에서는 차별금지법이 종교의 자유와 표현의 자유를 심각하게 위배하고 있다는 분위기다. 목회자의 설교가 위축될 수밖에 없다는 점이 대표적이다. 차별금지법 제정을 찬성하는 측에서는 '종교는 고용·교육·재화 및 용역·행정서비스 등 영역에 해당하지 않기 때문에 이같은 걱정을 기우'라고 설명한다. 그러나 해석의 여지가 있는 상황에서 이를 속단하긴 어렵다는 것이 반대 측의 주장이다.

명 교수는 “가장 큰 문제는 종교의 자유를 침해할 수밖에 없다”며 “성 정체성을 부정하는 설교가 부당하다고 지적받게 되고, 인터넷이나 유튜브를 활용하는 목회 활동 자체가 전부 소송의 대상이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지 변호사도 “차별금지법 속에 재화·용역 시설에 대해서 보면 교회는 포함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그는 “장애인 차별금지법상 시설물은 건축법에 따른 건축물로 규정하고 있고, 장애인등편의법 시행령에 따르면 건축물에 종교 시설을 열거하고 있다”며 “종교 시설이 포함이 안 된다는 것이 난센스”라고 말했다.

종교 단체가 설립한 학교·복지단체 등에 이러한 규정이 적용된다는 점에서도 우려가 나온다. 법안 내용에 따르면, 종교 단체가 설립했다고 하더라도 공익적 요소가 있기 때문에 차별금지법의 적용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기본적으로 차별의 영역이 주관적으로 해석되는 데 따른 사회적 혼란도 있을 수 있다는 게 전문가의 견해다. 명 교수는 주민등록제도, 징병 제도 등 다수의 영역에서 혼란을 피할 수 없다고 해석했다. 차별금지법안에 ‘합리적 이유’를 제외한다고 명시하고 있지만, 이 역시도 주관적일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반대 측 전문가들은 현행법을 보완하는 선에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지 변호사는 “부족한 게 있으면 인권위법을 보완하고, 개별적 차별금지법을 보완하면 된다”고 말했다. 명 교수 역시 “성적 지향이 포함된 인권위법이 이미 절충적 성격을 띠고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