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이다윗이 영화 ‘최면’(감독 최재훈)으로 관객 앞에 선다. /스마일이엔티
배우 이다윗이 영화 ‘최면’(감독 최재훈)으로 관객 앞에 선다. /스마일이엔티

시사위크=이영실 기자  어느덧 데뷔 19년 차가 된 배우 이다윗은 ‘연기가 미웠던 순간이 정말 많았다’면서도 ‘영화계의 중심이 되고 싶다’는 당찬 포부를 드러냈다. 아역배우로 데뷔해 평생 연기만 해온 그는 ‘연기 외에 다른 일을 해보고 싶다’면서도 ‘여러 촬영장을 다닐 수 있는 커피차를 하고 싶다’며 연기에 대한 남다른 애정을 표했다. 이쯤 되면 이다윗에게 연기 그리고 영화는 떼려야 뗄 수 없는 존재가 아닐까.

이다윗은 2003년 9세 때 KBS 드라마 ‘무인시대’를 통해 아역배우로 데뷔한 뒤 다양한 작품에 출연하며 필모그래피를 쌓아왔다. 특히 이창동 감독의 영화 ‘시’(2010)를 통해 칸 국제영화제 레드카펫을 밟으며 주목을 받았고, 2013년에는 주연을 맡은 영화 ‘명왕성’이 베를린 국제영화제 경쟁부문에서 상을 받기도 했다.

이후 영화 ‘더 테러라이브’(2013), ‘스플릿’(2016), ‘남한산성’(2017), ‘스윙키즈’(2018), ‘사바하’(2019) 등과 드라마 ‘후아유-학교 2015’(2015), ‘싸우자 귀신아’(2016), ‘구해줘’(2017), ‘호텔 델루나’(2019), ‘이태원 클라쓰’(2020) 등 다수의 작품을 통해 탄탄한 내공의 연기력을 보여주며 존재감을 뽐냈다.

오는 24일 개봉하는 영화 ‘최면’(감독 최재훈)은 이다윗이 엔딩 크레딧에 가장 먼저 이름을 올린 첫 영화로 주목받고 있다. ‘최면’은 최교수(손병호 분)에 의해 최면 체험을 하게 된 도현(이다윗 분)과 친구들에게 시작된 악몽의 잔상들과 섬뜩하게 뒤엉킨 소름 끼치는 사건을 그린 공포 스릴러.

‘사바하’ 이후 2년 만에 또다시 스릴러를 택한 그는 최면을 통해 미스터리한 공포에 휩싸이는 도현으로 분해 서사의 중심에 서서 극을 이끈다. 도현의 불안정한 심리를 밀도 있게 그려내는 것은 물론, 우연히 경험하게 된 최면 체험을 통해 벌어지는 극단적이면서 미스터리한 사건을 파헤치는 인물은 세밀하면서도 무게감 있게 그려내 극의 중심을 단단히 잡는다.

이다윗은 개봉에 앞서 화상 인터뷰를 통해 <시사위크>와 만나 작품에 관한 다양한 이야기를 나눴다. 특히 배우로서 겪고 있는 고민과 솔직한 생각을 털어놓으면서도, 연기를 향한 각별한 애정을 드러내 눈길을 끌었다.

‘최면’ 엔딩 크레딧에 제일 먼저 이름을 올린 이다윗. /스마일이엔티
‘최면’ 엔딩 크레딧에 제일 먼저 이름을 올린 이다윗. /스마일이엔티

-평소 공포영화 보는 걸 즐기지 않는다고. 그런데 ‘사바하’에 이어 ‘최면’까지 연이어 공포 장르를 택했다.
“영화를 보는 것과 만드는 건 조금 다른 일인 것 같다. 만드는 것에 있어 궁금증이 있었다. ‘사바하’에서는 장재현 감독이 쓰셨던 대사 한 줄에 확 꽂혀서 그 작품이 너무 하고 싶었다. 이번 ‘최면’은 최면이라는 소재를 이미지로 만들어낸다는 부분에 있어 강하게 호기심을 느꼈다.”

-이미지에 대한 호기심이 생겼다고 했는데, 미술감독 출신인 최재훈 감독에 대한 믿음도 있었나.
“연기를 하는 데 있어서 ‘한 번 해보자’는 마음이 크다. 아직 20대고, 많은 경험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재밌을 것 같았고 궁금하고 해보고 싶었다. 최재훈 감독님이 미술감독 출신이라는 것도 한몫했지만, 내 도전 의식이 먼저였던 것 같다. 감독님의 생각에 내 궁금증과 욕심이 더해지면 뭔가 만들어낼 수 있지 않을까 싶었다. 또 이미 감독님이 이미지에 대한 확신을 갖고 계셨고, 나도 그림이 나쁘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엔딩 크레딧에 제일 먼저 이름이 오른 첫 작품이기도 했다. 현장에서 마음가짐도 달랐을 것 같은데.
“똑같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달라질 수밖에 없더라. 아무도 내게 책임감을 가지라고 하지 않았는데, 저절로 생기고 내가 그동안 봐왔던 선배들의 모습이 생각나기도 하고 그랬다. 물론 선배들처럼 되려면 한참 멀었고 배울게 많지만… 내가 나오지 않는 장면들까지 생각하게 되더라. 정답은 모르겠는데, 이상하게 그런 생각이 계속 들었다. 잘 때 빼고는 머릿속에 ‘최면’밖에 없었던 것 같다.”

-앞서 간담회에서 도현을 두고 ‘착한데 어딘가 싸한 인물’이라고 표현했다. 연기하는 입장에서 착하면서도 싸한 느낌을 담아내는 게 쉽지 않았을 것 같은데, 어떻게 접근했나.
“과거의 기억이나 어떤 행동들을 통해 현재 보이는 착한 모습이 뭔가 싸하다고 느낄 수 있을 것 같다. 연기하면서 싸한 착함을 표현하겠다고 의도하진 않았다. 그런 모습을 보여주는 장면들이 중간중간 있었다. 예를 들어 병준(김도훈 분)이 사람을 때리고 있는데, 착한 사람이라면 진작 말리지 않았겠나. 그런데 도현은 가만히 보다가 뒤늦게 말린다. 그런 부분이 내가 도현을 착하게 표현해도 싸한 분위기를 주지 않을까 생각했다.” 

-또래 배우들(조현‧김도훈‧남민우‧김남우)과 함께 했는데, 현장은 어땠나.
“영화에 좋은 시너지인지 모르겠는데, 모두 친해서 웃으면서 촬영을 했다. 힘든 와중에 힐링 포인트가 됐다. 또 각자 맡은 역할에 닮은 구석이 있었다. 감독님이 다 알고 캐스팅한 건가 싶을 정도로 비슷했다. 친해지면서 그런 모습들이 더 잘 보이게 됐고, 연기할 때 도움이 됐다. 내가 하나라도 작품을 더 많이 한 사람이니 부끄럽지 않아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들이 나를 의지하거나 믿는지 모르겠지만, 내가 어느 정도 힘은 돼야 하지 않을까 작은 위로라도 돼야 하지 않을까 그런 마음이 들었다. 그런데 친구들이 다 ‘열정맨’이라 매일 전화로 내일 찍을 거 얘기하고, 현장에서 만나도 계속 얘기하고 연습하고 그랬다. 그들의 뜨거움에 나 역시 엄청 자극을 받았다.”

‘최면’에서 대학생 도현을 연기한 이다윗 스틸컷. /스마일이엔티 ​
‘최면’에서 대학생 도현을 연기한 이다윗 스틸컷. /스마일이엔티 ​

-본인과 도현의 닮은 점은 무엇인가. 실제 모습이 투영된 점이 있다면.
“탐구하는 것? 나는 뭔가 하나를 보면, 깊이 파야 하는 스타일이다. 원리를 알아야 마음이 편해진다. 예를 들면 윈도우(컴퓨터 운영체제)를 처음 쓸 때 기본적인 툴을 이해하고 어떻게 돌아가는지 원리를 알아야 속이 편하다. 그래서 맥을 대할 때 윈도우는 이랬는데 맥은 이렇구나 비교가 되면서 머릿속에 들어온다.(웃음) 도현도 최면이라는 분야에 빠져서 책도 보고 파헤치지 않나. 그런 모습들이 너무 이해가 갔다. 처음 보는 친구를 따라 최면 받으러 가는 모습을 보고 ‘너무 우연 아닌가?’ 했는데 관심 있는 분야라면 나라도 그랬을 것 같다는 생각에 납득이 가더라.”

-영화가 학폭, 왕따 문제에 대해 이야기한다. 최근 연예계 가장 뜨거운 이슈이기도 한데, 남다르게 다가왔을 것 같다. 
“일단 생각을 많이 하게 됐다. 죄의식에 관해 다루기 때문에 처음 시나리오를 받았을 때부터 생각을 해보게 되더라. 사회적으로 이슈가 되면서 다시 나를 되돌아보기도 했다. 사실 엔딩 크레딧에 내 이름이 첫 번째로 올라가는 것이 좋으면서도 그만큼 무서웠다. 그래서 더 책임감을 느꼈기 때문에, 나 자신을 계속 되돌아본 것 같다. 당장 어제 인터뷰했던 기자분들에게 나는 좋은 사람이었나 생각도 든다.(웃음)”

-만약 최면을 통해 자기암시를 걸 수 있다면, 어떤 암시를 걸고 싶나.
“조금 더 용기 내서 적극적으로 살아가라고 하고 싶다. 어른들이나 나이 차이가 나는 형들이 ‘지나면 다 별거 아니다. 더 해도 된다. 그때 하고 싶은 거 다 해도 된다’라는 이야기를 항상 해주는데, 그때는 무슨 말인지 전혀 못 알아듣잖나. 조금씩 그 말이 뭔지 알아가고 있는데, 아직 늦지 않았으니까 지금부터라도 더 용감하게 살아보자는 암시를 걸고 싶다.”

-용감하게 살지 않아서 후회한 순간이 있었나. 어떤 용기를 내고 싶은지.
“용기를 내지 못했던 순간들보다, 삶을 살아가는 나의 자세의 문제였던 것 같다. 학창 시절 아빠한테 혼나러 집에 들어갈 때 항상 했던 생각이 있다. 문 앞에서 비밀번호를 누르기 전에 ‘내가 몇 살까지 살까? 앞으로 60년을 더 산다고 치자. 내가 지금 혼나는 시간은 길어야 한 시간이다. 60년 중 한 시간은 별거 아니다’라고 생각하고 집에 들어갔다. 그런데 왜 혼날 때만 그 생각을 하고, 다른 일에 도전하거나 뭔가 새로운 걸 경험할 땐 그런 생각을 갖고 살아가지 못했나 생각이 들더라. 하하. 또 내가 당시 크게 생각한 일들이 지나고 보면 기억이 안 나기도 하잖나. 그렇게 생각하면 저지르며 살아도 될 것 같은데 그렇지 않은 것에 대한 아쉬움이 있다. 그런 것에 대한 용기를 내고 싶다.”

어느덧 데뷔 19년 차 배우가 된 이다윗. /스마일이엔티 ​
어느덧 데뷔 19년 차 배우가 된 이다윗. /스마일이엔티 ​

-연기 인생 19년이다. 실감이 나나. 지나온 시간을 돌아보면 어떤가. 
“사실 실감은 잘 안 난다. 배우로서 목표가 있는데, 되게 높고 멀리 있다. 그래서 가기까지 오래 보게 되고, 빨리 달려갈 수 없는 것 같다. 하루하루 천천히 똑같이 걸어가다 보니 이렇게 오게 됐고, 익숙하고 당연해서 그런지 ‘내가 이만큼 했구나’라는 생각이 들진 않는다. 다만 19년 동안 연기 말고 다른 걸 한 건 뭐가 있나 생각이 들기도 한다. 앞으로 남은 시간은 연기가 아닌 다른 걸로 채워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연기가 아닌 다른 것이라면.
“연기를 좋아하는 이유 중 하나는 내 안에서 뭔가 표현하고 싶은 창작욕구가 있는데 그걸 표출할 수 있는 구멍이라 거다. 그걸 표출할 수 있는 다른 걸 찾고 싶은 마음이 있다. 그림이든 음악이든. 내가 생각하는 것을 표현하고 발산할 수 있는 것을 찾고 싶다. 그것 외에는 내가 앞으로 해보지 못할 일, 굳이 안 해도 될 일들을 경험해보고 싶다. 그중 하나가 커피차다. 지나가다 다른 촬영장을 우연히 마주치면 마음이 굉장히 묘하다. 누구 나오는지 보게 되고, 스태프 중 내가 아는 분이 있나 괜히 찾아보게 된다. 기분이 되게 이상하다. 거기서 출발한 것 같다. 커피차를 하면 매번 그럴 거잖나. 다른 현장을 보면서 ‘여긴 이렇게 하는구나’ 보고 싶은 것 같기도 하다. 연기를 놓고 싶진 않은데 연기와 다른 일을 해보고 싶은 마음도 있으니, 커피를 타면서 연기하는 걸 한 번씩 볼 수 있고 그런 마음이 아닐까 싶다. 하하.”

-배우로서 높고 먼 목표도 궁금하다.
“‘잘 되고 싶다’ 보다 ‘잘 하고 싶다’가 가장 첫 번째다. 그렇게 잘 하다 보면, 언젠간 영화계의 중심이 되지 않을까. 부끄러운 발언이 아닌가 생각이 들지만, 그 마음이다. 어떠한 수식어도 필요 없이 ‘이다윗’이면 다 되는 것, 한가운데 서 있는 배우가 되고 싶다.”

-연기가 미운 적은 없었나.
“굉장히 많았다. 헤어질 용기는 없는데, 너무 미웠다. 주로 겨울에 그렇더라. 그때가 되면 이상하게 엄청난 회의감이 들기도 하고, 내가 지금 연기를 해서 얼마나 행복하게 살고 있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 주기가 너무 길어지기도 했다. 촬영하면서 내가 연기하면서 느끼는 순간은 정말 좋은데 너무 짧다. 그 기억만으로 살아가기엔 나머지 시간들이 길고, 그 시간을 버티기엔 다시 돌아오는 행복이 찰나라고 느낀 적이 많다. 왜 이런 감정을 느끼며 연기를 계속하고 있나 생각을 하기도 했다. 그런데 또 좋으면 바보같이 다 잊는다. ‘아싸, 신난다’ 하면서 다시 연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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