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李씨네
[인터뷰] 변요한, 흑백필름 속 빛난 진정성
2021. 03. 25 by 이영실 기자 swyeong1204@sisaweek.com
배우 변요한이 영화 ‘자산어보’(감독 이준익)로 돌아왔다. /메가박스중앙플러스엠
배우 변요한이 영화 ‘자산어보’(감독 이준익)로 돌아왔다. /메가박스중앙플러스엠

시사위크=이영실 기자  “‘자산어보’는 변요한의 필모그래피에서 가장 빛나는 작품이 될 것.” 충무로 대표 연기파 배우 설경구의 말은 허풍이 아니었다. 배우 변요한이 영화 ‘자산어보’(감독 이준익)에서 한층 깊어진 연기를 보여주며 자신의 진가를 다시 한 번 증명해냈다. ‘잘생김’을 가리는 분장에 화려한 의상도 없었지만, 흑백필름 속 그는 그 어느 때보다 빛났다.

‘자산어보’는 흑산으로 유배된 후, 책보다 바다가 궁금해진 학자 정약전(설경구 분)과 바다를 벗어나 출셋길에 오르고 싶은 청년 어부 창대(변요한 분)가 <자산어보>를 집필하며 벗이 되어가는 이야기를 담은 작품으로, 이준익 감독의 열네 번째 연출작이다.

극 중 변요한은 바다를 벗어나 세상 밖으로 나가기 위해 글공부에 몰두하는 청년 어부 창대로 분했다. 창대는 나라의 통치 이념인 성리학을 제대로 알고 실천하는 것이 백성을 위한 길이라 믿으며, 물고기를 잡는 것보다 글공부를 더욱 중시하는 인물.

변요한은 흑산도 청년 어부의 거친 얼굴부터 정약전을 만나 변화하는 창대의 내적인 성장까지 폭넓게 그려내 호평을 얻고 있다. 전라도 사투리, 수영, 생선 손질 등을 완벽 소화하며 외적인 부분을 채워냈고, 인물의 감정선을 온전히 이해하고 섬세하게 담아내 몰입을 높였다. 대선배 설경구 옆에서도 결코 밀리지 않는 존재감을 보여주며 제 몫, 그 이상을 해냈다. 

이는 창대라는 인물 그 자체로 살아 숨 쉬고자 한 변요한의 ‘진정성’ 덕이다. 그 어떤 장면에서도 거짓말하지 않고, 진실 되게 모든 에너지를 쏟아부은 그의 ‘열정’과 ‘노력’이 더해진 값진 결과물이기도 하다.

최근 화상 인터뷰를 통해 <시사위크>와 만난 변요한은 영화 ‘하루’(2017) 이후 4년 만에 관객과의 만남을 앞두고 설레는 마음을 드러냈다. 또 자신을 향해 쏟아지는 호평에 “그것만큼 기쁜 일이 없다”면서도 “감독이 만들어준 틀 안에서 놀았을 뿐”이라며 겸손한 모습을 보였다. 그의 대답 한마디 한마디에서 ‘자산어보’ 그리고 창대라는 인물에 얼마나 진심을 다해 임했는지 알 수 있었다.

‘자산어보’에서 빛나는 열연을 보여준 변요한.  /메가박스중앙플러스엠
‘자산어보’에서 빛나는 열연을 보여준 변요한. /메가박스중앙플러스엠

-영화뿐 아니라, 배우 변요한에 대한 호평도 많이 나오고 있다. 기분이 어떤가. 언론배급시사회 후 눈물을 보이기도 했는데, 그만큼 이 작품이 특별한 의미로 남았는지.
“정말 감사하다. 그것만큼 기쁜 일이 없다. 조금 즐기자는 마음도 있고, 금방 정리해야겠다는 생각도 있다. 감사와 기쁨의 눈물이었다. 오랜만에 영화를 보는데 예전 생각도 나고 해서 기뻤고, 영화가 주는 메시지도 와닿았다. 기다리고 설렜던 만큼 좋은 영화가 나온 것 같아서 부끄럽지만 눈물이 나왔다. 내 감정에 솔직해졌던 순간이었다.”

-어떤 점에 끌려 작품을 택하게 됐나.
“이준익 감독님 작품을 다 봤고, 설경구 선배의 작품도 내 베스트 명작 안에 몇 편 꼽혀있다. 그 정도로 존경하고 동경하던 선배와 감독님이었고, 두 분과 함께 하게 돼서 정말 좋았다. 또 창대라는 인물에 매력을 느꼈는데, 그가 마지막 결승지점에서는 좋은 어른이 됐으면 좋겠다는 마음이 들었다. 창대의 용기와 나의 용기가 맞아떨어진 것 같다.”

-이준익 감독과 작업한 소감은.
“감독님을 향한 믿음은 말로 형용할 수 없을 만큼 크다. 작업이 끝난 후 느낀 건 좋은 감독님 이전에 좋은 어른이라는 거다. 어린 나이부터 장년에 이르는 어른까지, 모든 분들과 대화가 가능한 분이다. 함께 작업한 것에 대해 영광이라고 생각하고, 새로운 영감을 얻었던 현장이었다. 존경한다.”

-이준익 감독이 ‘창대는 변요한이 다 한 것’이라고 했다. 창대라는 인물을 어떻게 만들어갔는지.
“감독님은 카메라 안에서 거짓말을 하지 않는 선에선 모든 걸 자유롭게 풀어주시는 분이다. 그 믿음으로 마음 놓고 들어가 버리니 조금은 서툴더라도 오케이가 떨어졌다. 감독님과 작가님이 만든 틀 안에서 나는 놀았을 뿐이다. 창대로서 숨 쉬고 싶었고, 나의 몸뚱이를 던져서 거짓말하지 않으려고 노력했을 뿐이다. 그것 말고는 없다. 창대는 어부고 글을 좋아한다는 설명 외엔 기록이 없다. 우선 어부로서 기본적으로 할 수 있는 것들, 노를 젓는 방법이나 물고기 낚는 법, 헤엄치는 법, 사투리 연기를 배웠다. 그런데 그건 그렇게 어렵지 않았고, 창대가 세상을 어떻게 바라볼지 그의 마음과 신념을 갖는 것이 어려웠다.”

-창대는 조선시대 인물이지만, 지금을 살아가고 있는 청춘들에게도 공감을 일으킬 것 같다.
“나도 그런 마음에 더 시나리오에 관심이 갔고, 창대라는 인물에 궁금증이 생겼다. 그런데 창대가 어떤 생각을 하는지 파면 팔수록 겉돌았다. 양파처럼 하나씩 벗겨지는 게 아니라 겉돌아서 파생시키기 어려웠다. 잠깐 한숨을 쉬고 주변을 돌아봤는데, 오히려 주변 사람들을 통해 영감을 얻을 수 있었다. 청춘들에게 공감을 주기 위해, 주고 싶어서 더 열심히 했고 잘하고 싶었다.”

‘자산어보’에서 연기 호흡을 맞춘 변요한(왼쪽)과 설경구. /메가박스중앙플러스엠
‘자산어보’에서 연기 호흡을 맞춘 변요한(왼쪽)과 설경구. /메가박스중앙플러스엠

-흑백영화였는데, 연기하는데 차이가 있었나.
“흑백영화는 색채감이 없다. 배우의 눈빛과 표정, 주변 풍경의 형태로만 묘사되기 때문에 처음엔 겁이 났다. 그런데 마음을 내려놓을 수 있었던 건 뭘 하려고 하면 이준익 감독님이 하지 말라고 디렉션을 줬다. 본질적으로 다가가고, 서툴더라도 거짓말하지 말라는 말로 들렸다. 그래서 딱 맞아떨어지는 연기가 아니더라도, 서툴더라도 창대로서 말할 수 있도록 집중했다. 그랬더니 더 수월해지고 집중할 수 있었다.”

-사투리 연기도 인상 깊었다. 어떻게 준비했나.
“캐스팅이 결정되자마자, 주변에 사투리 구사를 할 수 있는 모든 분들을 총동원했다. 전화 통화로도 하고, 일상적인으로 대화도 계속했다. 흑산도 유배지도 찾아갔다. 정약전 선생님의 발자취와 거주지도 보고, 그분이 어떤 분이셨는지 듣기도 했다. 그러면서 사투리를 구사하는 분과 자연스럽게 공유하게 됐고, 습득이 됐다. 너무 과하면 관객들이 영화를 볼 때 이해하지 못할 수 있기 때문에 기준점을 잡아 했다. 또 민도희 양이 사투리를 잘 구사해서 든든하게 믿고 갈 수 있었다.”

-설경구와의 호흡은 어땠나.
“같은 카메라 안에서 약전과 창대로 숨 쉬었다. 더할 나위 없이 행복했다. 배울 점이 너무 많았다. 아침 일찍 옷 입을 준비를 미리 하고 현장에 오시고, 이미 다 숙지가 돼있어서 아무리 긴 대사도 후루룩할 정도로 정약전 선생님이 돼계셨다. 어떤 자세로 카메라 앞에서 임해야 하는지 배웠다. 그런 부분이 공적인 모습이라면, 사적으로는 정말 따뜻했다. 그래서 의지하고 잘 따라갈 수 있었다. 선택하는 언어와 행동 하나하나 다 멋있었다. 보여주기식이 아니고 계산적이지 않아서 더 멋있었고, 사랑이 많은 분이란 걸 느꼈다.”

올해로 데뷔 10주년을 맞은 변요한. /메가박스중앙플러스엠
올해로 데뷔 10주년을 맞은 변요한. /메가박스중앙플러스엠

-이번 작품이 배우의 연기에 혹은 개인에게 영향을 준 게 있다면.
“정말 많이 바뀌어서 뭐가 어떻게 바뀌었다고 얘기하기가 어려운데, 먼저 좋은 어른들을 만났다. 마음의 부자가 된 기분이다. 너무 든든하고, 일도 하고 사람도 얻은 감사한 순간이었다. 변요한 개인으로서 변한 건 정말 많다. 감사하고 즐거운 마음이다. 예전에 내가 어떻게 보였는지 모르겠지만, 더 좋은 배우가 되고 싶다. 좋은 사람의 기준이 뭔지 잘 모르겠지만, 잘 살고 싶다. 정직하고 정의롭게. 진정성이 없다면 있는 척하고 싶지 않다. 그냥 정직하게 살고 싶다. 그렇게 살다 보면 내 그릇도 넓어질 것 같고, 사랑도 더 많아질 것 같다. 지켜야 할 건 지킬 수도 있을 것 같다. 그게 내 소망이다. 그러다 보면 좋은 배우도 되지 않을까.”

-올해로 데뷔 10주년이다. 돌아보면 어떤가.
“데뷔작 ‘토요근무’(2011)로 따지면 데뷔 10년인데, 중학교 때부터 연기를 했다. 연기를 처음 했을 때 마음가짐과 지금 달라진 건 없다. 오히려 더 뜨거워지면 뜨거워졌다. 하지만 축하해 주신다면 감사하다.(웃음) 변치 않았으면 한다. 연기를 정말 사랑한다. 내 인격체가 다할 때까지 배우로 살아가고 싶다.”

-연기가 변요한을 뜨겁게 만드는 이유는 무엇인가.
“큰 책임감이 몰려올 때가 있다. 문화라는 건 좋은 메시지를 전달하는데 크게 작용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좋은 작품으로 좋은 내용으로 대중과 만나고 싶다. 사실 대중이라고 얘기하지만 내 가족, 내 조카, 주변 사람들이 조금이라도 나보다 더 나은 삶을 살고, 영감을 얻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더 좋은 문화와 환경에서 살았으면 좋겠다는 마음이 크다. 그런 책임감을 요즘 많이 느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