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 선호도 높은 안전·편의사양 탑재 및 고급 소재 마감
2ℓ B6 엔진, 2톤 넘는 거구 가볍게 끌어, 폭발적인 가속력·퍼포먼스 여전
MHEV 엔진 B6 탑재하고도 200만원 이상 낮아져, 합리적인 가격은 덤

볼보자동차 XC90 B6 AWD 인스크립션. / 제갈민 기자

시사위크=제갈민 기자  볼보자동차는 기존에 사용하던 내연기관 엔진을 마일드하이브리드(MHEV)나 플러그인하이브리드(PHEV) 등 친환경 파워트레인으로 전환하고 있다. 이는 글로벌 전동화 전략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볼보자동차의 플래그십 SUV(스포츠유틸리티차량) XC90 역시 지난해까지는 순수내연기관인 가솔린과 디젤 엔진을 얹어 생산했으나, 올해부터는 MHEV 엔진으로 전환해 친환경성과 효율성을 모두 잡았다.

볼보자동차코리아는 지난 3월 29일부터 4월 1일까지 고성능 MHEV ‘B6’ 엔진을 경험할 수 있는 시승행사 ‘B6 드라이빙 익스피리언스 데이’를 진행했다. 시승은 서울 여의도 서울마리나에서 가평 아트살롱까지 왕복하는 코스에서 이뤄졌다. B6 엔진을 품은 볼보 XC90은 가평에서 서울로 오는 구간에 탑승했다. 시승한 차량 트림은 볼보 XC90 B6 AWD 인스크립션이다.

이번에 새롭게 출시된 XC90 B6는 지난해까지 판매하던 순수내연기관 모델과 비교했을 시 외관이나 실내에서는 크게 달라진 점이 없다. 심장을 바꾼 점이 큰 변화다. MHEV B6 엔진은 기존 가솔린 모델 T6 엔진을 대체한다. 그러면서 디젤 모델 생산은 중단했다. 최근 디젤 엔진과 관련한 환경 이슈를 의식한 모습이다. MHEV B6 엔진은 48V 배터리가 엔진을 보조해 주행성능과 연비를 높인다.

출력 면에서는 다소 억제를 한 모양이다. XC90 B6는 기존 가솔린 T6 모델 대비 최고출력이 20hp(마력) 낮아진 300hp의 힘을 내뿜는다. 반면, 토크는 42.8㎏·m로 2.0㎏·m 높아졌다. 제원상 연비는 9.2㎞/ℓ다.

볼보자동차 XC90 B6 AWD 인스크립션. /제갈민 기자
볼보자동차 XC90 B6 AWD 인스크립션. 헤드램프 내 토르 망치 형상의 주간주행등은 볼보자동차의 디자인 시그니처 중 하나다. / 제갈민 기자

볼보 XC90의 외관 모습은 언제 봐도 군더더기 없이 깔끔하다. XC90은 기교를 부리지 않고 과하지 않은 디자인으로 많은 소비자들에게 인기를 끌고 있다. 전면부는 사각형 형태로 디자인된 크롬 소재의 라디에이터그릴과 토르 망치가 연상되는 주간주행등을 품은 헤드라이트(전조등)가 포인트다. 라디에이터그릴은 수직으로 뻗은 크롬바 형태의 디자인으로 무게감이 느껴지며, 정중앙의 전볼보 엠블럼과 조화를 이룬다. 전면 카메라는 볼보 엠블럼 내에 설치했다.

이와 함께 보닛의 좌우에 그려진 캐릭터라인 덕에 차량의 볼륨이 더 부각된다. 보닛 좌우 상단에서 하단을 돌아 프론트 펜더, 도어 상부를 지나 리어램프까지 이어지는 선명한 캐릭터라인은 차량의 볼륨감을 부각시킨다. 그러면서도 단정한 느낌을 뿜어낸다. 마치 선이 잘 잡힌 정장을 입은 것 같은 느낌이다.

타이어는 콘티넨탈 프리미엄 콘택트6 제품을 사용해 달리기 성능과 제동 성능, 안전성 등을 모두 갖췄다. 콘티넨탈 프리미엄 콘택트6 타이어는 유럽 최고 권위의 자동차 클럽인 ADAC(독일), TCS(스위스), ÖAMTC(오스트리아)의 타이어 테스트에서 호평을 받은 바 있다.

볼보자동차 XC90 B6 AWD 인스크립션. /제갈민 기자
볼보자동차 XC90 B6 AWD 인스크립션. 1열 및 2열 실내. / 제갈민 기자

실내로 들어가면 브라운·카멜 계통 색상의 나파가죽으로 마감한 시트가 고급스럽게 느껴진다. 이러한 실내 가죽 색상은 따뜻한 느낌을 주면서 고급스러움도 함께 느낄 수 있어 최근 다수의 자동차 브랜드에서도 플래그십(기함급) 모델에 적용하고 있다. 여기에 대시보드는 어두운 블랙 계통의 가죽으로 덮었으며, 도어패널 부분 등 일부를 장식하는 우드 색상도 검은색으로 톤다운을 해 조화를 이뤘다.

시트는 편안하다. 1열 시트는 탑승자의 체형에 맞게 시트 사이드 부분이나 요추, 경추 등 부분의 볼륨을 조절할 수 있으며, 허벅지 부분도 앞으로 길게 빼 편의성을 극대화 했다. 나파가죽으로 마감한 시트의 촉감도 부드럽다. 이와 함께 기어노브가 전자식으로 바뀌며 오레포스 크리스탈로 제작된 점도 럭셔리함을 한층 끌어올리는 부분이다.

이 외에 약간 클래식한 부분도 느낄 수 있다. 볼보자동차의 세단이나 XC90보다 작은 체급의 SUV 모델 등에서는 세로로 길쭉한 송풍구가 하나의 아이콘으로 자리잡은 반면 XC90 B6에는 클래식한 사각형 가로형 송풍구가 자리를 잡았다. 송풍구 주변 테두리를 잘 감싸면서 센터페시아 스크린 베젤과 라인을 이어 일체감이 느껴진다. 소비자에 따라 더 좋아하는 형태가 있겠지만, 일반적인 송풍구 형태는 스마트폰 거치대를 설치하기가 수월한 이점은 분명 존재한다.

실내 공간은 준대형 SUV답게 넉넉하다. 2열 헤드룸은 180㎝정도의 성인이 탑승해도 루프 라이닝(천장)에 머리가 닿지 않으며, 레그룸도 공간이 넉넉하다. 루프에는 파노라마선루프가 넓은 면적을 차지하고 있어 개방감도 남다르다.

2열 시트 중앙부분은 암레스트(팔걸이)로 활용할 수도 있다. 2열에 2인 탑승 시 암레스트를 내리면 컵홀더로도 이용할 수 있다. 암레스트 컵홀더 덮개 버튼을 눌러 열면 컵홀더가 살짝 올라오며, 덮개는 앞쪽으로 열리며 컵이 앞으로 기울어지는 것을 어느 정도 막아주는 기능을 한다.

또 2열은 등받이 각도를 뒤로 조정할 수 있는 리클라이닝 기능이 탑재돼 더욱 편안하다. 기울일 수 있는 각도가 크지는 않지만, 그래도 이러한 기능을 탑재한 것은 탑승자의 사소한 부분도 신경 쓴 것으로 보인다. 사소한 차이가 큰 차이를 만들 수도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부분이다.

3열 시트도 존재하는데, 평소에는 접어두고 적재함으로 사용하다 필요에 따라서 3열을 이용하면 최대 7인이 탑승할 수 있다. 2열까지 접을 시에는 성인 2~3명이 누울 수 있는 공간이 충분히 마련된다.

볼보자동차 XC90 B6 AWD 인스크립션. / 제갈민 기자
볼보자동차 XC90 B6 AWD 인스크립션. 3열 시트를 폴딩한 상태의 적재함 공간. / 제갈민 기자

본격적인 주행에 나서면 부드럽게 흘러가는 느낌이 일품이다. 엔진과 배터리가 함께 구동해 효율과 힘이 좋다고는 하지만 2ℓ급 사이즈의 엔진으로 2톤이 넘는 거구를 부드럽게 이끌 수 있다는 점은 놀랍다. 이는 동급 경쟁차종들과 비교했을 시 연료효율성뿐만 아니라 우리나라는 차량의 배기량에 따라 세금을 부과하기 때문에 자동차세 측면에서도 이점으로 작용한다.

가속도나 힘 또한 부족하지 않다. 주행모드를 스포츠로 변경할 수는 있으나, 시승 간에 컴포트모드로만 주행했음에도 전혀 출력에 대한 아쉬움이나 불편함이 없었다. 오히려 SUV에는 스포츠모드가 ‘굳이 필요한 기능은 아니다’라는 것을 XC90 B6를 통해 느꼈다. 그 정도로 일반 주행모드에서도 편안한 항속능력을 지녔고, 급가속이 필요할 때는 가속페달을 조금 깊게 밟으면 그에 맞춰서 폭발적인 출력을 뿜어낸다.

B6 엔진은 기존 순수내연기관 T6 가솔린 대비 마력수가 20마력 줄어들었다. 그럼에도 이러한 출력 감소는 느끼기 힘든 정도다. 스포츠모드로 설정해 주행을 하면 더욱 다이내믹한 주행이 가능할 것으로 풀이된다.

또한 차체 길이가 5m에 육박하고, 2톤 이상의 체중을 자랑하는 거구임에도 움직임은 민첩하다. 고속주행에서 차로변경뿐만 아니라 커브를 돌아나가는 느낌도 안정감이 있다. 노면의 요철이나 과속방지턱을 지날 때도 탑승자에게 느껴지는 진동은 크지 않다.

볼보자동차 XC90 B6 AWD 인스크립션. /제갈민 기자
볼보자동차 XC90 B6 AWD 인스크립션. 실내 수납공간은 준수한 편이다. 컵홀더 사이즈도 적절하며, 콘솔박스에는 단렌즈를 장착한 DSLR이 들어가고 조금 공간이 남는 정도다. 오레포스 크리스탈 전자식 기어노브는 고급스러움을 더해준다.  / 제갈민 기자

운전자주행보조 시스템인 파일럿 어시스트 기능도 잘 작동했다. 가다 서다를 반복하는 막히는 구간에서도 파일럿 어시스트는 앞차와의 간격을 유지해주면서 일정 속도를 지켰다. 차로이탈방지시스템도 잘 작동해 장거리 운전 시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을 것 같다.

노면 소음이나 풍절음도 잘 억제해 창문을 모두 닫고 주행할 시 정숙성을 느낄 수 있다. 여기에 오디오시스템은 화룡점정이다. XC90 B6에는 바워스&윌킨스 오디오가 탑재돼 있는데, 기존에 판매되던 내연기관 모델에 탑재된 오디오보다 한층 업그레이드됐다.

XC90 B6에 탑재된 바워스&윌킨스 오디오 음질은 더욱 풍부해졌다. 음악 청취 시 장소 모드를 콘서트홀·스튜디오·라이브 등으로 설정할 수 있는데, 같은 음악을 듣더라도 옵션 설정에 따라 다른 느낌으로 들을 수 있다. 음량을 높여도 음질은 갈라지는 부분 없이 깨끗하게 흘러나온다. 또한 음악을 집중해서 듣고 싶은 경우에는 운전석 위주 또는 동승석 위주, 1열·2열 등으로 설정할 수 있는 점도 좋으며, 이 설정을 조작할 시 확연히 차이점이 나타난다.

볼보자동차 XC90 B6 AWD 인스크립션. /제갈민 기자
볼보자동차 XC90 B6 AWD 인스크립션. 가평~남양주 구간을 비롯해 가평~남양주~여의도까지 주행하는 동안 연비는 8㎞/ℓ 후반대에서 9㎞/ℓ 초반대를 유지했으며, 최종 목적지인 여의도 서울마리나에 도착했을 당시에는 9.2㎞/ℓ의 연비를 나타냈다. / 제갈민 기자

가평 아트살롱에서 남양주 봉커피를 거쳐 여의도 서울마리나까지 약 80㎞를 주행하는 동안 트립 평균 연비는 9.2㎞/ℓ로 나타났다. 공인연비와 동일한 수준의 연비가 나타났다. 운전습관이 차분한 운전자라면 충분히 이보다 높은 수치의 연비를 달성할 수 있다.

반면 불편한 부분도 일부 존재한다. 먼저 주행 간 운전석 측 사이드미러의 화각이 좁다. 광각사이드미러 대신 측후면의 차량과의 거리가 실제와 가깝게 보이는 거울을 사용해 이러한 현상이 나타나는 것으로 보인다. 어떻게 보면 일장일단일 수 있으나, XC90 B6의 사이즈를 생각하면 화각이 좁은 점은 개선을 해준다면 더 좋을 듯하다. 우측 사이드미러의 화각은 넓다. 대신 우측 사이드미러 하단에는 ‘사물이 거울에 보이는 것보다 가까이 있음’이라는 주의 문구를 새겨 넣었다.

이러한 운전석 사이드미러 화각이 좁은 점은 볼보자동차만의 문제가 아니다. 볼보자동차 외 일부 수입차 브랜드에서도 이러한 현상이 발견되는데, 왜 이러한 설계를 하는지는 명확히 파악이 되지 않는다.

또 차량의 전반적인 정보 확인이나 조작을 할 수 있는 센터페시아 터치스크린 역시 일장일단이다. 대형 터치스크린 내에서는 여러 정보를 확인할 수 있는데, 익숙해진다면 어디에 무엇이 있는지 금방 조작할 수 있다. 하지만 볼보자동차를 처음 운전하는 이들에게는 낯설게 느껴질 수 있다. 공조기 조작이나 시트 열선·통풍 기능만이라도 물리버튼으로 따로 설계한다면 어떨지 제안을 하고 싶다.

이러한 기능 중에서도 독특한 점은 시트 열선과 통풍 기능을 동시에 작동할 수 있다는 점이다. 겨울철에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을 듯하다. 시트를 따뜻하게 하면서도 통풍 기능을 동시에 이용하면 쾌적함이 배가 될 듯하다.

볼보자동차 XC90 B6 AWD 인스크립션. /제갈민 기자
볼보자동차 XC90 B6 AWD 인스크립션 후면부. 클래식한 느낌과 세련미가 조화를 이룬다. 버티컬 리어램프는 볼보자동차만의 아이덴티티(정체성) 중 하나다. / 제갈민 기자

XC90 B6의 매력적인 부분은 가격에서도 나타난다. 기존 XC90 T6 가솔린 엔진을 사용한 인스크립션 트림의 국내 판매 가격은 9,550만원이었는데, 이번에 새로운 MHEV B6 엔진을 얹은 XC90은 9,290만원으로 약 260만원 소폭 감소했다. 이러한 합리적인 판매가격 책정은 국내 소비자들 사이에서 긍정적인 분위기를 형성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되며, 향후 판매량 증대로 이어질 가능성도 존재한다.

한편, 한국수입자동차협회 측의 3월 수입 승용차 등록자료에 따르면 볼보자동차코리아는 올해 1분기 동안 총 3,651대를 판매해 전년 동기 대비 판매대수가 14.5% 신장했다. 볼보자동차코리아는 지난 1월 올해 국내 시장 판매 목표대수를 1만5,000대라고 밝힌 바 있다. 현재 판매 추이를 그대로 이어나간다는 가정 하에 분기당 3,500여대 판매로 단순 계산을 하면 연말까지 약 1만4,000대 이상은 가능한 수치다. 볼보자동차에서 PHEV 모델을 제외하고 가장 비싼 몸값을 자랑하는 맏형 XC90 B6의 활약에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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