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지난 8일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를 마친 뒤 의원들의 박수를 받으며 퇴장하고 있다. 김 전 위원장이 언론 인터뷰에서 “국민의힘엔 절대로 안 갈 것”이라고 단언해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뉴시스(공동취재사진)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지난 8일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를 마친 뒤 의원들의 박수를 받으며 퇴장하고 있다. 김 전 위원장이 언론 인터뷰에서 “국민의힘엔 절대로 안 갈 것”이라고 단언해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뉴시스(공동취재사진)

시사위크=김희원 기자  4‧7 재보궐선거 이후 야권에서 가장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두 사람이 있다. 야권의 유력 대선주자로 꼽히는 윤석열 전 검찰총장과 함께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의 향후 행보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정치권에서는 국민의힘의 재보선 압승을 이끈 김종인 전 위원장이 비대위원장 자리에서 물러난 이후에도 야권 재편과 대선 정국에서 어떤 식으로든 역할을 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김 전 위원장이 ‘별의 순간’을 언급하며 윤석열 전 총장을 치켜세운 만큼 ‘킹메이커’ 역할을 할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김 전 위원장이 최근 국민의힘을 저격하는 발언을 연달아 내놓고 있어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김 전 위원장은 지난 9일 한 언론 인터뷰에서 국민의힘 내에서 거론되는 ‘야권 통합론’에 대해 “자신이 없으면 집어치워 버릴 것이지, 밤낮 ‘통합, 통합’한다”고 비판했다. 또 김 전 위원장은 ‘대선까지 당을 이끌고 싶지 않았나’라는 질문에는 “더 있을 수가 없었다. 잘난 사람들이 많다”며 “당 대표하고 싶은 사람이 한두 명이 아니다”라고 꼬집기도 했다.

김 전 위원장의 ‘국민의힘 때리기’의 수위는 날이 갈수록 더 강화되고 있다. 지난 13일 보도된 한 언론 인터뷰에서는 “국민의힘엔 절대로 안 갈 것”이라고 단언했다.

김 전 위원장은 ‘국민의힘으로 다시 와야 한다는 목소리도 꽤 나온다’는 지적에 “더 이상 애정이 없다”며 이같이 말했다. 김 전 위원장은 “보궐선거 전에 중진연석회의를 했다. 소위 당 중진이라는 사람들이 단일화를 앞두고 우리 당 후보를 내는 데 관심이 없었다”며 “이런 행동을 보고는 선거 끝나고 바로 당을 떠나야겠다고 생각했다”고 강조했다.

또 김 전 위원장은 윤석열 전 총장의 국민의힘 입당 가능성에 대해서도 “안 갈 것 같다. 저 아사리판에 가서 무슨 이득이 있다고”라며 “금태섭 전 의원이 말한 새로운 정당으로 가는 상황이 전개될지도 모른다”고 주장했다. 김 전 위원장은 “3지대라는 말은 쓰지 않는 게 좋다고 생각한다. 새로운 정치세력의 등장이다”며 “5월쯤 되면 무슨 빛이 보이지 않을까 한다”고 강조했다.

◇ 김종인의 노림수

김 전 위원장의 이 같은 발언에 대해 국민의힘 내에서는 당장 불쾌감이 표출되고 있다. 권영세 의원은 14일 당지도부-중진 연석회의에서 김종인 전 위원장을 겨냥해 “마시던 물에 침을 뱉고 돌아서는 것은 훌륭한 분이 할 행동이 아니다”고 비판했다.

김 전 위원장이 국민의힘을 떠난 지 얼마되지 않아 국민의힘에 대해 거침없는 비판을 쏟아내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국민의힘이 재보선에서 압승한 이후 대선 승리를 위해 새로운 변화를 모색하기보다는 당권 경쟁에만 몰두하고 있다는 점에서 쓴소리를 한 것이라는 해석도 있다.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은 KBS 라디오에서 “김종인 전 위원장의 한마디, 한마디에 대해서 행간을 읽어야 된다고 생각한다”며 “핵심은 당의 변화다. 당이 변하지 않으면 김 전 위원장은 우리 당 도와줄 수 없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 의원은 “우리 당이 어르신들만의 정당이 아니라 젊은이들과 함께하는 정당으로 변모하고, 근본적인 변화가 생기면 김종인 전 위원장도 당연히 도와줄 명분이 생기는 것이고 안철수, 금태섭 뿐만 아니라 윤석열 전 총장도 당연히 우리 당에 들어오고 싶을 것”이라며 “김 전 위원장이 당의 근본적인 변화를 계속해서 촉구하고 있다고 보인다”고 주장했다.

일각에서는 김 전 위원장이 “국민의힘엔 절대로 안 갈 것”이라고 단언하며 ‘새로운 정당’을 언급한 것은 제3지대에서 윤석열 전 총장과 금태섭 전 의원 등이 참여하는 신당을 만들어 대선판을 좌지우지하려는 의도라는 해석도 나온다.

김 전 위원장이 이번주 중 최근 윤 전 총장 등이 몸담을 수 있는 신당 창당 구상을 밝힌 금태섭 전 의원을 만나기로 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제3지대 신당 창당설’에 더욱 힘이 실리고 있다.

차재원 부산가톨릭대 특임교수는 <시사위크>와의 통화에서 “국민의힘은 탄핵, 국정실패 등의 약점이 있기 때문에 윤석열 전 총장과 국민의힘이 합해졌을 때 유권자들이 거부감을 가질 수 있다”며 “김 전 위원장의 발언에는 국민의힘으로는 대선 승리가 힘들기 때문에 전혀 새로운 보수 야권의 제3지대 플랫폼을 깔겠다는 생각이 내포돼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주장했다.

이어 “김 전 위원장이 신당을 만들고 이후 국민의힘과 합해 새로운 야당을 만드는 것을 시도할 수도 있고, 그것이 안된다면 신당을 만들어 대선 국면에서 야권 단일화 방식으로 국민의힘과 합을 합하는 그림을 그리고 있지 않을까 한다”고 예측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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