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기업 애플의 상징은 역시 '한 입 베어 문 사과’ 로고다. 그런데 애플은 타 회사가 사과와 관련된 로고를 사용할 때마다 상표 등록 반대 소송을 걸곤 한다. 대기업의 갑질이라는 여론의 비난을 감수하면서도 말이다. 하지만 디자인 업계에서는 기업 로고의 가치가 그만큼 큰 것이라는 입장이다./ 사진=뉴시스, 편집=박설민 기자

시사위크=박설민 기자  세계적인 IT기업 애플의 이미지를 단번에 나타낼 수 있는 상징은 역시 ‘사과 로고’가 아닌가 싶다. 애플이라는 회사명 자체가 ‘사과(Apple)’를 의미할 뿐만 아니라 브랜드 로고 역시 전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브랜드 로고 중 하나로 평가된다.

때문에 애플의 로고와 관련된 사건·사고도 자주 일어나고 있다. 대표적인 것은 애플이 최근 미국 생수 브랜드인 조젯(Georgette)의 상표 등록에 반대하고 나선 사건이다. 맥루머스 등 외신보도에 따르면 애플은 지난 7일 미국 상표심사·항소위원회(TTAB)에 애플은 자신들의 사과 모양 로고와 조젯의 로고가 비슷하다며 상표등록 반대의견서를 제출했다.

이 같은 애플의 행동에 전 세계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사과가 전부 애플꺼냐”며 애플이 억지주장을 하고 있다는 비판이 쇄도하고 있다. 애플이 이의를 제기한 로고들을 살펴보면 애플의 사과 로고와 비슷하긴 하지만 서로 혼동될 만큼 비슷하진 않기 때문이다.

◇ ‘그림 하나로 나타내는 기업 소개서“ 브랜드 로고

하지만 마케팅 및 디자인 업계에서는 애플의 이런 ‘로고 갑질’이 이해가 간다는 입장이다. 물론 애플이 스타트업이나 중소기업들을 상대로 로고 갑질을 했다는 비판을 피하기는 어렵지만, 그만큼 애플의 로고 가치나 높기 때문에 이를 지키려고 하는 애플의 입장은 이해가 된다는 것이다.

디자인 전문가들은 한 기업의 로고를 ‘그림 한 장으로 나타내는 기업 포트폴리오’라고 말하기도 한다. 우리가 보면 단순한 상표 같지만, 그림 하나에 함축된 의미와 그것이 가지는 가치가 엄청나다는 것. 

이처럼 기업 로고의 가치가 크게 작용하는 것은 ‘브랜드’와 직접적인 연관이 있다고 볼 수 있다. 과거 유럽에서 가축에 낙인을 찍는데서 유래된 단어인 브랜드는 특정한 판매인의 제품이나 서비스를 구분하는데 쓰이던 기호 및 디자인을 뜻한다. 사실상 ‘로고=기업의 브랜드’라고 볼 수 있는 셈이다.

디자인 전문가들은 한 기업의 로고를 ‘그림 한 장으로 나타내는 기업 포트폴리오’라고 말하기도 한다. 우리가 보면 단순한 상표 같지만, 그림 하나에 함축된 의미와 그것이 가지는 가치가 엄청나기 때문이다./ 그래픽=박설민 기자

회사의 정체성을 표현하는 수단 이외에 기업의 브랜드 로고가 중요하게 여겨지는 이유는 크게 △브랜드 회상 △상품 및 서비스 가치 공유의 두 가지로 볼 수 있다. 

브랜드 회상(Brand recall)은 소비자가 어떤 제품에 대한 구매를 원할 때 머릿속에서 자연스럽게 특정 브랜드가 떠오르는 상황을 의미한다. 예를 들어 우리가 ‘스마트폰을 구매해야겠다’는 생각을 했을 경우, 머릿속에 자연스레 삼성전자나 애플 등의 제품들이 떠오르게 된다. 이것이 브랜드 회상이다. 

별 것 아닌 것 같지만 브랜드 회상 효과는 신규 고객을 유치하는데 큰 도움이 된다. 만약 제품에 대한 사전 조사를 진행하지 않고 매장에 들어간 소비자의 경우, 우선순위로 익숙한 로고의 제품에 대한 구매를 고려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두 번째 상품 및 서비스 가치 공유다. 특정 브랜드의 상품이 성공할 경우, 이 같은 브랜드 가치를 로고를 통해 다른 상품에도 공유하게 되는 것을 의미하는데, 기존 고객들의 충성도를 높이는데 효과적이다. 이를 활용한 마케팅에 가장 강력한 효과를 보여주는 것이 바로 애플이다. 아이폰 시리즈에서 만족한 소비자들은 ‘사과 로고’가 박힌 애플의 다른 제품인 맥북, 아이패드 등을 구입할 확률이 높다. 

실제로 브랜드 로고가 소비자들의 구매에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결과도 존재한다. 2020년 11월 한국마케팅학회에 개제된 ‘기업의 유형과 로고의 컬러가 제품평가에 미치는 영향’에 따르면 브랜드 로고의 단순한 디자인뿐만 아니라 색상조차도 소비자에게 상당한 영향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연구 결과에 따르면, 영리기업에서 생산되는 제품의 경우 한색(차가운 색)과 난색(따뜻한 색)의 로고 중 한색의 로고가 소비자들에게 선호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즉, 신뢰도가 있어야할 제품 등을 판매할 때 기업들이 난색보다 한색의 로고를 사용하면 더 효과적인 마케팅 수단으로 이용할 수 있다는 것.

연구진들은 “로고가 구매의도 및 제품의 평가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특히 로고를 구성하는 색상의 경우 소비자의 태도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수 있기에 기업과 디자이너는 브랜드 로고를 제작할 때 색상이 소비자에게 주는 영향력 등을 신중히 고려해야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디자인 전문가들은 좋은 로고를 만들기 위해선 소비자들의 마음을 끌 수 있는 적합성과 단순함이 있으면서도 눈에 띄는 색다름이 필요하다고 한다. 여기에 오랜 세월을 초월한 디자인도 중요하다. 이런 조건들을 만족시켜 제작돼 우수한 기업로고로 평가받는 아마존(위)와 코카콜라(아래)의 로고./ 사진=각 사

◇ 좋은 로고란? “적절하고 단순하지만 색다른 것”

그렇다면 기업들이 앞으로 좋은 로고를 제작하기 위해선 어떻게 해야 할까. 

스웨덴의 로고 디자이너 드라 호미르(Drahomir)는 지난 2018년 미국의 온라인 출판 플랫폼 ‘미디엄(Medium)’에 게시한 글을 통해 좋은 기업 로고를 만들 때 필요한 요소로 ‘적합성’을 꼽았다. 로고는 소비자들이 받아들일 수 있는 적절한 디자인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드라 호미르는 “기업 로고를 제작하는 사람들은 투자자 그룹에 강하게 어필할 수 있는 다양한 색상과 재밌는 모양으로 가득 찬 ‘장난스러운’ 로고를 만들고 싶어 하겠지만, 이는 소비자들의 이목을 잠시만 끌 뿐 지속적으로 유지될 수 있는 디자인이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도 “진부하고 비슷한 로고들의 클리셰를 피하는 것은 효과적인 로고 디자인의 핵심”이라며 “경쟁사와 신규 고객이 혼동하지 않고 잠재 고객을 잃지 않기 위해선 브랜드를 각인 시키는 로고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또한 드라 호미르는 ‘단순함’도 로고를 디자인할 때 필수 요소로 꼽았다. 로고에 회사의 다양한 비즈니스에 대해 많은 것을 담고 싶더라도 지나치게 복잡하지 않게 만들라는 것이다. 

드라 호미르는 “효과적인 로고는 최대 하나의 메시지 또는 하나의 핵심 가치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며 “대표적으로 IT기업 아마존(Amazon)의 로고가 우수한 디자인 중 하나인데, A부터 Z까지 모든 것을 갖추고 있다는 것을 로고 하나로 나타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밖에도 코카콜라처럼 오랜 기간 사용할 수 있는 ‘시대를 초월한’ 디자인의 로고와 웹과 명함, 광고 및 상품에서 실용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기능성’도 필요하다고 봤다. 

드라 호미르는 “효과적인 로고는 회사의 브랜드와 가치를 나타내는 것이 목적으로 당신(디자이너)이 좋아하는 예쁘고 귀여운 그림이 아니다”라며 “디자인은 목적에 부합해야 하기에 예술(Art)이 아니다”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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