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윤호중 원내대표 겸 비상대책위원장이 19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의에 입장하고 있다. 민주당이 4·7 재보궐선거 참패 원인을 두고 갑론을박하고 있는 가운데 친문 강성 지지층도 위력을 발휘하고 있다./뉴시스(공동취재사진)
더불어민주당 윤호중 원내대표 겸 비상대책위원장이 19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의에 입장하고 있다. 민주당이 4·7 재보궐선거 참패 원인을 두고 갑론을박하고 있는 가운데 친문 강성 지지층도 위력을 발휘하고 있다./뉴시스(공동취재사진)

시사위크=김희원 기자  더불어민주당이 당심과 민심의 괴리를 극복할 수 있을까. 4‧7 재보궐선거에서 참패한 민주당의 극복 과제로 '당심과 민심의 괴리' 문제가 거론됐다.

더미래연구소 소장인 김기식 민주당 전 의원은 최근 KBS 라디오에서 “지금 민주당의 또 하나 위기를 다른 쪽으로 표현하면 당심과 민심 간의 괴리가 커졌다는 것”이라며 “그러니까 당에 열성적인 지지자들이 보내주는 어떤 사인이나 요구하고 민심 간에 괴리가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 전 의원은 “당의 열정적인 지지자들은 검찰개혁이나 이런 부분들을 더 과감하게 하라는 요구가 있지만 민심에서는 검찰개혁 좋은데, 먹고사는 문제가 지금 힘들어죽겠는데 왜 자기들 이슈에만 저렇게 빠져서 국정을 무리하게 운영하느냐는 여론이 되게 강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민심을 이기는 정치는 없다”며 “결국 당심과 민심을 일치시켜서 민심의 바다 위에서 어떻게 자기 중심을 잡을 거냐, 이게 민주당의 과제라고 볼 수 있다”고 밝혔다.

민주당은 지금까지 속칭 ‘문빠’ ‘대깨문’(대가리가 깨져도 문재인) 등으로 불리우는 친문 강성 지지층이 주도해왔다. 친문 강성 지지층은 ‘조국 사태’, ‘윤석열 징계 정국’ 등에서 위력을 발휘하며 민주당의 정국 운영 기조를 좌지우지해왔다.

◇ 친문 강성 지지층 민주당 좌지우지

이들은 지난 2019년 ‘조국 사태’ 당시 문재인 정부가 공격을 받자 조국 전 법무부 장관과 검찰개혁을 동일시하며 서초동 검찰청사 앞에서 ‘조국 수호 집회’를 대대적으로 개최했다.

지난해 12월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법원의 ‘2개월 정직’ 처분 정지 결정으로 다시 업무에 복귀하면서 사실상 징계가 무산되자 이들은 ‘윤석열 탄핵’을 외치기 시작했다.

김두관 민주당 의원이 ‘윤석열 탄핵’ 추진에 총대를 메기도 했다. 김두관 의원은 당시 한 방송에 출연해 ‘윤석열 탄핵’을 주장하는 이유에 대해 “국민들, 민주당을 지지하는 국민들 또 열혈 당원들이 보내는 문자를 저도 한 4,000개 정도를 받았다”며 “당원들의 인내심에 한계가 왔다고 생각을 하고 그런 추동력을 적어도 우리가 집권 여당의 의원으로서 받아 안아야 한다는 생각을 한다”고 밝혔다.

또 친문 강성 지지층은 문재인 정부와 여당의 국정 운영 기조와 다른 목소리를 내는 사람을 향해서는 정파를 가리지 않고 공격을 퍼부었다. 지난 20대 국회에서 ‘조국 사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설치’ 문제 등에서 친문 주류와는 다른 목소리를 냈던 민주당 소신파 ‘조금박해(조응천‧금태섭‧박용진‧김해영)’는 이들의 주요 공격 대상이 됐다.

지난해 총선 당시 민주당 강서구갑 경선에서 금태섭 전 의원이 정치 신인이었던 강선우 의원에게 패배하자 정치권 안팎에선 강성 친문 지지층의 눈 밖에 났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이번에는 오영환·이소영·장경태·장철민·전용기 의원 등 민주당 20~30대 의원 5명이 최근 재보선 참패 원인으로 ‘조국 사태’를 거론했다가 강성 지지층으로부터 문자 폭탄을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열성 당원으로 꼽히는 권리당원들은 지난 13일 권리당원 게시판에 ‘권리당원 성명서’를 올리고 “초선 의원의 난(亂)”이라며 “패배 이유를 청와대와 조국 전 장관 탓으로 돌리는 왜곡과 오류로 점철된 쓰레기 성명서를 내며 배은망덕한 행태를 보였다”고 강하게 반발했다.

이 때문에 당권·대권주자들은 물론이고 다음 총선 공천을 걱정하는 의원들은 이들의 눈치를 살피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민주당 내 자성의 목소리도 점차 위축돼 가는 분위기다.

강성 지지층의 공격을 받았던 20∼30대 초선 의원들은 추가 입장문을 내고 “친문과 비문을 나눠 책임을 묻지 말아 달라”며 “특정인이나 특정세력의 책임론만을 주장하는 분들은 부끄러워하셔야 한다”면서 ‘친문 책임론’에 선을 긋기도 했다.

정치권에선 민주당의 새로운 지도부가 다시 친문 일색으로 채워질 경우 강성 지지층 눈치보기는 더욱 심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당권주자인 홍영표 의원은 지난 15일 CBS 라디오에서 ‘문자폭탄’과 관련 “제가 정치인 중에 문자 폭탄을 가장 많이 받은 사람 중 한명일 것”이라며 “저는 그것을 민심의 소리로 듣는다. 듣고 좀 심하다 싶으면 보지 않는다”면서 ‘문자 폭탄’도 민심이라고 주장했다.

이낙연 전 대표는 최근 자가격리를 마친 뒤 서울 종로구 교남동 자택에서 기자들과 만나 ‘문자 폭탄’에 대해서 “절제의 범위를 지키도록 노력하는 것이 설득력을 얻는데 도움이 된다”면서도 “당심과 민심이 크게 다르다고 보지 않는다”고 밝혔다.

민주당이 결국 ‘당심과 민심’의 괴리를 좁히는 일에 실패할 경우 내년 대선도 어려워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장성철 공감과 논쟁 정책센터 소장은 19일 <시사위크>와의 통화에서 “민주당의 현재 상황을 보면 당심과 민심의 괴리를 극복할 가능성이 없다고 판단되고 극복할 생각도 없어 보인다”며 “결국에는 친문 강성 지지층에게 끌려 다닐 수밖에 없겠다라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이어 “원내대표도 강성 친문 핵심인 윤호중 의원이 됐고, 당 대표 경선에서도 친문 주자가 선출될 경우 당심과 민심의 괴리 현상은 더욱 심화될 수밖에 없다”며 “그렇게 되면 민주당은 점점 더 축소되고 대선도 어려워 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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