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로가기
李씨네
[내일의 기억] 서예지의 현실을 잊을 수 있다면
2021. 04. 20 by 이영실 기자 swyeong1204@sisaweek.com
영화 ‘내일의 기억’(감독 서유민)이 관객과 만날 준비를 마쳤다. /아이필름 코퍼레이션/CJ CGV
영화 ‘내일의 기억’(감독 서유민)이 관객과 만날 준비를 마쳤다. /아이필름 코퍼레이션/CJ CGV

시사위크=이영실 기자  사고로 기억을 잃은 채 깨어난 수진(서예지 분) 옆엔 자상한 남편 지훈(김강우 분)이 그녀를 세심하게 돌봐주고 있다. 하지만 집에 돌아온 후 마주친 이웃들의 위험한 미래가 보이기 시작하자, 수진은 혼란에 빠진다.

그러던 어느 날 길에서 만난 옛 직장 동료는 수진을 걱정하며 지훈에 대한 믿기 힘든 소리를 하고, 때마침 발견한 사진 속 남편 자리엔 지훈이 아닌 다른 남자가 있다. 설상가상 수진은 알 수 없는 남자가 자신을 위협하는 환영에 시달린다.

영화 ‘내일의 기억’(감독 서유민)은 기억을 잃고 미래가 보이기 시작한 수진(서예지 분)이 혼란스러운 기억의 퍼즐을 맞춰갈수록 남편 지훈(김강우 분)의 충격적인 실체를 마주하게 되는 미스터리 스릴러다. 영화 ‘덕혜옹주’ ‘열정같은소리하고있네’ ‘극적인 하룻밤’ ‘행복’ 등의 각본, 각색가로 참여한 서유민 감독의 첫 연출작이다.

‘내일의 기억’에서 호흡을 맞춘 김강우(왼쪽)와 서예지. /아이필름 코퍼레이션/CJ CGV
‘내일의 기억’에서 호흡을 맞춘 김강우(왼쪽)와 서예지. /아이필름 코퍼레이션/CJ CGV

영화는 스릴러와 멜로를 적절히 배합해 흥미를 자극한다. 먼저 미스터리 스릴러답게 다양한 단서를 통해 사건을 추리하는 재미가 있다. 수진의 눈앞에서 벌어지는 상황들이 정말 미래인지, 환영인지, 과거의 기억인지 끊임없이 호기심을 자극하며 극에 빠져들게 만든다. 

특히 ‘나’에 대한 기억조차 잃은 상황에서 가장 가까운 사람이라고 믿었던 이에 대한 신뢰가 무너지며 수진이 느끼는 공포와 두려움은 공감대를 불러일으킨다. 누구나 다양한 얼굴을 갖고 있다. 자신과 가장 가까이에 있는 연인 혹은 가족이더라도 그들의 모습을 다 알 순 없다. 하지만 그동안 내게 보였던 모습이 모두 거짓이라면? 미래 속 살인자의 얼굴이라면? 영화 속 수진이 그랬던 것처럼, 상상하기조차 싫은 공포가 몰려올 것이다.

이 영화의 반전은 ‘멜로’다. 수진을 둘러싼 비밀을 파헤쳐 나가며 진실에 다가가던 이야기의 끝엔 한 남자의 애틋하고 절절한 로맨스가 있다. 예측이 가능하기도 하고, 어렵기도 하다. 스릴러적 긴장감과 재미는 물론, 정서적이고 감정적인 카타르시스를 동시에 선사하며 ‘내일의 기억’만의 색을 완성한다.

개인사 이슈가 몰입을 방해해 아쉬움을 남긴 서예지(아래) . /아이필름 코퍼레이션/CJ CGV
개인사 이슈가 몰입을 방해해 아쉬움을 남긴 서예지(아래) . /아이필름 코퍼레이션/CJ CGV

김강우는 수진의 다정한 남편이자 그를 둘러싼 진실을 감추려고 하는 미스터리한 남자 지훈의 극과 극의 얼굴을 폭넓게 담아내며 극의 중심을 잡는다. 서늘한 얼굴로 섬뜩함을 자아내다가도, 애틋한 눈빛으로 마음을 흔든다. 그의 아이디어로 완성된 영화의 마지막 장면은 먹먹한 여운을 남긴다.

수진으로 분한 서예지도 연기적으로는 흠잡을 데 없다. 내면 깊은 곳에 자리 잡은 의심을 드러내는 섬세한 감정 연기로 극에 팽팽한 긴장감을 선사한다. 하지만 오롯이 수진으로만 봐지지 않는다. 현재 이슈되고 있는 그의 개인사와 연결돼 몰입을 방해한다. 이 영화의 가장 큰 약점이다.

연출자 서유민 감독은 “미스터리 스릴러 속에서 공감과 구원의 메시지를 동시에 담고 싶었다”며 “장르적인 재미와 감정의 카타르시스 모두를 느낄 수 있는 작품”이라고 전했다. 러닝타임 99분, 오는 21일 개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