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중공업의 노사관계가 악화일로를 이어가고 있다. /뉴시스
현대중공업의 노사관계가 악화일로를 이어가고 있다. /뉴시스

시사위크=권정두 기자  올해 들어 수주 호조를 보이며 모처럼 활기를 띠고 있는 현대중공업이 한편으론 더욱 꼬이는 노사관계로 우려를 키우고 있다. 2년치 임단협을 아직도 매듭짓지 못한 기존 생산직 노조가 파업에 나선 가운데, 사무직까지 집단행동에 시동을 걸었다.

◇ 기존 노조 부분파업 돌입… 사무직도 불만 폭발

현대중공업은 2019년은 물론 지난해 임단협도 아직 해결하지 못한 상태다. 양측의 입장 차가 워낙 큰데다, 2019년 물적분할 당시 충돌로 감정의 골이 깊어진데 따른 것이다. 올해 들어 두 차례 잠정합의안이 마련되기도 했지만 조합원 투표, 특히 현대중공업 조합원들의 반대를 넘지 못하고 좌초됐다.

이런 가운데, 현대중공업 노조는 지난 20일부터 부분파업에 돌입했다. 오는 23일까지 오전에 2시간씩 사업부별 순환 파업을 진행하고, 23일 오후엔 전체 조합원이 4시간 파업을 단행할 방침이다.

파업에 돌입한 현대중공업 노조는 사측이 임단협 교섭에 성실하게 임할 것과 기본급 인상 등 핵심 요구사항을 촉구하고 있다.

현대중공업의 노사관계가 삐걱거리는 곳은 또 있다. 그동안 파업 등 노사갈등과는 다소 거리가 있었던 사무직 직원들이다. SNS 오픈채팅방을 기반으로 세를 규합한 이들은 ‘현대중공업그룹 사무직 공동행동‘을 구성해 본격적인 집단행동에 나섰다. 지난 19일 첫 번째 선전물을 발행하며 구체적인 요구사항을 밝힌 것이다. 

현대중공업그룹 사무직 공동행동은 ‘No Pay No Work(임금 없이 노동 없다)’를 슬로건으로 내건 선전물을 통해 “사소한 듯 30분 일찍 출근하라 지시하고, 부서 당직이니 뭐니하며 10~20분 늦게 퇴근하는 것을 강요한다. ‘미안한데 이것만 좀 해주고 가면 안돼?’라는 말 따위 하지 마시길 바란다”면서 “시대의 변화에 적응하지 않는 꼰대들이 경영자와 그 수하들의 자리에서 갑질을 일삼는다. 젊은 사무직 노동자들을 이기적이고 사회성이 부족하다 말하며 틈만 나면 임금을 착취할 생각을 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아울러 오전 8시 이전 출근 강요 금지를 비롯해 오후 5시 PC 자동 종료, 계획 연·월차 등록 시 수량제한 폐지, 강제 시차출근제 및 시간악용 금지 등을 요구했다.

이들의 움직임이 노조 결성으로 이어질지는 아직 알 수 없지만, 한동안 갈등과 잡음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모처럼 업황 호조에 따른 수주 훈풍을 맞고 있는 현대중공업이지만, 정작 내부는 서늘한 냉기만 감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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