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코로나19 백신 관련 보고회에서 참석자들과 인사를 하고 있다. 송 대표가 취임하자마자 차별화 행보를 보이면서 주목을 끌고 있다./뉴시스(공동취재사진)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코로나19 백신 관련 보고회에서 참석자들과 인사를 하고 있다. 송 대표가 취임하자마자 차별화 행보를 보이면서 주목을 끌고 있다./뉴시스(공동취재사진)

시사위크=김희원 기자  더불어민주당 ‘송영길호’가 대선 승리를 향한 본격적인 항해를 시작했다. 송영길 대표는 문재인 대통령과 강성 친문 지지층에 코드를 맞췄던 전임 지도부와는 차별화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송영길 대표는 지난 3일 기자간담회에서 “문재인 정부냐, 민주당 정부냐고 할 때 아무래도 민주당 정부라는 방점이 약했던 것이 사실이다. 정책도 당보다는 청와대가 주도한 것이 많았다”며 “당이 정책의 중심이 돼야 한다”면서 ‘당 주도’를 천명했다.

또 송 대표는 “봉하마을, 5·18 묘지 참배도 미루고 백신과 부동산 정책을 리뷰할 생각”이라며 개혁과제보다는 코로나 백신과 부동산 문제 해결에 주력하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송 대표는 이낙연 전 대표가 “에너지원”이라고 치켜세웠던 강성 당원의 문자폭탄에 대해서도 “서로 상처를 주지 않고 선의로 해석하고, 민주적 토론을 하는 당의 기풍을 만들어 가야 한다”고 다른 목소리를 냈다.

송 대표는 당직 인선에서는 사무총장에 윤관석 의원, 수석대변인에 고용진 의원, 대표 비서실장에 김영호 의원을 임명하는 등 친문 색채가 약한 비주류 출신 인사를 전면에 포진시켰다. 이와 함께 ‘부동산 민심’을 달래기 위해 당 부동산특위를 전면 개편하기로 하고 “아파트 환상을 버리라”는 발언으로 논란이 된 진선미 위원장도 교체할 방침이다.

또 송 대표는 첫 공식 일정으로 서울 동작구 국립현충원을 찾아 김대중·김영삼 전 대통령 묘역과 함께 이승만·박정희 전 대통령 묘역까지도 참배했다. 송 대표는 현충탑 참배를 앞두고 최고위원들에게 자신의 아들이 '유니폼을 입고 돌아가신 분들에게 민주당이 너무 소홀히 한다. 세월호는 그렇게 하면서'라고 말했다는 사실을 언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송 의원은 이번 당대표 경선에서 친문 핵심인 홍영표 의원을 0.59%포인트 차이로 꺾고 가까스로 당권을 획득했다. 송 대표도 범친문으로 분류되지만 친문 핵심과는 거리가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송 대표가 친문과 코드를 맞추지 않고 전임 지도부와는 다른 행보를 보이는 것은 중도층 공략을 위한 전략으로 풀이된다. 지난 4·7 재보궐선거에서 민심이 민주당에게 철퇴를 가한 만큼 당심보다는 민심에 초점을 맞춰야 대선 승리가 가능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 친문·비문 노선 갈등 조짐

대권 출마를 검토 중인 민주당 소속 양승조 충남지사는 4일 채널A에 출연해 “송영길 대표가 민주당 주류의 의식과는 약간 차이가 날 수 있는 행보를 보였는데 굉장히 파격적인 행보”라며 “민주당의 새 지도부에게는 민심을 항상 좌표로 삼고 민심의 바다를 헤쳐나가야 할 숙제가 부여돼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송 대표의 시도가 성공을 거둘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당장 강성 당원들은 송 대표의 이승만·박정희 전 대통령 묘역 참배와 세월호 관련 발언에 대해 반발하고 있다. 권리당원 게시판에는 “야당 대표인가”, “세월호 정부라는 비판에 민주당 대표가 동의하나” 등의 글이 올라왔다.

또 지도부 체제를 완비한 후 처음으로 열린 민주당 지도부 회의에서는 강성 친문과 비문 사이에 엇박자가 표출됐다. 강성 친문인 김용민 최고위원은 “민생과 개혁은 서로 다르지 않다”면서 “검찰개혁뿐만 아니라 언론개혁, 부동산투기 근절을 위한 개혁, 각종 민생개혁을 과감하고 속도감 있게 추진하겠다”고 강조했다.

반면 계파색이 엷은 백혜련 최고위원은 “국민의 절실한 마음을 담아낼 수 있는 민생정책에 집중해야 한다”면서 민생에 방점을 찍었다.

이 때문에 민주당의 노선 갈등이 본격화되는 것 아니냐는 전망도 있다. 송 대표의 차별화 시도가 성공을 거두기 위해서는 친문과 비문 사이의 엇박자가 당내 분란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리더십을 발휘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장성철 공감과논쟁 정책센터 소장은 <시사위크>와의 통화에서 “당 대표와 친문 성향의 지도부와 생각하는 바가 다르다. 송영길 대표는 민생에 초점을 맞추고 있고 친문 성향 지도부는 검찰개혁과 언론개혁을 말하고 있다”며 “지금은 조심하고 서로 탐색하는 수준이지만 앞길이 순탄해 보이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이어 “서로 지향하는 바가 다르면 잘못하면 큰 갈등과 혼란이 일어날 수 있고 그렇게 되면 지도부 체제가 안정적이지 못하고 흔들릴 가능성이 높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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