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월 디젤 수입차 점유율 16.9%, 연료별 등록 집계 공개 이후 최저
디젤 의존도 높은 폭스바겐, 제타만 가솔린… 해외에는 가솔린·하이브리드 천지
디젤 재고떨이 논란 또 불 지피나… 전기차 ID.4·ID.6, 올 여름 中 시장 출시

/ 폭스바겐코리아
폭스바겐이 지난 4월말 글로벌 시장에 공개한 아테온 R(오른쪽)과 아테온 R 슈팅브레이크 모델. 폭스바겐의 R 모델은 고성능 가솔린 모델이다. 해당 모델의 국내 출시 시기는 알 수 없다. / 폭스바겐코리아

시사위크=제갈민 기자  국내 수입자동차 시장에서 디젤 모델이 설 자리를 잃어가고 있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가 발표한 ‘4월 수입 승용차 등록자료’에 따르면 올해 수입 디젤 차량의 판매량은 처참하기만 하다. 그럼에도 수입차 브랜드 중 폭스바겐은 디젤 중심의 라인업을 구축하고 있다. 현재 수입 디젤차 판매 추이를 살펴보면 디젤 라인업만으로는 향후 성장에 한계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한국수입차협회의 4월 통계자료에 따르면, 올해 1~4월 기간 동안 디젤 수입차의 총 판매대수는 1만6,468대로 수입차 전체 판매대수의 16.9% 수준이다. 전년 동기간 디젤 수입차 판매대수는 2만2,632대며 시장점유율은 29.2%였던 것에 비해 판매량·점유율 모두 추락했다. 판매량은 27.24% 하락했으며, 점유율은 12.27%p 감소했다.

수입 디젤차의 판매량 감소가 더욱 눈에 띄는 이유는 동기간 수입차 판매대수는 1만9,872대가 더 늘었기 때문이다. 늘어난 수입차 수요는 대부분이 저공해 차량인 하이브리드나 플러그인하이브리드(PHEV), 순수전기차(EV) 등에 집중됐다.

수입차 중 하이브리드 모델의 판매량은 전년 대비 1만5,617대가 늘어난 2만1,361대로, 271.88%나 증가했으며, PHEV 모델도 7,098대의 판매를 달성하며 전년 1,531대 대비 363.62% 급등했다. EV 모델은 1,332대로 판매대수가 15.52% 상승했다.

아직까지 수입 자동차 시장에서 가장 큰 파이를 차지하는 가솔린 모델은 올해 1~4월 기간 동안 5만1,227대 판매를 기록해 전년 동기 대비 10.04% 판매량이 증가했다.

이렇듯 소비자들의 수요가 저공해 차량이나 가솔린 차량에 집중되고 있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과거 한국수입차협회가 공개한 수입차 등록자료를 살펴보면, 연료별 수입차 판매실적을 외부에 공개하기 시작한 때는 2012년으로 추정된다. 이를 기준으로 2012년 이후 1~4월 판매 실적을 살펴보면 이 기간 디젤차 판매실적은 올해가 가장 저조하다. 올해를 제외하고 수입 디젤차의 판매실적이 가장 낮았던 시기는 2012년 1~4월인데, 이 기간에도 디젤 차종의 한국 판매 실적은 1만9,007대로, 올해보다 약 2,500여대 이상 많다.

그만큼 한국 시장에서 수입 디젤차에 대한 관심과 수요가 급감한 것을 방증하는 부분으로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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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스바겐이 지난 1월말 국내에 출시한 소형 SUV 티록. 당시에도 파사트GT에 이어 디젤 모델만을 출시하는 것을 두고 지적이 이어졌다. / 폭스바겐코리아

그럼에도 수입차 브랜드 중 폭스바겐은 디젤 모델에 의존을 하고 있다. 폭스바겐이 지난해 말께부터 지난 4월까지 국내에 새롭게 출시한 모델은 △파사트GT △투아렉 △티록 등이며, 현재 국내에 총 7종의 라인업을 구축해 수입차 시장 상위권을 꿰차고 있다. 그런데 7종의 차량 중 가솔린 모델은 준중형 세단 제타가 유일하며, 그 외 차량은 전부 디젤 엔진을 얹어 판매하고 있다. 한국 시장 판매 모델 중 85% 이상이 디젤인 셈이다.

국내 시장에는 디젤 중심의 라인업을 구축한 반면 해외 시장에서는 △ID.3 △ID.4 △티구안 e하이브리드 △아테온(슈팅브레이크 포함) PHEV 등 전기차 모델과 △골프 △티구안 △아테온 △파사트 등 차량의 가솔린 모델을 대거 판매하고 있다. 물론 디젤 모델도 존재하지만, 가솔린이나 하이브리드 및 전기차의 비중이 더 높다.

이러한 판매전략은 한국을 디젤차 재고떨이 시장으로 여기고 있는 것으로 비쳐지는 대목이다.

사정이 이렇지만 폭스바겐의 한국 시장 성적표는 준수하다. 폭스바겐의 4월 판매대수는 1,080대며, 1~4월 국내 시장 총 판매량은 5,727대를 기록했다. 모델별 판매실적은 지난 1분기(1~3월) 기준 티구안이 1,554대로 브랜드 내 판매량 1위(33.4%)를 차지했으며, 제타가 1,174대(25.3%)로 뒤를 이었다. 즉, 폭스바겐이 국내에 판매하는 모델 중 약 75% 정도는 디젤모델이라는 얘기다.

최근에는 해외에서 가솔린 모델인 아테온 R·아테온 R 슈팅브레이크 및 순수 전기 고성능 모델인 ID.4 GTX를 공개했다. 해외에서는 꾸준히 ‘탈 디젤’을 향한 발걸음을 재촉하는 모습이다. 그러면서도 국내에는 이러한 차량을 들여오지 않고 있다. 디젤만으로도 경쟁력이 충분하다고 여기는 것인지, 앞서 지적한 것처럼 한국을 디젤 떨이 시장으로만 취급하는 것인지 정확한 이유는 확인할 길이 없다.

폭스바겐 측 관계자에게 아테온의 가솔린 모델인 아테온 R 및 왜건 모델 아테온 R 슈팅브레이크의 국내 출시 일정에 대해 문의했으나, 돌아온 답변은 “아직 확정된 바 없다”는 말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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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스바겐이 올해 여름쯤 중국시장에 출시를 앞두고 있는 전기차 ID.6 모델. / 폭스바겐코리아

폭스바겐 글로벌 본사 측은 최근 열린 상하이모터쇼에 중국 시장을 겨냥한 전기차 ID.6를 선보이기도 했다. 또한 폭스바겐의 전기차 ID.4와 ID.6는 올해 여름쯤 중국시장에 출시할 계획으로 알려져 한국시장을 도외시 한다는 비판을 피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한편, 폭스바겐 외 타 수입차 브랜드는 다수가 하이브리드 모델이나 전기차를 한국에 출시하며 저공해 정책에 발을 맞추고 있다. 대표적으로 수입차 최상위권인 메르세데스-벤츠·BMW·아우디 독일 3사가 있다. 폭스바겐을 바짝 추격하고 있는 볼보자동차 역시 디젤 모델을 청산하면서 대부분의 라인업을 가솔린 또는 하이브리드·PHEV 등으로 구축하고 있다. 디젤의 명가로 불리는 스텔란티스 내 PSA그룹도 푸조의 디젤 모델을 유지하고는 있으나, 전기차 모델도 함께 출시해 소비자의 선택권을 넓히는 등 저공해 정책에 앞장서고 있어 폭스바겐의 행보는 다소 이해하기가 힘든 구석이 존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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