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혼자 사는 사람들’(감독 홍성은)이 관객을 사로잡을 수 있을까. /더쿱영화 ‘혼자 사는 사람들’(감독 홍성은)이 관객을 사로잡을 수 있을까. /더쿱​
​영화 ‘혼자 사는 사람들’(감독 홍성은)이 관객을 사로잡을 수 있을까. /더쿱

시사위크=이영실 기자  집에서도 밖에서도 늘 혼자가 편한 진아(공승연 분). 사람들은 자꾸 말을 걸어오지만 진아는 그저 불편하기만 하다. 회사에서 신입사원의 일대일 교육까지 떠맡자 괴로워 죽을 지경이다. 그러던 어느 날, 출퇴근길에 매일 말을 걸던 옆집 남자가 아무도 모르게 혼자 죽었다는 걸 알게 된다. 그 죽음 이후, 진아의 고요한 일상에 작은 파문이 일기 시작한다.

영화 ‘혼자 사는 사람들’(감독 홍성은)은 저마다 1인분의 외로움을 간직한 우리들의 이야기를 담은 작품으로, 단편영화 ‘굿 파더’(2018)로 주목받은 한국영화아카데미 출신 신예 홍성은 감독의 장편 데뷔작이다. 앞서 제22회 전주국제영화제에서 배우상 및 CGV아트하우스 배급지원상을 수상하며 작품성을 인정받았다.

‘혼자 사는 사람들’은 ‘혼밥’ ‘혼술’이 트렌드가 되고, 혼자가 익숙해진 지금 시대에 다양한 세대의 1인 가구의 삶을 세밀하게 묘사해 공감을 불러일으킨다. 특별한 사건 없이도 현실감 있고 솔직한 이야기가 극에 집중하게 만드는 힘을 발휘한다.

취업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독립하게 된 사회 초년생부터 아내와 사별해 홀로 생활하게 된 60대 남성, 결혼을 하기 위해 가족을 떠나 일시적인 독립을 택한 30대 청년, 스스로 고립을 선택한 20대 후반 직장인까지 특별한 사람이 아닌 주변에서 흔히 볼 법한 평범한 사람들의 이야기로 공감을 안긴다.

다양한 1인 가구의 삶을 내밀하게 들여다 본 ‘혼자 사는 사람들’. 사진은 주인공 진아를 연기한 공승연 스틸컷. /더쿱 ​
다양한 1인 가구의 삶을 내밀하게 들여다 본 ‘혼자 사는 사람들’. 사진은 주인공 진아를 연기한 공승연 스틸컷. /더쿱 ​

그중에서도 자발적으로 혼자만의 삶을 택한 진아의 일상을 담담히 좇는데, 외출할 때나 잠을 잘 때도 TV를 켜놓는다거나 스마트폰을 손에서 떼지 않는 진아의 모습은 마치 혼자 있을 때 나의 모습을 비추는 것 같다.

그런 진아의 모습을 통해 한편으론 혼자이길 바라면서도 외로움, 고독감과 싸우고 있는 건 아닌지 생각하게 만든다. 또 내가 선택한 고립이 진정 원하는 것이 아닌, 반복된 상처로 인한 두려움 때문은 아닌지 질문을 던지며 스스로를 돌아보게 한다.

진아도 옆집 남자 성훈을 통해 자신을 되돌아보게 된다. 스스로를 돌아보는 것에만 그치는 것은 아니다. 얼굴도 모르는 전 세입자를 위해 제사를 지내는 성훈을 보며 자신이 혼자 사는 방법을 오해하고 있다는 것을 깨닫고, 그동안 회피해왔던 진정한 작별인사를 하게 된다.

‘혼자 사는 사람들’에서 호연한 (위 왼쪽부터) 공승연과 정다은, (아래) 서현우. /더쿱 ​
‘혼자 사는 사람들’에서 호연한 (위 왼쪽부터) 공승연과 정다은, (아래) 서현우. /더쿱 ​

그리고 비로소 진아는 함께 있지만 혼자일 수밖에 없고, 혼자 있지만 혼자일 수 없는 이 세상에서 잘 살아가기 위한 용기를 얻는다. 진아의 작은 성장은 저마다 자신만의 방식으로 외로움을 보듬고 살아가는 우리 모두에게 따뜻한 위로와 응원을 건넨다.

이번 작품으로 첫 스크린 주연을 소화한 공승연은 극의 중심을 단단히 잡으며 제 몫, 그 이상을 해낸다. 특히 진아는 좀처럼 감정을 드러내지 않는 인물인데, 수진‧성훈을 통해 변화하는 미세한 감정 변화를 섬세하게 담아내 몰입을 높인다. 앞으로 그의 스크린 행보가 더욱 기대된다. 사회 초년생 수진을 연기한 정다은과 옆집 남자 성훈으로 분한 서현우도 자신의 역할을 충실히 해내며 극에 활력을 불어넣는다. 러닝타임 90분, 19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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