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멸종(Extinction)’. 지구상에 존재하던 어떤 종이 모종의 이유로 세계에서 사라져 개체가 확인되지 않는 것을 의미한다. 사실 지구의 입장에서 멸종은 항상 일어나는 작은 사건일 뿐이다. 지구의 생명역사가 시작된 38억년 전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지구상의 생명체 대부분이 사라지는 ‘대멸종의 시대’가 존재했다. 그러나 우리가 주목해야할 것은 멸종의 원인이 기존의 ‘자연현상’에 의한 것이 아닌, 인간이 직접적 원인이 된 멸종으로 변해가고 있다는 점이다. 환경오염, 불법 포획부터 지구온난화까지 우리 스스로 자초한 결과물들이 서서히 나타나고 있다. 이제 지구는 우리에게 묻는다. “너희 스스로 자초한 재앙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힘이 있는가.” [편집자 주]

1925년 발표된 한정동 작사, 윤극영 작곡의 동요 ‘따오기’는 일제강점기 시절 힘들었던 조상들을 위로하는 노래였다. 그후 96년이라는 세월이 지난 지금, 우리나라는 일제강점기의 고통에서 벗어났지만 동요속 주인공인 따오기는 멸종위기로 인해 그때보다 훨씬 큰 고통을 겪고 있다./ 사진=Birdforum, 박설민 기자, 편집=박설민 기자

시사위크|창녕=박설민 기자  “보일 듯이 보일 듯이 보이지 않는 따옥 따옥 따옥 소리 처량한 소리. 떠나가면 가는 곳이 어디메이뇨. 내 어머니 가신 나라 해 돋는 나라. 잡힐 듯이 잡힐 듯이 잡히지 않는 따옥 따옥 따옥 소리 처량한 소리.  떠나가면 가는 곳이 어디메이뇨. 내 아버지 가신 나라 달 돋는 나라.”

1925년 발표된 한정동 작사, 윤극영 작곡의 동요 ‘따오기’다. 고통 받는 조선을 벗어나 어머니가 계신 일본으로 건너갈 수밖에 없었던 조선인들의 힘겨운 삶을 그려낸 이 동요는 일제강점기 시절 금지곡으로 지정되기도 했다. 
 
노래 가사에 등장하는 ‘따옥 따옥’ 소리의 주인공 노래 제목처럼 ‘따오기(Crested ibis)’다.  동아시아 지역에 분포하는 저어새과의 중형 조류인 따오기는 과거 우리나라 전역에서 쉽게 만날 수 있는 새였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따오기는 현재 심각한 멸종 위기에 처해 동물원에서조차도 만나기 힘든 새가 되고 말았다. 

그런데 최근 경상남도 창녕군에서 따오기 복원에 성공했다는 놀라운 소식이 들려오고 있다. 우리나라에선 사실상 멸종됐고, 세계적으로도 가장 심각한 멸종위기종인 따오기를 창녕군은 어떻게 복원하는데 성공한 것일까. 이에 대해 자세히 알아보기 위해 <시사위크>는 경상남도 창녕군에 위치한 ‘우포늪 따오기 복원센터’를 찾았다.

지난 20일 방문한 경상남도 창녕군 따오기 복원센터의 입구. 조류인플루엔자(AI) 확산 방지를 위해 외부인 출입을 엄격히 통제하고 있었다./ 사진=박설민 기자

◇ ‘따옥 따옥’ 따오기를 찾아 따오기복원센터를 찾다

지난 20일 오전 6시 47분 동탄역에서 SRT를 타고 출발해 약 5시간을 달려 경상남도 창녕군에 위치한 따오기 복원센터로 이동했다. 

따오기보호센터 연구원들의 설명에 따르면 보호센터 근처에 위치한 우포늪에는 지난해 방사된 따오기들이 살고 있다고 했다. 하지만 하필 이날 비가 많이 내리고 있어 따오기들이 모습을 드러낼 확률이 적어 보호구역의 따오기를 보는 것은 불가능할 듯했다. 이에 따오기보호센터에서 복원 후 사육하고 있는 따오기들을 대신 만나기로 결정했다.

복원센터의 입구에 들어서자 입구를 막고 있는 철창과 울타리들이 눈에 띄었다. 멸종위기종인 따오기를 복원하고 보호하기 위한 보호센터에 조류인플루엔자(AI)가 확산되는 것을 막기 위한 조치였다.

방역 과정을 거친 후 입장한 따오기 복원센터의 따오기 사육장 내부 모습. 큰 몸집과는 다르게 겁이 많은 따오기들은 낯선 사람이 접근하자 모서리에 모여 경계하고 있었다./ 사진=박설민 기자

방역 과정을 거친 후 따오기 복원센터 연구원들의 안내를 따라 이동하자 마침내 자연 방사 전 따오기들이 머물고 있는 사육장으로 도착했다. 약 75cm의 몸길이의 큰 몸집과는 다르게 따오기들은 겁이 많았다. 사진 촬영을 위해 사육장 안으로 기자가 들어가자 사육장 모서리에 옹기종기 모여 경계했다. 

울음소리는 동요에서처럼 완전히 ‘따옥 따옥’의 느낌은 아니었으나, 중저음에 처량하고 서글픈 느낌은 확실히 느껴졌다. 외모는 동화책에서 묘사되는 것처럼 얼굴과 다리는 붉은색, 부리는 검은색이었다. 그런데 하얀색 깃털일 것으로 생각했던 모습과는 다르게 검은색에 가까운 회색빛의 깃털을 가지고 있었다. 

따오기복원센터 연구원들은 “따오기의 번식기는 2~6월로 한 번에 3~4개의 알을 낳는다”며 “번식기가 되면 따오기들은 멜라닌 색소 분비물을 날개에 문질러 착색되는 것이며, 일반적으로 대중들에게 잘 알려진 분홍빛을 띈 흰색 깃털은 비번식기에 나타나는 색상”이라고 설명했다. 

일반적으로 알려진 따오기의 모습인 분홍빛이 도는 흰색 깃털은 비번식기의 모습이라고 한다. 기자가 보호센터를 방문한 5월은 따오기의 번식기라 털색상이 검은색을 띈 회색빛으로 바뀌어 있었다. 비번식기(사진 우측)와 번식기(사진 좌측)의 따오기 모습 변화./ 사진=창녕군, 박설민 기자

조금은 안타깝게도(?) 이집트 신화 속에서 따오기의 모습으로 등장하는 과학과 지혜의 신 ‘토트’의 이미지와는 다르게 따오기는 지능이 아주 높은 새는 아니라고 한다. 김성진 박사의 설명에 따르면 따오기의 지능은 햄스터 등 포유류 정도의 수준이라고. 다만 이집트 문화권에서 우아하고 기품 있는 따오기의 모습을 보고 지혜의 신이라 부른게 아닌가 추측된다고 했다.

연구원들의 설명에 따르면 따오기는 주로 산간이나 논, 계곡 등에 위치한 높은 나무 위에 마른가지로 둥지를 틀고, 짝짓기 때는 암수 한 쌍이 함께, 그 밖의 시기에는 작은 무리를 지어 논이나 갯가, 늪지 등에서 생활한다고 했다.

먹이의 경우 주로 민물게·개구리·우렁이 등과 작은 물고기·수생곤충 등을 먹는데, 따오기는 ‘저어새’에 속하는 새답게 논과 늪 등 얕은 물이 있는 습지에서 부리로 진흙이나 수초를 휘저어 물고기와 벌레를 사냥하는 방식으로 먹이를 얻는다고 한다.

안타깝게도 점점 굵어지는 빗줄기 때문에 야생속의 따오기를 만날 수가 없어 이들이 살아가는 실제 모습을 관찰할 방법은 없었다. 우포늪 야생 습지를 찾아갔지만 따오기의 먼 친척인 왜가리를 관찰하는게 다였다. 

운이 나쁘게도 20일 날씨는 빗줄기가 점점 굵어져 야생에 방사된 따오기를 관찰할 수 없었다.  우포늪 야생 습지를 찾아갔지만 따오기의 먼 친척인 왜가리(사진)를 관찰하는 것으로 만족해야 했다./ 사진=박설민 기자

◇ ‘흔했던 새’ 따오기가 멸종위기에 처한 이유

따오기와의 만남을 마치고 우포늪 생태관으로 이동해 따오기가 심각한 멸종위기에 처한 이유에 대해 따오기복원센터 김성진 박사의 설명을 들을 수 있었다.

사실 김성진 박사의 설명에 따르면 과거 우리나라의 논과 늪 등 습지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는 새였다고 한다. 실제로 ‘A list of birds collected in Corea(한국에서 기록한 새의 종류, 1892)’의 저자 Campbell, C.W은 “한국에서 따오기는 겨울과 봄에 흔하게 볼 수 있는 새로 쉽게 총으로 사냥할 수 있는 종”이라고 묘사하기도 했다. 

따오기 멸종원인과 복원방법에 대해 설명하는 김성진 따오기복원센터 박사./ 사진=박설민 기자

하지만 김성진 박사는 동아시아 지역의 근현대 시대에 급증한 인간들의 개발 활동은 따오기의 서식지의 파괴를 불렀고, 이로 인해 따오기가 멸종위기에 처하게 됐다고 말했다. 동아시아 지역의 인구 증가, 도시화로 촉발된 수은, 카드뮴, 납 등의 중금속 오염물질 급증, 농약과 제초제, 쓰레기 등으로 인한 환경오염이 부리로 진흙이나 수초를 휘저어 물고기와 벌레를 사냥하는 따오기의 생존에 치명타를 입혔다는 것.

특히 우리나라의 경우 한국 전쟁이 끝난 직후, 파괴된 국토 복원 사업으로 늪지대와 논밭의 규모도 크게 감소했다. 우리나라 국민의 입장에선 어쩔 수 없는 일이었지만 따오기의 입장에서는 어느 날 집이 폭격으로 파괴됐고, 그 위에 갑자기 공장과 건물이 들어서버린 셈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한국 전쟁이 끝난 직후, 파괴된 국토 복원 사업으로 따오기의 서식지인 늪지대와 논의 규모도 크게 감소했다./ 사진=국가기록원

또한 김성진 박사는 ‘남획’도 따오기의 멸종을 가속화한 가장 큰 원인 중 하나로 꼽았다. 한국전쟁 직후 식량이 부족했던 주민들이 타 사냥감보다 잡기 쉽고 많은 고기를 얻을 수 있는 따오기를 대량으로 포획했다는 것.

우포늪 따오기복원센터 김성진 따오기서식팀 박사는 “과거에는 사냥을 할 때 활로 사냥을 했는데, 산업화 이후 총이라는 신식 무기가 등장하면서 방아쇠 한 번에 따오기를 잡게 됐다”며 “이로 인해 따오기의 남획 속도도 가속화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결국 따오기는 현재 중국 양현지역과 일본 사도섬에 각각 2,000여 마리, 300여 마리의 야생개체가 서식하고 있는 수준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나라의 경우 따오기는 천연기념물 제198호로 지정된 상태이지만 1979년 목격을 마지막으로 1980년 이후부터 야생 따오기를 관측한 기록이 없어 사실상 우리나라 내에선 멸종됐다고 볼 수 있다.

국제 자연 보전 연맹(IUCN)에 따르면 따오기는 현재 레드리스트(Red list: 지구상의 식물, 동물 종의 보전 상태의 목록)에서 ‘‘EN(Endangered)’ 등급을 부여된 상태다. EN등급은 ‘절멸 위기’를 뜻하는데 야생에서 가까운 미래에 멸종당할 가능성이 매우 높은 종에게 부여되는 등급이다. ‘VU(ulnerable: 취약종)’ 등급을 받은 북극곰과 자이언트 판다보다 현재 따오기가 처한 위기가 훨씬 위급한 상황이라 볼 수 있다.

국제 자연 보전 연맹(IUCN)에 따르면 따오기는 현재 레드리스트(Red list: 지구상의 식물, 동물 종의 보전 상태의 목록)에서 ‘EN(Endangered)’ 등급이 부여된 상태다. EN등급은 ‘절멸 위기’를 뜻하는데 야생에서 가까운 미래에 멸종당할 가능성이 매우 높은 종에게 부여되는 등급이다./ 사진=IUCN 홈페이지 캡처

◇ 생존률 70%의 성공적인 따오기 복원… 42년만에 야생에서 부화도 성공

그렇다면 세계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따오기 복원에 창녕군 따오기복원센터 연구원들이 성공할 수 있었던 방법은 무엇일까.

김성진 박사의 설명에 따르면 지난 2008년 10월 17일 중국으로부터 기증받은 따오기 한 쌍을 교배해 알을 낳도록 한 것이 따오기 복원의 첫걸음이다. 이후 따오기들을 근친 교배를 시키며 그 숫자를 늘려 2014년 기준 국내의 따오기는 57마리까지 늘어났다.

김성진 박사는 복원 과정이 험난했다고 회고했다. 처음 기증받은 한 쌍의 따오기가 주로 암컷 새끼를 많이 낳는 경향이 있었기 때문이다. 수컷의 숫자가 적고 암컷이 많아 번식쌍을 추가적으로 만드는데 어려움이 생겼다. 여기에 근친교배를 통한 복원 사업이었기에 유전자 다양성 부족으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문제도 있었다.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따오기복원센터에서는 2013년도에 수컷 따오기 2마리를 중국으로부터 추가로 기증 받았다고 한다. 수컷 부족 문제와 유전자 다양성 문제가 동시에 해결되면서 복원 사업은 탄력을 받게 됐고, 2014년부터 개체수가 급속히 증가해  현재 방사가 가능한 상황까지 올 수 있게 됐다.

지난 5월 6일 제 3차 따오기 방사에서 따오기들이 사육장을 벗어나 우포늪 야생으로 날아가는 모습./ 사진=따오기 복원센터

이런 연구원들의 노력과 창녕군의 지원으로 지난 2019년 5월 22일, 약 12년7개월이라는 긴 여정 끝에 따오기복원센터는 총 40마리의 따오기를 방사하는데 성공했다. 비록 방사 1년 후 11마리 폐사, 5마리 행방불명되긴 했지만 중국과 일본에서도 진행 중인 따오기 복원 방사에서 1년 생존률이 50%에 불과한 것을 감안하면 매우 우수한 성적이라고 볼 수 있겠다.

창녕군과 따오기복원센터는 이에 그치지 않고 지난해 5월 28일과 올해 5월 6일 각각 40마리의 따오기를 자연 방사하는데 성공했다. 이로써 3차례의 방사로 총 120마리의 따오기가 자연으로 돌아갔으며, 현재 야생에 생존해 있는 따오기는 90마리 정도로 추정된다.

여기에 더욱 놀라운 것은 2019년 방사한 40마리의 따오기 중 2016년생 동갑내기 부부가 낳은 알 2개가 지난 26일과 28일 잇따라 부화에 성공했다는 사실이다. 지난 1980년대 우리나라 숲 속에서 완전히 자취를 감췄던 따오기가 야생에서 부화를 성공한 것은 42년만이니 역사적인 순간이 아닐 수 없다.

2019년 방사한 40마리의 따오기 중 2016년생 동갑내기 부부가 낳은 알 2개가 지난 26일과 28일 잇따라 부화에 성공했다./ 사진=경남도청

◇ “따오기가 멸종위기 벗어나려면 10만 마리는 돼야”… 공존 위한 노력 필요

다만 멸종위기에 처한 따오기를 복원엔 성공한 것은 사실이지만 이들을 예전처럼 쉽게 볼 수 있는 새가 되기 위해선 아직 갈 길이 멀다는 것이 따오기복원센터 연구원들의 설명이다. 

김성진 박사는 “특정 지역 안에 개체수가 몇 마리정도 돼야 흔히 볼 수 있는 새가 되는가는 여러 가지 부분을 고려해야 한다”며 “야생에 복원하고 있더라도 서식 면적이 좁은 경우 대단히 많은 수의 따오기가 있어야 어느 정도 멸종 위기에서 벗어났다고 말할 수 있는데, 우리나라 전역을 기준으로 한다면 약 10만마리의 따오기가 야생에서 살아가야 멸종위기에서 벗어났다고 말할 수 있다”고 말했다.

따오기 복원에 성공한 것은 사실이지만 이제 걸음마 단계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앞으로 따오기들이 자연속에서 생존하기 위해선 서식지 파괴 등의 문제에서 인간과의 공존이 필수적일 것으로 보인다./ 사진=창녕군

아울러 따오기가 방사돼 자연에 안착한다 해도 서식지 파괴로 인한 위기는 현재진행형인 상황이다. 창녕군에서 자연재해 위험 개선지구 정비 사업으로 제방 및 배수펌프시설 공사를 진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우포늪과 함께 창녕군의 대표적인 습지인 대봉늪은 현재 방사됐던 따오기들이 둥지를 튼 것으로 추측된다.

하지만 장마철 반복되는 침수 피해를 막기 위한 사업이기에 주민들을 위해선 공사를 중단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때문에 생태계 전문가들은 따오기와의 공존 방법을 모색해야 할 것으로 보고 있다.

김성진 박사는 “창녕군에서 성공한 120마리의 방사는 결코 적은 수치는 아니지만 따오기의 멸종위기 복원을 위해선 이제 걸음마 단계라고 볼 수 있다”라며 “창녕군 관내에 서식지 조성사업을 계속해서 확대해 나가고, 모니터링 자원봉사자 모집과 따오기 생태교육사업을 지속적으로 추진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동요 ‘따오기’가 세상에 나온 지 약 96년의 시간이 흐른 지금, 우리나라는 일제의 지배로부터 독립을 했고, 세계 선진국 반열에 오르는 등 눈부신 발전을 이뤘다. 그러나 동요 속 주인공 따오기는 우리의 발전의 희생양이 돼 그때보다 훨씬 힘든 삶을 살아가고 있다. 이제 멸종위기에 서있는 따오기를 우리가 위로하고 보살펴줄 때가 아닐까 생각된다. 과거 따오기가 서글픈 노랫말로 우리 조상들을 위로했던 것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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