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썰’(감독 황승재)이 관객을 사로잡을 수 있을까. /스마일이엔티
영화 ‘썰’(감독 황승재)이 관객을 사로잡을 수 있을까. /스마일이엔티

시사위크=이영실 기자  한숨만 나온다. ‘B급 코미디’라는 포장을 무기 삼아 자극적이고 선정적인 상황과 대사들로 러닝 타임을 가득 채운다. 여성 캐릭터를 다루는 연출자의 방식은 분노가 치밀 정도다. 배우들의 연기력이 아까운 영화 ‘썰’(감독 황승재)이다.

“내 얘기 들어볼래?” 일주일에 200만원, ‘꿀 알바’로 VVIP 돌봄 서비스를 시작하게 된 공시생 정석(강찬희 분)은 인적 드문 산골에 위치한 저택을 찾는다. 그곳에서 만난 선임 아르바이트생 ‘이빨’(김강현 분)은 만나자마자 쉴 새 없이 ‘썰’(舌)을 늘어놓는다. 뒤늦게 합류한 세나(김소라 분)까지, 믿기 힘든 ‘썰’의 스케일은 걷잡을 수 없이 커져만 간다.

‘썰’은 무엇이 진실이고 거짓인지 알 수 없는 상황에 놓인 인물들의 ‘썰’전을 그린 작품이다. 실제 뉴스에서 봤음직한 이야기에 ‘B급’ 감성과 블랙코미디를 녹여내 신선한 코믹 잔혹극을 완성하고자 했다. 하지만 결과는 실패다. 재미도 의미도 그 어떤 것도 찾을 수 없고, 잘못된 성인지 감수성으로 불쾌함마저 느끼게 한다.

가장 큰 문제는 여성캐릭터를 다루는 방식이다. /스마일이엔티
가장 큰 문제는 여성캐릭터를 다루는 방식이다. /스마일이엔티

가장 큰 문제는 여성 캐릭터를 다루는 방식이다. 유일한 여성인 캐릭터 세나는 ‘전설의 10초녀’라는 수식어가 붙는다. 그가 왜 그런 별명을 갖게 됐는지 정석에게 ‘썰’을 풀어놓는 ‘이빨’과 ‘썰’이 진짜인지 확인하고 싶어 하는 정석의 모습은 2021년 스크린에서 개봉하는 영화가 맞나 싶을 정도로 시대착오적인 성인지 감수성을 보여준다. 여성의 특정 신체 부위를 두고 ‘쫄깃한 XXX’라고 표현할 땐 기자의 본분을 내려놓고 극장 밖으로 뛰쳐나가고 싶은 심정이다.

VVIP 돌봄 서비스, 장검을 들고 등장하는 관리인, 허술하면서도 프로페셔널한 전문가, 죽었지만 살아있는 회장 등 ‘B급’ 코드를 활용해 웃음을 전하고자 했지만, 이 역시 실패다. 도무지 웃을 수 없는 개그 코드로 러닝타임 내내 한숨만 유발한다. 흥미가 떨어지니 실제 사건을 연상시키는 블랙코미디적 요소도 별다른 감흥을 주지 못한다.

배우들의 연기력이 아까운 ‘썰’. (위 왼쪽부터) 찬희와 김강현, 김소라 그리고 조재윤(아래) 스틸컷. /스마일이엔티
배우들의 연기력이 아까운 ‘썰’. (위 왼쪽부터) 찬희와 김강현, 김소라 그리고 조재윤(아래) 스틸컷. /스마일이엔티

배우들의 연기력이 아깝다. 특히 아이돌 그룹 SF9 멤버이자 아역배우로 탄탄한 실력을 갖춘 찬희가 도대체 왜 이 작품을 택했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 어쩌다 황당무계한 사건에 휘말리게 되는 정석 역을 맡아 재능을 낭비한다. ‘이빨’을 연기한 김강현도 호연을 펼치고, 세나로 분한 김소라는 아쉬운 캐릭터 설정에도 불구하고 흠잡을 데 없는 열연을 보여준다. 조재윤과 장광, 정진영도 자신의 몫을 해낸다.

연출자 황승재 감독은 “뉴스가 오락이 되고 있는 사회”라며 “어떤 사건 사고에 대해서 진실인지 거짓인지에 대해 알려고 하기보다는 그것이 재밌는지에 대해 집중하는 것 같다. 그런 생각을 같이 나누고 싶었다”고 연출 의도를 밝혔다.

그러면서 “다소 무겁게 볼 수 있는데 그냥 가볍게 봐도 되는 이야기”라며 “돌아갈 때 하나 정도는 재밌는 구석을 찾아갈 수 있는 의미 있는 영화가 됐으면 한다”는 바람을 덧붙였다. 감독의 바람이 이뤄질지 모르겠다. 러닝타임 84분, 6월 3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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