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서인국이 브라운관과 스크린을 넘나들며 대중을 사로잡고 있다. /메가박스중앙플러스엠, 리틀빅픽처스
배우 서인국이 브라운관과 스크린을 넘나들며 대중을 사로잡고 있다. /메가박스중앙플러스엠, 리틀빅픽처스

시사위크=이영실 기자  배우 서인국이 브라운관과 스크린을 넘나들며 대중을 사로잡고 있다. 드라마와 영화, 전혀 다른 얼굴이다. ‘로맨스 장인’ 면모로 마음을 흔들더니, 화끈한 액션까지 완벽 소화하며 다채로운 얼굴을 보여주고 있다. 멸망이었다가, 핀돌이었다가. 또 성장한 서인국이다.   

서인국은 현재 방영 중인 tvN 월화드라마 ‘어느 날 우리 집 현관으로 멸망이 들어왔다’에 이어, 영화 ‘파이프라인’(감독 유하)으로 8년 만에 스크린에 돌아와 관객과 만나고 있다. 특히 두 작품을 통해 서인국은 연기 스펙트럼을 한층 확장시켜 이목을 끈다. 

먼저 ‘어느 날 우리집 현관으로 멸망이 들어왔다’로 3년 만에 브라운관에 복귀한 그는 사라지는 모든 것들의 이유가 되는 존재 멸망 역을 맡아 인간과 신, 차가움과 따뜻함을 오가는 캐릭터를 안정적으로 소화해 호평을 얻고 있다.

인간이 아닌 존재의 몽환적인 분위기를 완벽 소화하는 것은 물론, 안정적인 연기력으로 판타지적인 캐릭터의 서사를 탄탄하게 구축해냈다는 평이다. 여기에 상대 배우 박보영과의 설레는 로맨스 ‘케미’까지 더해져 안방극장을 완전히 사로잡았다.

영화 ‘파이프라인’ 속 활약도 돋보인다. 지난달 26일 개봉한 ‘파이프라인’은 대한민국 땅 아래 숨겨진 수천억의 기름을 훔쳐 인생 역전을 꿈꾸는 여섯 명의 도유꾼의 팀플레이를 그린 케이퍼무비. 영화 ‘말죽거리 잔혹사’ ‘비열한 거리’ ‘강남 1970’ 등으로 연출력을 인정받은 유하 감독이 6년 만에 선보이는 작품이다.

극 중 서인국은 도유 업계 최고의 천공 기술자 핀돌이 역을 맡아 멸망과는 또 다른 얼굴을 보여줬다. 거침없고 자신감 넘치는 모습부터 거친 액션까지 안정적으로 소화하며 새로운 이미지 변신을 선보였다. 다소 진부한 설정 탓에 작품을 향한 평가는 엇갈리고 있지만, 서인국의 호연에는 이견이 없다.

영화 ‘파이프라인’(감독 유하)으로 8년 만에 스크린에 돌아온 서인국. /메가박스중앙플러스엠, 리틀빅픽처스
영화 ‘파이프라인’(감독 유하)으로 8년 만에 스크린에 돌아온 서인국. /메가박스중앙플러스엠, 리틀빅픽처스

서인국은 최근 진행된 영화 ‘파이프라인’ 개봉 기념 온라인 인터뷰에서 <시사위크>와 만나 다양한 이야기를 나눴다. 배우 활동에 앞서 2009년 오디션프로그램 ‘슈퍼스타K’를 통해 가수로 데뷔한 그는 연기뿐 아니라, 음악에 대한 열정을 드러내 눈길을 끌기도 했다.

-기존 케이퍼무비와는 다른 ‘파이프라인’만의 매력을 꼽자면.
“땅굴 안에서 기름을 훔친다는 게 신선했다. 또 인물들이 기름 도둑 전문가가 아니라는 점도 재밌었다. 핀돌이는 다 세팅이 된 상황에서 천공만 하고 빠지는 역할을 해왔는데 건우와 계약하면서 모든 걸 총괄하는 상황에 놓인다. 핀돌을 중심으로 나과장부터 접새, 큰삽, 카운터까지 팀이 꾸려지는데, 그 인물들의 어설픈 조합이 재밌었다. 그들이 위험에 처했을 때 어떻게 극복해나가는 가에 대한 부분은 유쾌하면서도 블랙코미디적인 요소가 있었던 것 같다. 잔잔한 웃음이 나오는 게 장점이라고 생각한다.”

-핀돌이란 캐릭터는 어떻게 다가왔나.
“굉장한 매력을 느꼈다. 범죄지만 대한민국에서 유일무이하게 천공을 할 수 있는데 그 기술을 단순한 비즈니스라고 생각하는 ‘쿨함’도 있었고, 자신감도 좋았다. 또 땅속에서 일을 하지만 그렇지 않은 듯한 모습도 매력적이었고, 어떤 상황이 와도 빠른 두뇌회전으로 위기를 극복하는 민첩함도 좋았다. 핀돌이의 민첩함을 어떻게 표현할지 고민을 많이 했다. 뭔가를 고민하는 순간을 짧게 가져가려 했고, 행동력으로 보여주고자 했다. 바로바로 움직이고 즉각적으로 표현할 수 있는 부분에 집중했는데, 잘 나온 것 같다.”

‘파이프라인’에서 핀돌이를 연기한 서인국(가운데) 스틸컷. /메가박스중앙플러스엠, 리틀빅픽처스
‘파이프라인’에서 핀돌이를 연기한 서인국(가운데) 스틸컷. /메가박스중앙플러스엠, 리틀빅픽처스

-핀돌이의 외적인 부분을 표현하기 위해서는 어떤 고민을 했나.
“땅속에서 일하는 다른 캐릭터들은 작업복이 있는데, 핀돌이는 고급 정장이나 고가의 옷을 입고 작업을 한다. 패션이나 겉으로 보이는 모습을 통해 땅굴과 이질감이 느껴지게 표현하고자 했다. 외적으로는 호리호리하지 않고 적당한 체격이 있는 인물로 표현하고자 했다. 민첩성을 잃지 않는, 빠른 몸놀림을 할 수 있는 체격을 만들기 위해 신경을 썼다. 노출에 대한 부분은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 땅굴에서 뒹굴고 지저분한 비주얼만 신경 썼지, 몸을 더 좋아보이게 하려고 하진 않았다.”

-현장 분위기는 어땠나.
“촬영 들어가기 전부터 배우들끼리 따로 모여서 회의를 했다. 아이디어나 의견도 많이 나누고, 나온 내용들을 정리해서 감독님에게 보여드리기도 했다. 무조건 다 오케이는 아니었지만, 그런 모습들을 예뻐해 주셨다. 그렇게 작업하다 보니 현장에서도 친한 분위기에서 좋게 촬영할 수 있었다. 스태프들과도 가족 같은 분위기였다. 특히 유승목(나과장 역) 선배님에게 감사드리고 싶다. 기존 작품에서 본 모습으로 인해 강렬한 이미지가 있었다. 무서울 수 있겠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촬영할 때는 나과장님과 성격이 비슷하시더라. 더 유쾌하셨다. 배려도 많이 해주시고 농담도 해주셔서 분위기가 더 좋았다.”

-유하 감독과의 작업은 어땠나.
“워낙 거장이시다 보니 지레 겁을 먹었다. 그런데 실제로 뵙고 얘기를 해보니 소년미가 있다고 해야 할까. 유쾌하고 아기자기하고 유머러스하시더라. 현장에서도 배려를 많이 해주셨다. 배우들이 조금이라도 불편함이 없게 많이 들여다봐 주셨다. 디렉팅도 부드러우면서도 내면 깊은 곳까지 끄집어낼 수 있게 해주셨다. 집요하게 같이 작업했다. 촬영 내내 정말 감사했고, 지금도 감사한 마음이다.”

서인국이 가수 활동 의지를 드러냈다. /메가박스중앙플러스엠, 리틀빅픽처스
서인국이 가수 활동 의지를 드러냈다. /메가박스중앙플러스엠, 리틀빅픽처스

-오디션 프로그램 성공 케이스로 꼽힌다. 그럼에도 연예계 생활을 하면서 여러 좌절과 고민도 느꼈을 것 같다. 만약 과거로 돌아간다면 다시 오디션에 응시할 것 같나.
“다시 응시할 것 같다. 과거에도 ‘다시 태어난다면 오디션에 나갈 거냐’는 질문을 받았었는데, 그때는 안 나갈 것 같다고 했다. 그 이유는 당시 나 자신을 돌이켜봤을 때 스스로 만족이 안 됐다. 그래서 스스로를 더 다듬는 시간을 가질 것 같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지금은 오디션 프로그램이 작품을 할 수 있고 관심과 사랑을 받을 수 있었던 초석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로 인해 많은 분들이 나를 알아봐주고, 지금의 내가 있는 게 아닌가 생각이 들어서 다시 나갈 것 같다. 오디션 프로그램이 아니었다면 지금의 나는 꿈도 꿀 수 없었을 거다. 지금 나의 삶에 대한 만족감과 행복감이 크다.”

-지금 마음가짐이 궁금하다. 데뷔 초와 지금, 달라진 점이 있나. 새로운 다짐이나 목표가 생겼을 것도 같은데.
“그때는 겁이 없었던 것 같다. 어떤 캐릭터를 맡든, 어떤 신을 찍든 겁 없이 들이대면서 했다. 그런데 지금은 겁이 너무 많아졌다. 물론 그때보다 고민도 많아지고 많은 것들이 생겨서 그런 것도 있지만, 지금은 그때보다 고통스럽기도 하고, 그때보다 즐거우면서도 즐겁지 않기도 하다. 그래서 데뷔 초를 더 많이 생각하고, 당시 나의 마음가짐을 다시 꺼내려고 한다. 일부러라도 초심에 대해 많이 생각하려고 한다.”

-가수 활동 계획은 없나. 가수 서인국을 기다리는 팬도 많을 것 같은데.
“공식적인 음악 활동은 하지 않았지만, 개인적인 활동은 많이 하고 있다. 음악 작업실도 만들었고, 곡 작업도 하고 있다. 드라마 OST 작업도 했다. 하지만 가수로 데뷔한지 12~13년이라는 시간이 흘렀는데, 아직 정규앨범이 없다. 아쉬운 부분이다. 기회가 된다면 정규앨범을 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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