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탕준상이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무브 투 헤븐: 나는 유품정리사입니다’로 전 세계 시청자와 만나고 있다. /넷플릭스
배우 탕준상이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무브 투 헤븐: 나는 유품정리사입니다’로 전 세계 시청자와 만나고 있다. /넷플릭스

시사위크=이영실 기자  올해 10대 마지막을 보내고 있는 배우 탕준상은 연기 경력 11년 차 실력파 배우다. 8세에 뮤지컬 ‘빌리 엘리어트’로 데뷔한 뒤 공연과 영화, 드라마를 넘나들며 꾸준한 작품 활동을 이어왔다. 특히 동자승부터 북한군까지 다양한 캐릭터를 소화하며 스펙트럼을 넓혀오고 있다.

이번에도 새롭다. 사람과의 관계에는 서툴지만 고인들의 마지막 흔적을 대하는 일에는 누구보다 진심을 다하는 유품정리사 그루 역을 맡아 다시 한 번 자신의 진가를 입증했다. 그의 첫 주연작인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무브 투 헤븐: 나는 유품정리사입니다’(이하 ‘무브 투 헤븐’)를 통해서다.

지난달 14일 공개된 ‘무브 투 헤븐’은 아스퍼거 증후군이 있는 유품 정리사 그루(탕준상 분)와 그의 후견인 상구(이제훈 분)가 세상을 떠난 이들의 마지막 이사를 도우며 그들이 미처 전하지 못했던 이야기를 남은 이들에게 대신 전달하는 과정을 담은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탕준상은 세상을 바라보는 특별한 시각을 가진 캐릭터로 완전히 분해 순수하고 사랑스러운 그루를 완성, 호평을 얻고 있다. 아스퍼거 증후군을 앓고 있어 자신만의 방식으로 세상과 소통하는 그루를 절제된 감정 연기 속 진정성이 녹아있는 연기로 깊은 울림을 남겼다. 첫 주연작에서 묵직한 존재감을 보여주며 앞날을 더욱 기대하게 만들었다.

‘무브 투 헤븐: 나는 유품정리사입니다’로 첫 주연을 소화한 탕준상. /넷플릭스
‘무브 투 헤븐: 나는 유품정리사입니다’로 첫 주연을 소화한 탕준상. /넷플릭스

현재 방영 중인 SBS ‘라켓소년단’으로 지상파 주연 자리까지 꿰차며 ‘열일’ 행보를 이어가고 있는 탕준상은 최근 화상 인터뷰를 통해 <시사위크>와 만나 다양한 이야기를 나눴다. 특히 ‘무브 투 헤븐’을 통해 연기뿐 아니라, 현장에서의 자세 등 외적으로도 성장할 수 있었다고 밝혀 눈길을 끌었다. 

-청소년 관람 불가 등급이라 아직 완성된 작품을 보지 못했다고. 주변 반응은 어땠나.
“친구들과 2022년 1월 1일에 정주행하기로 약속했다.(웃음) 우선 부모님이 (완성된 시리즈를 보고) 굉장히 좋아하셨다. 또 ‘라켓소년단’ 촬영 현장에 가면 스태프들이 잘 봤다고 이야기해주셔서 감사했다. 어떤 분들은 현장에서 이어폰 꽂고 ‘무브 투 헤븐’을 보고 계시더라. 되게 감사했다. 생각보다 많은 분들이 좋게 봐주고 계시는구나 실감했다.”

-처음으로 중심에 서서 극을 이끌어가야 했는데, 부담감도 컸겠다.
“‘내 것만 잘하면 되겠지’라고 생각했는데, 이제훈 형을 보면서 그게 다가 아니라는 걸 알았다. 현장에 가장 많이 가는 사람이기 때문에 주연배우들로 인해 현장 분위기가 조성되기도 하고, 에피소드 마다 새롭게 등장하는 분들과도 어색하지 않게 분위기도 풀고 얘기도 나눠야 하더라. 내 연기만 잘한다고 되는 게 아니라 사람들과의 관계도 중요하다는 걸 느끼게 된 현장이었다.”

‘무브 투 헤븐: 나는 유품정리사입니다’에서 그루를 연기한 탕준상 스틸컷. /넷플릭스
‘무브 투 헤븐: 나는 유품정리사입니다’에서 그루를 연기한 탕준상 스틸컷. /넷플릭스

-그루 캐릭터도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지금의 그루를 완성하기까지 쉽지 않은 과정을 겪었을 것 같은데, 아스퍼거 증후군 설정에 대해서는 어떤 고민을 했나.
“어떻게 마음을 비울지 고민했다. 감정을 덜 표현함과 동시에 진실 되게 전달할 수 있을까 고민을 많이 했다. 그동안 그루와 비슷한 증상을 가진 캐릭터들이 많은 작품을 통해 비춰졌는데, 그중에서도 나는 해외 작품을 참고했다. 국내 작품을 보면 익숙해지고 따라하게 되거나, 나만의 방식을 찾지 못할 것 같았다. 실제 현장에서도 그루처럼 헤드셋을 낀 채 음악을 들으며 고민하고 찾아나갔던 것 같다. 그루는 감정적으로 건조하지만 누구보다 소통과 공감을 잘 하는 친구다. 그렇기 때문에 그루의 행동이 잘 이해되도록 비춰지길 바랐다. 미워 보이지 않게 예쁘고 순수하고 귀여워보였으면 하는 마음으로 표현하고자 했다.”

-그루의 방식으로 감정을 표현해내는 게 쉽지 않았을 것 같다. 어떻게 접근했나.
“고인의 사연이나 상황 때문에 슬프고 다운되지 않게 생각을 아예 싹 다 버리고 유품 정리에만 집중하고자 했다. 헤드셋을 끼고 클래식 음악을 들으면서 경건한 마음으로 무덤덤하게 유품을 정리하려고 했다. 생각을 버리는 게 중요했다. 유족들에게 유품을 전달하러 갈 때도 그 사람의 입장을 생각하기보다 나의 미션, 임무라고 생각하면서 그루답게 표현하고자 노력했다.”

-대사량도 어마어마했다. 특히 물고기 이름이라든가 평소 사용하지 않는 단어들도 많았는데, 어렵진 않았나. 제작보고회에서 김성호 감독이 원테이크 장면에서 NG 없이 긴 대사를 소화했다고 칭찬을 하기도 했는데.
“평소 사용하지 않은 단어를 보면서, 당연히 어렵겠다고 생각했다. (대본에 나온 물고기 이름을) 하나씩 검색을 해봤다. 그루가 인터넷에 나오는 물고기에 대한 정보를 그대로 외운 것이기 때문에 큰일났다 생각했다. 그런데 꼭 외워야 한다고 생각해서 그런지 이상하게도 외워지더라.(웃음) 그냥 계속 반복했던 것 같다. 읽고 또 읽고 다음날에도 계속 읽었다. NG 없이 갔던 장면도 하루 만에 외우는 건 힘들고 이틀 삼일 계속 반복해서 외웠던 것 같다. 반복이 제일 중요하더라.”

앞날이 더욱 기대되는 탕준상. /넷플릭스
앞날이 더욱 기대되는 탕준상. /넷플릭스

-그루와 상구의 ‘케미’가 돋보였다. 상구 역의 이제훈과의 호흡은 어땠나.
“형(이제훈)하고는 촬영하기 전부터 친해지고 편하게 되기 위해 밥도 먹고 콘서트도 가고 시간을 많이 보냈다. 내가 첫 주연작이기도 하고 어려운 역할을 맡아서 영광이면서도 부담이 됐는데, 그런 부분에 대해 형에게 많은 조언을 얻었다. 형도 처음 주연을 맡았을 때 부담이 있었는지, 요즘도 긴장을 하는지 내가 느낀 감정들을 형에게 물어봤다. 형이 내 입장을 잘 이해해주면서 조언을 해줘서 부담감을 덜 수 있었고, 기대서 갈 수 있었다. 그래서 정말 감사하다. 연기적으로도 큰 도움을 받았다. 뭔가를 가르쳐주지 않아도 옆에서 하는 것만 봐도 큰 가르침이었다. 연기적으로 물어보면 이런저런 의견을 주셨다. 고민을 나누면서 함께 만들어나갈 수 있었다.”

-올해가 10대 마지막이다. 20대에 배우로서 얻고 싶은 타이틀이 있다면.
“지금 이렇게 작품이 나오고 촬영도 하고 있지만, 아직 나를 모르는 분들이 더 많다. 또 배우라는 직업이 확실하게 고정된 일이 아니기 때문에 미래에 대한 불안도 있다. 죽을 때까지 배우만 하고 싶은데 미래가 불확실하다. 그런 고민을 했었는데, 현재에 충실하고 지금 해야 할 일에 최선을 다하자는 결론을 내렸다. 미래는 어떻게든 되니까 지금 열심히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믿고 보는 배우’라는 말이 최고의 칭찬인 것 같다. 20대뿐 아니라, 항상 믿고 보는 배우라는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으면 좋겠고, 그렇게 되기 위해 열심히 할 거다.” 

저작권자 © 시사위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