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지난 11일 서울 마포구 '연세대 김대중 도서관'을 방문해 김성재 김대중평화센터 상임이사로부터 설명을 들으며 전시물을 둘러보고 있다./뉴시스(사진=윤석열 전 총장 측 제공)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지난 11일 서울 마포구 '연세대 김대중 도서관'을 방문해 김성재 김대중아카데미 원장으로부터 설명을 들으며 전시물을 둘러보고 있다./뉴시스(사진=윤석열 전 총장 측 제공)

시사위크=김희원 기자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이르면 이달 말 대선 출마를 선언하겠다고 예고하면서 그의 대권 구상도 조금씩 윤곽을 드러내고 있다.

윤 전 총장은 6·15 남북공동선언 21주년을 맞은 지난 15일, 마포구 동교동에 있는 연세대 김대중도서관을 지난 11일 방문했다고 뒤늦게 공개했다. 윤 전 총장은 도서관 방명록에 “정보화 기반과 인권의 가치로 대한민국의 새 지평선을 여신 김대중(DJ) 대통령님의 성찰과 가르침을 깊이 새기겠습니다”라고 썼다.

윤 전 총장은 약 4시간 동안 이곳에 머무르면서 김성재 김대중아카데미 원장으로부터 김 전 대통령의 정책 운영과 삶에 관한 설명을 들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김 원장의 안내로 김 전 대통령 관련 자료도 살펴봤다.

김 원장은 한 언론을 통해 윤 전 총장이 “김 전 대통령에 대해 새롭게 존경하게 됐고 업적이 놀랍다”면서 “수난 속에서도 용서와 화해, 과거를 넘어 미래로 가는 정신을 높이 새기게 됐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또 김 원장은 윤 전 총장이 김대중 정부 시절 구축한 정보화 산업 기반에 대해서도 “참으로 탁월한 혜안이었다”며 “4차 산업혁명 시대에 국민이 화합하고 힘을 합해서 다시 새로운 미래로 나아가야 한다는 취지로 말했다"고 설명했다.

윤 전 총장은 그동안 ‘반문재인’ 정서가 극에 달한 보수진영에서 정권교체를 이뤄 줄 구원투수로서 기대를 한몸에 받아왔다. 대선주자 기근을 겪던 국민의힘은 ‘대망론’을 거론하며 그를 대선주자로 치켜세웠다.

윤 전 총장도 총장직 사퇴 당시 “자유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 힘을 다하겠다”고 강조하는 등 강한 보수 색채를 드러냈다. 또 윤 전 총장은 그동안 월남전과 대간첩작전 전사자 유족, 천안함 생존자를 만나는 등 보수층을 겨냥한 행보를 보여왔다.

◇ ‘보수·중도·진보’ 아우르는 ‘통합의 리더’ 부각 의도

그러던 그가 김대중 전 대통령 칭송에 나선 것은 보수와 중도는 물론이고 진보층까지 끌어안아 표의 확장성을 키워보겠다는 의도가 담긴 것으로 보인다. 특히 더불어민주당의 텃밭인 호남도 우군으로 끌어들이겠다는 계산을 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최근 호남 민심이 요동치고 있는 것도 염두에 둔 행보로 해석된다. 최근 일부 여론조사에서 윤 전 총장이 여권의 대선후보들을 누르고 호남에서 1위를 기록했다는 결과가 나온 바 있고, ‘이준석 돌풍’이 불면서 호남에서 국민의힘 지지율도 상승세를 타고 있다.

윤 전 총장이 본격적으로 대권 레이스에 등판한 이후에는 보수 지지층에만 초점을 맞추지 않고 중도와 진보층을 모두 끌어안는 ‘통합의 리더’ 이미지 구축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윤 전 총장의 죽마고우로 알려진 이철우 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16일 국민의힘 초선의원 공부모임 ‘명불허전 보수다’ 강연에서 윤 전 총장이 김대중도서관을 방문한 행보에 대해서 “통합의 정치를 추구한다는 걸 보여주고 그만큼 넓은 스펙트럼의 민의를 대변하겠다는 걸 보여줬다”면서 “김대중 대통령의 화해정신을 보여주겠다는 뜻”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김대중 대통령의 큰 정치, 통합의 정치를 계승한다는 뜻과 4차산업혁명을 주도한 김대중 대통령의 혜안에 대한 존경의 뜻을 표한 것이 눈여겨볼만한 대목”이라고 강조했다.

윤석열 전 총장 측 이동훈 대변인은 이날 CBS 라디오에서 “윤 전 총장이 생각하는 건 뭐냐 하면 보수, 중도, 진보 그리고 문재인 정부에서 실망한 탈진보 세대까지 그분들 얘기도 쭉 듣고 아우르겠다는 뜻”이라며 “그러니까 국민의힘에 입당을 하든지 원샷 국민경선을 하든지 보수진영에서 중심을 잡고 중도, 진보 진영을 끌고 가야 한다, 이런 생각을 갖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윤 전 총장이 그동안 모든 이념층을 아우를 수 있는 통합의 리더로서의 면모를 보이지 않았다는 점에서 국민의 호응을 얻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라는 지적도 나온다.

박창환 장안대 교수는 <시사위크>와의 통화에서 “윤 전 총장에 대한 호불호는 극명하게 엇갈리고 있다. 윤 전 총장을 통해 지금은 진영 논리가 그대로 반영되고 있다”며 “윤 전 총장은 그동안 자유민주주의와 안보 등의 이슈를 언급해왔다”고 지적했다.

이어 “윤 전 총장이 지금까지 통합의 리더로서 구체적인 행동을 한 것이 없다”며 “국민들도 정치적 수사가 아닌 진정성이 담긴 행보로 받아들일 수 있을지는 미지수”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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