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로가기
이름의 경제학
이미지와 성격을 모두 담아낸 각종 이름들 글로벌 게임 업계, 수출국 사정까지 고심하며 작명
[이름의 경제학③] 이름이 흥행을 결정한다… 캐릭터·배역에 숨겨진 뜻
2021. 06. 29 by 송대성 기자 laco2021@sisaweek.com
귀여운 외모와 이름으로 많은 사랑을 받은 국민 캐릭터 아기공룡 둘리. /뉴시스
귀여운 외모와 이름으로 많은 사랑을 받은 국민 캐릭터 아기공룡 둘리. /뉴시스

시사위크=송대성 기자  토종 캐릭터의 자존심 ‘아기공룡 둘리’. 초록색 몸에 혀를 내밀고 있는 귀여운 모습의 둘리는 1983년 월간 보물섬에 연재되면서 세상에 등장했고 20여 년이 지난 현재도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캐릭터다. 

‘둘리’라는 이름도 귀여운 모습에 걸맞다. 당초 원작 만화에서 둘리의 누나 이름이 ‘하나’라서 둘째라는 뜻으로 ‘두리’로 작명됐지만 너무 흔한 이름이라는 판단에서 ‘둘리’라는 이름이 된 것으로 알려졌다. 그리고 ‘공룡=둘리’라는 이미지가 깊게 각인되면서 훗날 이 선택은 틀리지 않았음이 증명됐다.

이처럼 캐릭터를 만들 때 디자인만큼 중요한 것이 작명이다. 독창성 있는 캐릭터를 개발·발굴하더라도 어울리는 이름이 붙지 않는다면 쉽게 잊히기 마련이다. 그렇기 때문에 새로운 캐릭터 및 배역을 정할 때 여러 부분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이름이 흥행을 결정한다는 말이 과언이 아닐 정도로 캐릭터의 이름이 중요해진 현재. 캐릭터 산업과 드라마, 더 나아가 여러 세계관을 갖춘 게임에서도 작명의 중요성이 높아진 가운데 새로운 이름은 어떻게 탄생하게 된 것일까. 

'뽀통령' 펭귄과 아이들이 달리는 모습에 영감을 받아 뽀로로라는 이름이 탄생했다. /뉴시스
'뽀통령' 펭귄과 아이들이 달리는 모습에 영감을 받아 뽀로로라는 이름이 탄생했다. /뉴시스

◇ 이름은 캐릭터 모습과 성격의 축약판

캐릭터의 이름은 이미지와 성격을 모두 담아낼 수 있어야 한다. 예로 디즈니의 ‘미키 마우스’와 ‘도널드 덕’의 경우 이름에 해당 캐릭터의 모티브가 된 동물명을 넣으면서 익살스러우면서도 쉽게 외울 수 있도록 작명했다. 

‘뽀통령’으로 불리는 뽀로로 역시 여기에 영감을 받았다. 펭귄을 캐릭터화 한 뽀로로는 펭귄의 영어 이니셜인 P에 아이들이 쪼르르 달리는 모습을 보고 이를 합친 뽀로로라는 이름이 탄생하게 된 것이다.

아이들 모습에서 이름이 왔듯이 뽀로로는 밝고 활기찬 성격을 갖고 있다. 또한 호기심과 욕심이 많고 ‘노는 게 제일 좋다’고 외치는 것 역시 어린아이들 모습 그대로다. 

드라마나 영화에서는 배역 이름에 사연을 담아내기도 한다. 

이정재, 김혜수, 김수현, 전지현 등 초호화 캐스팅으로 관심을 받았던 2012년 개봉작 영화 ‘도둑들’은 한번 들으면 잊을 수 없는 이름도 영화를 즐기는 재미 요소 중 하나다. 

이정재가 연기한 ‘뽀빠이’는 강하고 세 보이고 싶은 욕망과 성격이 반영된 이름이다. 전지현의 ‘예니콜’은 범죄가 있는 곳이면 언제든지 ‘예~‘하고 달려간다는 의미가 담겼다. 또한 씹고 있던 껌을 범죄에 이용하는 김해숙분의 ’씹던껌‘은 단물이 이미 빠진 껌처럼 연륜이 있는 도둑이라는 뜻도 녹여냈다. 

라이엇 게임즈는 리그 오브 레전드 각 챔피언의 이름을 만드는 데 적잖은 시간과 노력을 투자한다. /라이엇 게임즈
라이엇 게임즈는 리그 오브 레전드 각 챔피언의 이름을 만드는 데 적잖은 시간과 노력을 투자한다. /라이엇 게임즈

◇ 방대한 세계관… 게임 업계도 작명에 고심 또 고심

게임 업계도 캐릭터의 작명에 많은 시간과 노력을 기울인다. 

세계적으로 인기를 얻고 있는 ‘리그 오브 레전드’의 개발사 라이엇 게임즈는 지난 2017년 게임 캐릭터의 이름 탄생 비화를 공개한 바 있다. 

캐릭터의 비주얼 아트와 스토리가 결정되면 작명에 돌입하는데 시작은 가볍지만 방대한 리서치와 브레인스토밍, 서사 작가와 여러 팀 간의 수만은 제안과 거절로 이어지는 작업 끝에 하나의 이름만 남게 된다고 라이엇 게임즈는 설명했다. 

나름의 법칙도 세웠다. 발음하기 쉬워야 하고, 캐릭터의 분위기를 담아낼 수 있어야 한다. 또 캐릭터 컨셉 특유의 이미지가 연상되는 이름이어야 한다. 

기피하는 알파벳도 존재한다. ‘Q’의 경우 아시아 국가와 유럽의 발음이 다르기 때문에 가급적 사용하지 않는다고 한다. ‘R’과 ‘L' 역시 지역에 따라 발음 방법이 다르기에 유저들에게 끼치는 영향을 고려해 자제한다. 

수많은 논의 끝에 10개 정도의 예비 이름이 정해지면 게임이 수출되는 국가에 해당 이름이 부정적인 뜻이 담긴 단어와 유사하지 않은 지 검토하는 작업까지 거친다. 단순히 부르기 편해선 캐릭터의 이름이 될 수 없다. 

EBS가 만든 펭수는 신드롬을 일으키며 대세 캐릭터로 성장했다. /뉴시스
EBS가 만든 펭수는 신드롬을 일으키며 대세 캐릭터로 성장했다. /뉴시스

◇ 캐릭터가 ‘올해의 인물’… 펭수가 만든 기적

EBS가 만든 캐릭터 펭수는 가장 대표적인 캐릭터 사업의 성공사례로 꼽힌다. 남극 ‘펭’에 빼어날 ‘수’(秀)라는 뜻의 펭수는 2019년 EBS 최초 연습생이라는 타이틀을 달고 등장했다.

태동 당시만 하더라도 교육방송이라는 채널의 한계에 부딪혀 대중적인 인지도가 크게 없었지만 동영상 플랫폼 유튜브를 통해 인기를 얻기 시작하며 급성장했다. 

특히 펭수의 인기는 아이들에만 국한되어 있지 않고 성인들에게도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는 점이 돋보인다. 귀여운 외모와 이름, 그리고 재치 있는 입담 등 삼박자가 잘 갖춰진 캐릭터라는 평가가 따르며 ‘펭수 신드롬’을 일으켰다. 펭수의 인기가 높아지자 펑수, 역수 등 패러디도 쏟아졌다. 

펭수가 가져다 준 경제효과도 대단했다. 펭수는 지난 2019년 11월부터 2020년 7월까지 광고 모델 및 이미지 상표권 등으로 100억원이 넘는 수익을 올렸다. 만년 적자에 허덕이던 EBS에 단비 같은 존재가 됐다.

이제는 유명 인사가 된 펭수다. 취업포털 인크루트에 따르면 펭수는 송가인과 BTS를 따돌리고 2019 방송·연애 부문 올해의 인물에 선정됐다. 스포츠의 손흥민, 사회·문화 백종원 영향력 있는 인물들과 어깨를 나란히 한 것이다.

펭수가 한류 성장에 기여할 것이라는 분석도 따른다. 2019년 글로벌문화콘텐츠학회가 발행한 ‘캐릭터를 통한 한류의 변화와 발전 가능성 : 펭수 캐릭터를 중심으로’ 논문에는 펭수가 한류 3.0이 표방하는 일상문화를 다루고 있다며 신한류의 요소가 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 논문은 오프라인 활동을 온라인 채널에 공개해 대중들에게 다양한 일상을 보여주고 시청자들이 궁금해하는 부분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는 점을 펭수의 강점으로 꼽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