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규어 뉴XE는 지난 2019년 서울모터쇼에서 아시아 최초 공개됐다. / 재규어랜드로버코리아
지난 2019년 서울모터쇼에서 아시아 프리미어 모델로 선보인 재규어 뉴 XE 모델이 국내 시장에서 단종됐다. / 재규어랜드로버코리아

시사위크=제갈민 기자  재규어랜드로버코리아가 부진의 늪에서 빠져나오지 못하는 브랜드의 국내 판매 모델을 축소했다. 한국 시장을 뜬 재규어 모델은 중형세단 XE와 준중형 SUV E-페이스다. 특히 두 차종은 재규어 브랜드의 엔트리급 모델로, 그나마 몸값이 저렴해 재규어의 문턱을 낮춘 차량임에도 한국시장 철수를 결정해 하반기 실적하락이 우려되는 상황이다.

◇ 국내에서 ‘또’ 사라진 재규어 D세그먼트 세단

재규어의 D세그먼트 세단(중형 세단) XE가 한국 시장에서 단종됐다. 재규어코리아는 최근 홈페이지에서 XE 모델의 카테고리를 삭제하고 국내에 XE 모델 판매를 중단했다.

재규어 XE는 지난 2015년 9월 국내에 출시한 스포츠 세단이다. 재규어는 당시 한국 시장에 XE 모델을 출시하면서 독일 프리미엄 브랜드가 장악한 프리미엄 스포츠 세단 시장에서 도전장을 던졌다. XE의 한국 출시 가격은 약 4,700만원∼6,800만원 수준으로, 메르세데스-벤츠 C클래스, BMW 3시리즈, 아우디 A4 3종과 겹쳐 정면대결을 예고했다.

당시 백정현 전 재규어랜드로버코리아 대표는 “XE를 통해 재규어의 문턱을 낮춘 만큼, 재규어의 차별화된 브리티시 럭셔리를 많은 고객에게 전파하겠다”고 전한 바 있다.

재규어 브랜드에서 한국 시장에 4,000만원대로 들여온 모델은 X-타입 이후 XE가 두 번째다.

재규어는 2006년 중형 세단 X-타입을 한국에 출시했다. 당시 국내 판매가격은 4,490만원으로, BMW 3시리즈보다 저렴해 눈길을 끌었다. 그러나 해당 모델은 2009년 글로벌 시장에서 단종이 되면서 재규어 브랜드의 D세그먼트 세단 자리는 한동안 공석으로 남았다. 이로 인해 재규어 브랜드의 4,000만원대 차량도 사라졌다.

이러한 가운데 2015년 재규어 XE가 4,000만원대에 국내에 출시되면서 다시 한 번 눈길을 끌었다. 연간 판매대수도 국내 출시 첫 해를 제외하고는 △2016년 1,571대 △2017년 1,097대 등으로 2년 연속 1,000대 판매를 넘었다.

하지만 재규어 XE 모델은 연식변경 및 페이스리프트(부분변경)를 거치면서 서서히 몸값을 높였다. 처음에는 4,700만원 수준이던 기본 트림이 4,900만원대로 상승하고, 이어 5,200만원대와 5,800만원대까지 치솟았다. 단 5년 사이에 몸값을 1,000만원 이상 끌어올린 셈이다.

이렇게 몸값을 올리는 모습에 소비자들은 재규어를 외면했고, XE 모델의 판매량은 △2018년 633대 △2019년 347대 △2020년 21대 등으로 폭락했다. 올해 1∼5월 판매대수도 단 16대에 불과하다. 심지어 1월과 4월, 5월에는 단 한 대도 판매되지 않았다.

재규어코리아는 뉴 XE 모델의 판매부진이 지속되자 결국 한국 시장에서 해당 모델의 판매를 중단하고 나선 모습이다.

/ 재규어랜드로버코리아
재규어 콤팩트 SUV E-페이스가 한국 시장에서 철수한다. / 재규어랜드로버코리아

◇ 엔트리급 SUV E-페이스도 함께 판매 중단… 판매 실적 하락 예고

재규어코리아는 XE 모델의 국내 단종에 이어 ‘베이비 재규어’라는 애칭을 가진 엔트리급 SUV E-페이스도 한국 시장 판매를 중단하고 나섰다. 국내 출시 3년만이다. 일반적으로 차량 출시 시점이 3년 정도 지나면 시장에서 다시 한 번 이목을 끌고 판매량을 끌어올리기 위해 페이스리프트 모델 출시를 꾀하는 반면 재규어는 국내 시장 단종을 예고한 것이다.

재규어 E-페이스는 지난 2018년 4월 한국 시장에 출시됐다. 그간 후륜구동 기반 대형 세단이나 스포츠카를 만들어온 재규어가 SUV 라인업을 확대하고 나선 모습에 이목이 집중됐다. 국내 출시 가격도 대부분 트림이 4,000만원대 후반부터 5,000만원대 중반으로 책정돼 프리미엄 수입 SUV로는 준수하다.

E-페이스는 재규어의 스포츠카 F-타입에서 영감을 받아 디자인돼 재규어 특유의 미적 감각을 잘 녹여냈으면서도 SUV의 실용성을 갖췄다.

여기에 재규어랜드로버에서 자체적으로 설계한 2.0ℓ 인제니움 가솔린 엔진을 얹어 눈길을 끌었다. 이 엔진은 미국의 자동차 전문 미디어인 워즈오토에서 ‘2018 10대 베스트 엔진’으로 선정한 것으로, 최고출력 249마력, 최대토크 37.2㎏·m의 힘을 발휘한다. 덕분에 E-페이스는 SUV이면서도 스포츠카다운 역동적인 드라이빙 퍼포먼스를 자랑한다.

또한 △크루즈컨트롤 및 속도 제한 장치 △차선 유지 어시스트 △운전자 상태 모니터링 △전방 및 후방 주차 센서 등 운전자보조 시스템이 기본으로 제공되며, 상위 트림에는 360° 주차 센서와 파킹 어시스트 등의 안전사양도 탑재된다.

뿐만 아니라 구입 후 5년 동안 필요 소모품을 교체 해주는 ‘5년 서비스 플랜 패키지’도 함께 제공해 소비자들은 차량 구매 후 5년간은 큰 비용을 지출하지 않아도 되는 이점도 존재한다.

매력적인 수입 SUV지만 재규어 E-페이스는 한국 시장에서 판매량이 계속해서 감소하는 추세다. E-페이스는 그간 △2018년 636대 △2019년 538대 △2020년 184대 판매고를 올렸다. 아주 많은 판매대수는 아니지만 재규어 브랜드의 판매 실적을 감안하면 준수한 성적으로 평가된다. 올해는 1∼5월 88대가 판매돼 재규어 브랜드 내에서 판매량 1위를 달리고 있다.

많은 대수가 판매되는 것은 아니지만 브랜드의 실적을 근근이 유지하고 있는 모델임은 틀림없다. 해외에서는 지난해 10월, 2021년형 재규어 E-페이스를 공개했다. 해외에서는 해당 모델의 판매를 지속하겠다는 것으로 풀이되지만, 정작 한국 시장에서는 E-페이스 판매를 중단하는 꼴이다.

재규어코리아는 뉴 XE 모델과 E-페이스 단종으로 국내시장에 판매하는 모델이 △전기차 I-페이스 △중형 SUV 뉴 F-페이스 △스포츠카 뉴 F-타입 등 3종으로 크게 줄었다. 그나마 하반기에 ‘뉴 XF’의 출격을 대기하고 있어 다행스러운 부분이다. 하지만 라인업 축소로 인한 하반기 브랜드의 실적하락은 불가피해 보이는 대목이다.

재규어랜드로버코리아 관계자는 이번 라인업 축소와 관련해 “올해 글로벌 자동차 시장을 강타한 반도체 공급 부족 사태로 차량 생산대수가 감소해 차량 수급이 어려워진 상황”이라며 “영국 본사와 협의를 거쳐 재규어 XE와 E-PACE의 국내 판매를 중단하기로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는 제품 라인업 합리화를 통해 국내 고객들에게 안정적인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전략적인 결정”이라며 “재규어랜드로버는 반도체수급상황을 예의주시하며 생산 차질 최소화에 주력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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