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부인 강난희 씨 자필편지 “코로나 상황 악화, 가족끼리 지낼 것”
9일, 조계사 법당 앞 추모객 100여명 미만 수준
“고인 추모는 개인의 자유… 2차 가해라는 비판은 과도”

고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부인인 강난희 씨(가운데 오른쪽)와 그의 딸 다인 씨(강난희 씨 왼쪽)가 추모제를 마치고 법당 밖으로 나와 추모객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 종로=제갈민 기자

시사위크|종로=제갈민 기자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1주기 추모제가 9일 오전 11시 서울 종로구에 위치한 조계사에서 진행됐다. 박 전 시장의 추모제를 두고 의견이 분분한 가운데 조계사에서 이날 행해진 천도재에는 생각보다 많은 인파가 몰리지는 않았다.

이날 추모제에 앞서 지난 7일 박 전 시장의 부인인 강난희 씨는 자필편지로 “최근 코로나 상황이 급격히 악화됐다. 저와 가족들은 그가 시장 시절 메르스와 코로나 상황에 어떻게 대응했는지 잘 알고 있다”며 “이번 1주기 추모행사는 조계사에서 가족들끼리 지내는 것으로 결정했다”고 전한 바 있다.

최근 사흘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는 1,000명 이상 집계됐다. 이러한 상황과 함께 강난희 씨의 자필편지로 인해 박 전 시장의 추모제에 참석하려던 이들은 발걸음을 멈춘 것으로 보인다.

이날 조계사 법당에서 진행된 추모식에는 부인 강난희 씨와 딸 다인 씨가 참여했다. 아들 주신 씨는 외국에 있어 참여하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대웅전 안에는 가족들과 스님들만 자리했다. 박 전 시장을 추모하기 위해 조계사를 찾은 이들은 법당 앞뜰에 마련된 의자에 앉아 함께 참여할 수 있었다.

조계사에 마련된 시민 추모 좌석은 코로나19 확산을 최소화하기 위해 약 1m 정도씩 거리를 뒀으며, 참석자들은 모두 마스크를 착용하는 등 방역 수칙을 준수하는 모습을 보였다.

100석 미만으로 마련된 시민 추모 좌석에는 군데군데 빈자리가 있을 정도로 적은 인원만이 참석했다. 지난해 박 전 시장의 사망 소식이 알려진 후 서울 시청 앞에 마련된 분향소에는 2만명이 넘는 인원이 방문하고, 온라인 헌화객은 100만명을 넘어선 것에 비하면 조촐한 수준이다.

고 박 전 시장의 추모제에 참석한 시민이 강난희 씨를 위로하고 있다. / 종로=제갈민 기자

박 전 시장 추모제는 9일 오전 11시부터 오후 12시 30분까지로 계획돼 있었으나, 강난희 씨와 가족들은 오전 11시 50분쯤 추모제를 마무리 지었다. 코로나19 확산이 문제로 지적되는 가운데 불특정 다수 추모객이 모이는 것을 우려한 것으로 보인다.

조계사 법당에서 나온 강난희 씨는 추모제에 참석한 일부 시민들과 악수를 하는 등 감사의 인사를 표했다. 한 박 전 시장의 지지자는 “여사님 힘내세요, 건강하세요”라고 말을 하기도 했으며, 강난희 씨는 이에 화답하듯 허리 숙여 인사했다.

박 전 시장 등 유가족과 친분이 있는 것으로 보이는 추모객 몇몇은 강난희 씨와 그의 딸 다인 씨의 어깨를 토닥이면서 위로를 하는 모습도 보였으며, 강난희 씨는 눈물을 훔치기도 했다.

박 전 시장의 추모제를 두고 여러 의견이 분분하지만 추모제에 참석한 이들은 논란 자체가 소모적 논쟁이라는 의견이 팽배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시민은 “박 전 시장에 대해 역사적인 평가는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하지만, 가까이 지내던 지인들을 비롯해 그의 1주기를 추모하기 위해 모이는 이들에게까지 ‘2차 가해’라면서 질타를 하는 것은 과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추모를 하지 않는 이들이 존재하는 만큼 추모를 하는 이들도 존재할 수 있으며, 서로의 자유는 보장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무분별한 질타는 삼가야 하지 않은가”라고 덧붙였다.

한편, 오는 10일과 11일 예정돼 있던 공식 일정인 박 전 시장의 창녕 묘역 참배는 코로나19 확산세를 우려해 취소한 것으로 알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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