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로가기
르포
[무너진 태양광, 그 후②] ‘방수포’만 덩그러니… 폭포가 된 산사태 현장
2021. 07. 12 by 권정두·박설민 기자 ihatefree1@sisaweek.com

친환경 에너지가 중요한 화두로 떠오르면서 급속히 확대되고 있는 태양광 발전은 대체로 깨끗하고 안전하다는 이미지가 강하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각종 잡음 및 부작용도 끊이지 않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지난해 전국 각지에서 발생한 태양광 발전 시설 관련 산사태다. 워낙 기록적인 폭우가 내린 측면도 있지만, 태양광 발전의 무분별한 난립과 관리부실의 민낯이 고스란히 드러난 것이기도 했다. 심지어 1년의 시간이 지나 다시 장마철이 찾아왔음에도 재발방지를 위한 확실한 조치는커녕 보수조차 되지 않은 채 방치된 곳이 적지 않다. 이에 <시사위크>는 지난해 산사태 피해를 입은 충남 금산, 전북 남원·장수 지역을 돌아보며 태양광 발전 현장의 각종 난맥상과 개선책을 진단해봤다. [편집자 주]

▲지난해 기록적 폭우로 인해 전국적으로 태양광 발전 시설들엔 크고 작은 산사태가 발생했다. 특히 전북 장수군과 남원시 태양광 발전 시설의 피해는 상대적으로 타 지역보다 큰 것으로 알려졌다. 그렇다면 장마철에 들어선 현재, 해당 태양광 시설들의 복구 상태와 장마 대비는 어느정도 수준일까./ 그래픽=박설민 기자
▲지난해 기록적 폭우로 인해 전국적으로 태양광 발전 시설들엔 크고 작은 산사태가 발생했다. 특히 전북 장수군과 남원시 태양광 발전 시설의 피해는 상대적으로 타 지역보다 큰 것으로 알려졌다. 그렇다면 장마철에 들어선 현재, 해당 태양광 시설들의 복구 상태와 장마 대비는 어느정도 수준일까./ 그래픽=박설민 기자

시사위크|전북=권정두·박설민 기자  충남 금산군 일대를 돌며 지난해 산사태 피해를 입은 태양광 발전 시설들의 심각한 실태를 확인한 <시사위크> 특별취재팀은 이어 전북 남원시와 장수군으로 발길을 옮겼다. 

이 지역은 지난해 기록적 폭우로 큰 피해를 입었으며, 태양광 발전 시설에서의 산사태도 곳곳에서 발생했다. 특히 장수군과 남원시 태양광 발전 시설 산사태는 워낙 처참했던 탓에 가장 널리 알려진 바 있다.

◇ 벌건 흙 드러난 채 ‘방수포’만 덩그러니… 산사태 위험 고스란히

거센 장맛비가 내리는 가운데 도착한 전북 남원시 광치동 태양광 발전 시설에서 취재팀의 눈길을 가장 먼저 잡아끈 것은 파란색 방수포였다. 충남 금산군 태양광 산사태 현장에서 흔히 볼 수 있었던, ‘임시방편’의 상징과도 같은 그것이다. 

현장을 조금 더 자세히 살펴보니 지난해 산사태가 일어났을 것으로 추정되는 언덕이 보였다. 빗물에 깎여 풀 한포기 없이 붉은 색 황토가 속살을 드러내고 있는 가파른 언덕을 파란색 방수포가 덮고 있는 것이 보수작업의 전부였다. 

▲전북 남원시 광치동 태양광 발전 시설의 산사태 현장 모습. 지난해 여름 산사태가 발생했음에도 파란색 방수포로 덮어놓은 수준이 보수 공사의 전부였다./ 사진=박설민 기자

물론 이 언덕 옆으로는 2단계에 걸쳐 축대가 쌓여있는 등 보수공사가 이뤄진 곳도 있었다. 하지만 이곳 역시 지난해 산사태에 쓸려나간 나무들이 갈기갈기 부서진 채 한쪽에 쌓여있는 등 여전히 어수선한 모습이었다. 또한 나무들이 쓸려나간 장소엔 어린 나무들이 심어져 있었는데, 아직 자리를 잡지 못한 듯 토양에 빗물에 패인 흔적이 많았다. 특히 굵어진 빗줄기 속에 빗물과 함께 토사도 조금씩 쓸려 내리고 있어 더욱 위태로워 보였다. 충남 금산군 현장들과 마찬가지로 마치 해변가를 연상케 하는 모습이었다. 

▲지난해 산사태로 쓰러져버린 나무들의 모습./ 사진=권정두 기자
▲ 나무들이 쓸려나간 장소엔 어린 나무들이 심어져 있었는데, 아직 자리를 잡지 못한 듯 불안정한 모습이었다./ 사진=권정두 기자

남원시청 관계자는 “광치동 현장은 태양광 발전 시설의 소유주가 둘로 나뉘어 있다 보니 피해 복구가 완전히 이뤄지지 않았다”며 “산림청과 함께 현장을 점검해 보수가 이뤄지지 않은 곳에  우선 방수포라도 덮어놓으라고 했다. 이곳은 늦어도 7월 중에 복구를 마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 사매면 대신리에 위치한  태양광 발전 시설의 모습./ 사진=권정두 기자
▲ 사매면 대신리에 위치한  태양광 발전 시설의 모습. 토사가 빗물에 쏟아져 바로 아랫쪽 농경지를 덮칠 위험이 있는 언덕에 하얀색 비닐 방수포가 덮여있다. / 사진=권정두 기자

광치동 태양광 발전 시설에서 20분 남짓한 거리를 달려 도착한 사매면 태양광 발전 시설도 허술한 것은 마찬가지였다. 태양광 발전 시설과 농경지를 구분하는 산비탈에 방수포가 덮여있을 뿐이었다. 다른 곳과 차이점이라곤 방수포가 파란색이 아닌 하얀색이었다는 것 정도다. 무엇보다 바로 아래 농경지가 위치해있는 만큼, 많은 비로 산비탈의 흙더미가 쓸려 내려갈 경우 큰 피해가 불가피해보였다. 

가파른 비탈길을 따라 조금 더 안쪽으로 들어가자 바위와 흙이 섞여 있는 절벽이 나타났다. 그 절벽 바로 위엔 태양광 패널들이 위태롭게 설치돼 있었다. 이 절벽엔 역시 파란색 방수포와 함께 녹색 그물망이 덮여 있었다. 하지만 그물망이 크게 찢겨있는 모습은 우려를 키울 뿐이었다.

다만 남원시 측은 사매면 태양광 발전 시설의 경우, 나름 양호한 보수 공사가 진행됐다고 평가하고 있다. 남원시 관계자는 “해당 현장은 복구설계 승인을 받았고, 미흡한 부분은 보완 시공하라고 시공업체에 요구했다”며 “일단 석축쌓기와 배수로 등은 보수가 양호한 상태라고 판단된다”고 전했다.

▲태양광 패널이 위치한 산사태 위험 지역에  파란색 방수포와 녹색 그물망을 덮어놓은 모습. 너덜너덜한 그물망이 산사태를 막아줄 수 있을지 의문이었다./ 사진=권정두 기자

◇ 폭포수처럼 쏟아지는 흙탕물… 1년이 지나서 취한 조치는 ‘방수포’

점점 거세지는 빗줄기를 뚫고 마지막으로 도착한 전북 장수군 천천면 장판리에 위치한 태양광 발전 시설의 상황은 더욱 참담했다. 지난해 산사태가 발생해 무너져 내린 언덕은 보수 작업이 전혀 이뤄지지 않은 채 위쪽으로만 파란색 방수포가 덮여 있었다. 또 그 근처에는 각종 공사 장비, 자재들이 널려있었다.

장맛비가 기세를 높이자 방치된 산사태 현장은 아예 폭포로 변했다. 또한 빗물과 함께 흙도 계속해서 깎이고 있었다. 기록적인 폭우가 또 다시 찾아올 경우 지난해보다 훨씬 더 심각한 산사태 피해가 발생할 가능성이 무척 높아 보였다. 

▲ 전북 장수군 천천면 장판리에 위치한 태양광 발전 시설 산사태 현장. 깎아지른 절벽으로 흙탕물과 토사가 폭포수처럼 쏟아지고 있었다./ 사진=박설민 기자

이곳은 지난달 25일 최병암 산림청장이 직접 현장을 방문했던 곳이다. 최병암 청장은 당시 신속한 복구에 최선을 다해달라고 당부했다. 하지만 열흘이 훌쩍 지나 장마철이 본격 시작된 가운데 이곳을 방문한 취재팀을 맞이한 것은 복구된 현장이 아닌 방치된 폭포였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인근 주민들은 정부 관계부처의 현장 점검이 ‘보여주기 행정’에 불과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1년 가까운 보수 공사 시간이 있었음에도 복구나 보상을 제대로 하지 않다가 여론의 비판이 거세지니 현장을 방문하고 있다는 것이다.

▲ 장수군 태양광 발전 시설 산사태 현장은 지난달 25일 최병암 산림청장이 현장 점검을 나선 곳이다. 다만 주민들은  ‘높은 사람(정부 관계자)’이 지나가면서 ‘저게 왜 저러냐’ 지적하니까 그제야 방수포를 덮는 정도의 조치를 취했다며 불만을 토로했다./ 사진=산림청

그렇다면 장수군 태양광 발전 시설이 지난해 산사태가 발생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제대로 된 복구가 이뤄지지 않은 이유는 무엇일까. 취재를 종합한 결과, 이곳이 방치되고 있는 이유 역시 보상문제 때문이었다. 충남 금산군과 같은 상황인 것이다.

천천면 장판리의 한 주민은 <시사위크> 취재팀에게 “태양광 발전시설에서 약 100m 정도 떨어진 인삼밭에 토사와 흙탕물이 쏟아져 밭이 크게 망가졌다”며 “그런데 보상 문제의 경우 피해 면적 당 몇십만원 정도로 산정했다. 최소 몇천만원의 피해가 발생했는데 그 정도로 합의할 사람이 어딨겠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1년이 지나도록 복구가 안 되고 있는데 느닷없이 ‘높은 사람(정부 관계자)’이 지나가면서 ‘저게 왜 저러냐’ 지적하니까 그제야 방수포를 덮는 정도의 조치를 취했다. 지역사람도 아닌 태양광 업자들만 돈을 벌어가고 피해는 주민이 받는 상황”이라며 분노했다. 

이에 대해 장수군청 관계자는 <시사위크>와의 통화에서 “지난해 천천면 장판리 태양광 발전 시설에서 발생한 산사태의 경우, 토지 주인과 태양광 시설 소유주, 시공사 등이 얽힌 책임 및 손해배상 문제로 복구가 지연됐다”고 설명했다. 

다만 이 관계자는 “현재 장마철을 대비해 방수포 덮기, 임시 배수로 설치 등 긴급보수작업을 진행한 상태이며, 이번 장마가 그친 이후엔 태양광 패널 쪽을 약간 철거한 뒤, 방벽 등을 설치해 피해를 최소화하도록 할 것”이라고 전했다.
 

시사위크 PICK